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는 올해 주목할 투자 분야 중 하나로 오디널스와 BRC-20을 꼽았다. 해시드는 두 기술의 등장을 “비트코인 생태계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표현했다. 현물 ETF까지 상장되는 등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입지가 단단해진 동시에 비트코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도 다방면으로 사용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1월 개발된 오디널스는 BTC의 최소 단위인 1사토시(0.00000001 BTC)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프로토콜이다. 사토시에 개별적으로 번호를 부여하면 다른 사토시와 구분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이미지·영상 등 데이터를 첨부하면 NFT처럼 전 세계에 유일무이한 ‘증명서’ 또는 ‘상품’의 성격을 띠게 된다. 오디널스가 곧 비트코인 기반 NFT 프로토콜인 셈이다. 보통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등 다른 블록체인 기반 NFT는 발행(minting)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러나 비트코인 기반 NFT는 ‘새긴다(inscribe)’고 표현한다. 오디널스는 이미 발행된 사토시에 데이터를 ‘새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등장한 지 1년도 채 안 된 오디널스의 확장세는 매섭다. 지난해 12월에는 소더비에서 오디널스 기반 예술품이 사상 최초로 경매에 부쳐졌다. 슈룸토시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비트코인슈룸’ 시리즈는 감정가의 약 다섯 배인 45만 달러(약 5억 9341만 원)에 낙찰됐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디크립트는 “이번 경매의 흥행은 비트코인 NFT에 대한 주류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 위에서 대체가능토큰(FT)을 발행할 수 있는 표준인 BRC-20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기존에는 비트코인 블록체인 위에서 이더리움처럼 FT를 발행할 수 없었다. 대다수 알트코인이 이더리움 기반 ERC-20 표준에 따라 발행된 이유다. 그런데 BRC-20이 등장하면서 비트코인 기반으로도 다양한 토큰이 발행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기준 비알씨이십닷아이오에 따르면 BRC-20 토큰 종류는 615개에 달한다. 다만 이름만 유사할 뿐 BRC-20 토큰은 ERC-20 토큰처럼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정해진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 이행)이 없다. 활용도가 제한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해시드는 “2020년 이더리움 기반 탈중앙화금융(De-Fi) 부흥기 때처럼 비트코인 생태계를 확장하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의 초석이 다져진 만큼 이를 기반으로 의미 있는 시도가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아직 태동기인 만큼 전망은 엇갈린다. 예를 들어 전통주의자들은 비트코인이 당초 설계대로 전자화폐 시스템에 특화된 탈중앙화 화폐로만 이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필요한 데이터로 비트코인 블록 공간을 채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면 긍정론자들은 오디널스와 BRC-20이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영속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참여자가 많을수록 보안이 강화되기 때문에 채굴 보상, 네트워크 수수료 보상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다. 문제는 비트코인 보상이 영구적이지 않고 4년마다 반감기가 도래해 보상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보상 감소로 채굴자들이 떠나면 보안이 취약해지고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존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오디널스와 BRC-20가 제 역할을 해준다면 계속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할 확실한 유인책이 생긴다. 앞으로도 생태계가 꽃피울 것이라는 확신이 주어지면 그 위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게 된다. 해시드가 “오디널스와 BRC-20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가장 안전하고 대중적으로 폭넓게 수용될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지목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