현대자동차가 완전자율복장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 제도 도입이 확정되면 현대차 직원들은 매일 티셔츠나 청바지를 입고 출근할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사진)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공고하던 현대차의 기업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전 임직원의 근무 복장을 완전 자율화한다. 넥타이를 풀고 재킷을 착용하는 비즈니스 캐주얼(간편 정장) 수준이 아니라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를 입고 출근하도록 복장 규정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고객과 자주 만나야 하는 판매직과 안전 작업복을 입어야 하는 일부 생산직 등은 예외로 둔다. 현대차는 2017년부터 매주 금요일을 ‘캐주얼 데이’로 지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임직원처럼 편안한 복장으로 자유롭게 일을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자율복장 제도 도입은 정 수석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며 “그만큼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평소 지론 중 하나는 “현대차그룹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보다 더 ICT 기업답게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다른 대기업에 비해 기업문화가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다른 기업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그룹 중 처음으로 대졸 신입 정기 공개채용을 폐지했고,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은 의전과 격식에 힘을 쏟기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며 “지난해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오랜 관행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자율복장제는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등 다른 계열사로 전파될 전망이다. 다른 대기업도 속속 이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LG전자와 금호아시아나 등 일부 대기업은 이미 자율복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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