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비춰볼 때 (회장 선임 절차가) 블랙박스에 갇혀 이뤄진 것 아닌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인선 과정의 불투명성을 이렇게 지적했다.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회장 후보자를 추려내면서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제대로 설명도 안 한다는 것이다. 미국 씨티그룹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기존 CEO 임기가 만료되기 2년 전부터 차기 CEO 인선 준비를 하는 것과도 차이가 크다는 주장이다. 다음달 사외이사들이 대거 물갈이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사외이사 바꾸겠다는데…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3명 중 28명의 임기가 다음달 만료된다. KB금융은 7명 중 6명, 신한금융은 11명 중 10명, 우리금융은 7명 중 4명, 하나금융은 8명 전원이 다음달 임기가 끝난다. 금융권에선 이들의 연임 대신 새로운 사외이사진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사외이사들이 작년 3분기까지 주요 안건에 찬성 의견을 낸 비율은 96.7%에 달했다. 정부 정책에 기조를 맞출 만한 인사들이 새 이사진에 대거 투입되면 은행 경영 환경도 큰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사회 운영 적정성 점검 방안에 대해 “그동안은 형식적 요건을 갖췄는지를 따졌다면 앞으로는 실질적 운영 행태를 살펴볼 것”이라며 “사외이사 전담 지원조직을 두고 있는지, 이슈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는지, 경영 승계 관련 평가가 체계적인지 등이 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금융지주 이사회와 최소 연 1회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한 것도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 원장은 “올해 중점 검사 방향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이사회가 이런 점을 살펴봐 주면 사전에 문제를 예방할 수 있겠다’는 식의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며 “소통 방식이나 내용도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관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제도 개편을 넘어 사외이사 인선에까지 개입하려 한다면 관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에 배당 확대 자제 당부최근 행동주의펀드가 은행권을 향해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 원장은 이날 배당 확대 자제를 당부했다. 배당을 늘리기 위해 위험가중자산 비중을 낮추면 중저신용자 신용공여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상생과 연대’의 정신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맥락에서 은행 경영진 성과보수체계도 점검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역대급 이익을 낸 데는 경영진의 능력뿐 아니라 과점체제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도 크다는 것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금융시장 안정과 취약계층 지원 대책도 내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를 현재 금융권역별에서 사업장 단위로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보험계약대출 소비자에게 금리 선택권을 줘 일단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린 뒤 금리 차액을 추후 납부하거나 보험금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고 이력이 있는 대리운전자도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이 원장은 최근 불공정거래의 주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사모 전환사채(CB)와 관련해선 “조사·공시·회계 부서 공동 합동대응반을 운영해 사모 CB 발행 내역을 전수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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