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준비은행(RBA)은 암호화폐가 실행가능한 결제 솔루션이라는 데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호주 중앙은행가들 현재 또는 미래에 암호화폐가 정부가 발행한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에 상당히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들은 작년말 '금융기술·규제기술 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리브라, CBDC 같은 새로운 시도가 금융 포괄성을 개선할 수 있지만, 더 광범위한 핀테크 혁신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암호화폐 솔루션이 불필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모든 규제 요건, 특히 지역 결제 규정을 다 충족하더라도 그만큼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호주는 이미 저렴하고 효율적인 실시간 결제 방안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건은 지난 2018년 개설한 새로운 지급결제 플랫폼 'NPP'를 언급했다. 전화번호 또는 이메일 주소를 이용해 계좌에 있는 자금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하지만 시중은행 참여 및 이용율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 6월 준비은행도 NPP 결과를 '실망스럽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한편, 호주준비은행은 결제 기술 평가를 목적으로 내부 연구팀을 조직하고 CBDC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프라이빗 이더리움 기반 도매급 정산 시스템을 실험하며 준비은행이 시중은행에 화폐를 발행할 때 암호화폐를 통해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호주 조폐국 퍼스 민트는 투자자가 금을 실시간으로 거래하고 정산할 수 있도록 금을 담보로 하는 '퍼스 민트 골드 토큰(PMGT)'을 출시했다.
이처럼 호주 정부는 여러 암호화폐 관련 솔루션을 실험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 등 유력 은행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CBDC 개발에도 호주은행은 부정적인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호주준비은행은 "디지털 호주 달러가 기존 금융 시스템, 특히 소매 결제 부문에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회계컨설팅 업체 언스트앤영의 연구를 인용하며 "CBDC가 호주 핀테크 발전에 가장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은 암호화폐의 미래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가 나온지 10년이 됐지만 결제 이용률은 미미하다는 점,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일반인보다 투기꾼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점 또한 호주에 암호화폐가 널리 도입되지 못하는 이유라고 짚었다.
작년 디지털전환부(DTA)의 수석디지털책임자는 블록체인이 흥미로운 기술이지만 산업에 의해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 필립 로우(Philip Lowe) 호주준비은행 총재는 "호주가 이미 효율적인 전자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새로 출시될 리브라가 호주에서 맡을 역할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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