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시장 독과점, 문어발 경영에 대한 분노가 쇄도하며 카카오의 주가도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중입니다. 이대로 가면 언젠가 '카카오 (KS:035720) 해체'라는 말까지 나올 것 같습니다.
카카오에 대한 비판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숙명과도 같은 시장 독과점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는 카카오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역시 플랫폼 비즈니스를 폄하하고 무시하는 그릇된 인식도 여전합니다.
십자포화 당하는 카카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NYSE:CPNG), 야놀자, 배달의민족 등 대형 플랫폼에 대한 당국의 압박은 위험수위에 이르렀습니다.
플랫폼들이 시장 독과점을 바탕으로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방대한 사업구조를 가진 카카오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릅니다. "이게 다 카카오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조찬 간담회에서 플랫폼에 대해 "우리의 생활은 편해졌으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면서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했지만 소비자 피해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등 플랫폼을 옥죄는 법안들도 천천히 움직일 조짐을 보입니다.
카카오는 바짝 엎드렸습니다. 카카오페이는 금융 당국의 제동에 보험운전자보험과 반려동물 보험, 운동보험 등 상품 판매를 중단했으며 그 외 자회사들도 사업을 일부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평가받는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김범수 의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자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카카오가 욕 먹는 이유
카카오가 많은 비판을 받는 이유는 단연 시장 독과점 우려 때문입니다. 150여개의 자회사를 통해 우리 생활의 소소한 틈까지 스며든 상태에서 시장 점유율마저 키우자 이에 대한 반발이 극심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카카오가 택시호출부터 일상의 대화, 금융 거래까지 진출한 가운데 이와 관련된 시장 독과점 우려가 골목상권 붕괴로 이어지는 한편 갑의 횡포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지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골목상권 붕괴라는 프레임은 카카오를 오랫동안 괴롭히던 아킬레스건이며, 갑의 횡포라는 비판은 카카오 스스로 자처한 구석도 있습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를 운영하며 택시호출에서 무리한 비용 부과도 많은 지탄을 받은 바 있습니다. 기업공개에 속도를 내던 카카오모빌리티의 실책입니다.
카카오의 실책을 하나 더 논하자면, 콘트롤타워가 없는 150여개 자회사들의 각개전투가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무차별 시장 융단폭격만 감행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범수 의장 특유의 CEO 철학이 지금의 카카오 군단 성공을 끌어냈지만, 이제 더 높은 단계로 뛰어오르려면 그 이상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는 카카오 전체를 관통하는 밸류체인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더 깊숙하게 들어간다면
카카오가 비판을 받는 이유는 시장 독과점에 따라 카카오가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프레임이 핵심입니다. 이 고정에서 갑질을 행하고 있으며 그 피해가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미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카카오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적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플랫폼의 영역을 키우기로 결정한 순간 필연적으로 플랫폼의 책임을 져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으며, 그 숙명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중대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카카오에 대한 비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그 역시 무리가 있습니다.
카카오가 빅테크로 성장해 파괴적인 영향력을 자랑한다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카카오는 아직 도전자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내수에 천착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지도 못한다고 폄하하지만 엔터 영역에서 카카오는 이미 글로벌 플랫폼이며, 솔직히 국내에서 뭔가 이뤄내야 글로벌 시장에서 뭐라도 하지 않겠습니까.
애플 (NASDAQ:AAPL) 및 애플, 페이스북 (NASDAQ:FB) 등 글로벌 빅테크도 시장 독과점을 이유로 규제를 받으니 카카오도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각 글로벌 빅테크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압박을 받고 있으며, 그 무대가 국제정치로 옮겨갈 경우 각 정부와 현지 빅테크들은 오히려 똘똘 뭉치는 경향이 강합니다. 단면만 보고 토종 빅테크를 압박하자는 것은 우리 안방 시장을 외부에 다 내어주자는 말과 같습니다.
시장 독과점에 따른 갑질 논란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해당 시장을 얼마나 혁신시켰느냐에 대한 기회비용을 완전히 무시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카카오의 택시 호출, 웹툰 콘텐츠 사업이 해당 시장의 오래된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을 받을 수 있겠으나 그 시장 자체를 긍정적으로 끌어냈다는 점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당장 택시 호출만 생각해본다면, 카카오T를 쓰는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으려 발을 동동 구르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나요?
빛과 그림자가 있는데 그림자에만 천착해 플랫폼을 때려잡자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는 일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때로 주변 호수의 생태계들에게 갑질을 한다면 세밀한 맞춤형 조정으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거위의 배를 가를 필요까지는 없지요.
출처=뉴시스
'그깟 앱'
카카오에 대한 비판을 들어보면 '탐욕'이라는 키워드도 만날 수 있습니다.
'150여개 자회사를 동원해 각 시장에 모조리 진출하는 탐욕스러운 카카오의 행보'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각 영역의 콘텐츠를 채우는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핵심 전략이기에 피할 수 없는 지적이지만, 갑질이라는 표현이 덧대어지는 순간 이 비판은 더욱 활활 타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 탐욕이라는 키워드가 오독되는 순간입니다. 카카오를 비판하는 많은 이들의 주장에는 '카카오의 탐욕'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그깟 카카오톡 메신저로 모든 사업을 다 집어 삼키려 한다'는 비판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단한 혁신이나 혁명도 없는 주제에 모든 시장을 단숨에 삼키려 한다는 발상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단히 그릇된 발상입니다. 카카오톡이라는 기술 자체에 대한 난관은 차치하더라도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정교하게 설계하며 새로운 판을 만든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그깟 메신저 앱을 만들어 콘텐츠를 채우는 '쉬운 방식'으로 탐욕스럽게 모든 것을 먹어치우려는 카카오를 비판합니다. 그러나 그 쉬운 방식은 절대 쉽지가 않지요. 쉬웠다면 누구나 다 했을 테니까요.
극단으로 치닫지 말아야
중국에서는 시진핑 지배체제 강화를 목표로 강력한 사정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공산당이 직접 나서 사회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플랫폼을 때려잡는 통쾌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노림수를 달성하기 위해 사정정국을 조성해 인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 우리도 군사정부 당시 정치깡패들을 일소한다며 사정정국을 조성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지요.
지금의 플랫폼 압박이 중국의 현재와, 한국의 과거와 같다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코로나19 정국을 맞아 플랫폼의 덩치가 비약적으로 커지고 그 책임도 무거워졌으며, 이제 플랫폼도 막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시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갑질 의혹까지 겹친다면 시장 독과점에 대한 견제는 당연히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플랫폼 압박은 선을 넘었습니다. 플랫폼이 잘못하고 있다면 그 잘못된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야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적인 압박을 통해 속 후련한 활극만 연출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그렇게 카카오가 사업에서 일부 철수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는 동력도 상실한 상태에서 뿌리에서부터의 혁신이 이뤄지지 않은 시장이 예전의 체제로 돌아간다면 그것이 과연 긍정적인 일일까요.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창출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지금이야 이 활극이 흥미롭고 속 후련하겠지요. 하지만 그 다음에 펼쳐질 시대정신은 무엇일까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작은 덩치의 오리들을 괴롭히는 것만 멈추게 하십시요. 칼을 내려 놓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기어이 칼을 들겠다면, 그 자리를 외국에서 온 새로운 거위가 채우는 것만 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