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가입을 추진한다. 국가 간 디지털 무역장벽을 없애는 등 디지털 협력 네트워크를 조기에 구축하기 위한 결정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17일 제22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DEPA 가입 추진 계획을 논의했다. DEPA는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등 3개국이 지난해 체결한 최초의 복수국 간 디지털 협정으로, 올해 1월 발효됐다. 기존 디지털 관련 논의가 자유무역협정(FTA) 내 디지털 분야 형식을 띤 것과 달리 DEPA는 디지털 분야만 다룬 협정이라는 게 특징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종이 없는 무역’을 위한 전자송장 및 전자결제 관련 규범을 포함해 디지털 ID, 핀테크, 인공지능(AI) 거버넌스, 공공정보 개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DEPA에 가입하면 국내 제도, 기술, 산업, 고용 등의 분야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디지털 신기술 발전을 통해 국내 디지털 기업의 해외 진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DEPA에 3개국만 참여하고 있지만 캐나다 등 다른 국가들도 가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올해 안에 DEPA 가입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전자상거래 협상에서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도 제시됐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고탄소 수입품에 추가 관세 등의 비용을 부과하는 일종의 탄소국경세다. 국가별 온실가스 규제 수준 차이를 이용해 고탄소 배출 산업이 저규제 국가로 이전하는 ‘탄소 누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EU는 ‘그린딜’ 계획에 따라 2023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미국도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무역장벽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도가 운영되더라도 WTO의 ‘비차별 대우’ 등의 규범에 합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의 환경 관련 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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