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국가재정전문가인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사태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범여권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국채 발행 등은) 종합적인 검토와 조율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국채에만 해당하는 얘기로 현금이 남는 상황에서 적자국채를 발행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차현진 한은 부산본부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일견 타당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채권시장에서 바이백은 기재부가 오래 전 발행된 경과물 국채를 사들이는 행위다. 유통이 잘 안 되는 경과물을 사들이는 대신 신규물을 새로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그 자체로는 국가채무비율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11월 기재부가 바이백을 갑자기 취소한 이유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예산안을 수립한 2017년 국가채무비율을 청와대와 기재부가 올리기를 원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차 본부장은 바이백을 실시하건 취소하건 국가채무비율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신 전 사무관이) 별로 유능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강하게 반박했다.
이 연구위원은 "바이백을 한다고 해도 국가부채비율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예정됐던 바이백을 하지 않으면 적자국채 한도액이 추가로 생기고 그 돈으로 나중에 적자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나중에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재부가 바이백을 취소한 행위는, 향후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국가채무비율을 더 높이기 위한 사전조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기재부는 바이백 취소 후 4조원대의 적자국채 발행을 검토했다. 다만 실제로 추진하지는 않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청와대의 KT&G의 사장 인사 개입과 적자국채 발행 압력 등을 주장하고 있는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힐스터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leehs@newspim.com |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김 전 부총리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재부에서 다루는 대부분 정책은 종합적인 검토와 조율을 필요로 합니다"라며 "국채뿐 아니라 중장기 국가 채무, 거시경제 운영, 다음 해와 그다음 해 예산 편성과 세수 전망, 재정정책 등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국채와 적자국채를 구분해야 하며, 국채 발행은 재정상황과 대내외 경제여건 등 여러가지 요건을 감안해 결정할 문제일 수 있어도, 적자국채는 단순히 시재금 조절을 위한 것이므로 현금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적자국채를 발행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채가 채권을 발행해서 시중의 자금을 정부가 빌려오는 행위라면 적자국채는 공자기금에서 일반회계로 돈이 이동하는(차입하는) 내부거래로, 시재금을 조절하는 마이너스 통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현금 지출액이 100원이고 마침 현금이 1000원 있는데 구태여 오늘 당장 마이너스 통장에서 1000원을 인출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이 연구위원은 "소위 전문가란 사람들이 국채를 미리 발행해 둘 필요성을 거론하지만 그것은 국채 얘기지 적자국채는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재부 국채과에 직접 문의했지만 (국채가 아닌) 적자국채를 발행할 이유를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획재정부] |
앞서 김 전 부총리는 "특정 국 실무자의 시각에서 보는 의견과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전체를 봐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 주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 연구위원은 "적자국채를 발행해 시재금을 맞추는 일이 바로 출납직원이 하는 일이고 그것을 신 전 사무관이 한 것"이라며 "(돈이 남는데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서 세금을 낭비하라고 하니) 나 같아도 화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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