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bank 경남 진주에서 배 농사를 짓는 김모씨(66)는 작년 9월 초 망연자실했다. 최대 풍속이 초속 54m에 달한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수확을 코앞에 뒀던 배 상당수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막막한 상황에서 농작물재해보험이 ‘구원투수’가 됐다. 16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은 그는 올해 농사를 다시 준비 중이다.
정부가 자연재해에 따른 농가 피해를 보전해주는 제도인 농업재해보험을 대폭 강화한다. 기후 변화로 빠르게 늘고 있는 홍수 가뭄 한파 등 자연재해로부터 농가를 보호함으로써 농촌 경영안전망 구축과 식량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농업재해보험은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로부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2001년 도입된 제도다. 보험 방식을 활용해 농민들이 매달 일정액의 보험료를 내면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손실을 보전해준다. 지원액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정책보험이다.
사과 배 벼 등 70개 품목, 16개 축종을 대상으로 한 농작물재해보험은 농업재해보험의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다. 도입 첫해인 2001년 2개에 불과하던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품목은 현재 70개로 확대됐다. 전체 농림업 생산액의 90.1%에 달하는 규모다. 가입 면적은 같은 기간 4000㏊에서 61만㏊로 150배나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대상 면적의 50% 수준이다.
2001년부터 2022년까지 농작물재해보험을 통해 농업인이 받은 보험금은 5조3016억원으로 농업인들이 낸 보험료의 다섯 배 수준이다. 정부는 가입 농민의 보험료 50%를 비롯해 보험금 상당액을 예산으로 지원한다. 22년간 정부가 지원한 예산은 총보험금의 70%에 육박하는 3조7716억원에 달한다.
다른 선진국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농무부 산하 위험관리청(RMA)이 보험료의 38~77% 및 운영비를 지원하는 농업재해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농업공제사업을 통해 보험료의 50~55%를 지원한다.
정부는 지난 1월 농업재해보험 도입 22년 만에 처음으로 5년 단위 법정계획인 ‘제1차 농업재해보험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품목을 현행 70개에서 2027년까지 80개로 늘리고 벼 고추 등 4개 품목에만 적용되는 병충해 보상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전체 농림업 생산액의 90%인 보장 수준을 95%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지리정보시스템, 드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보험 가입부터 손해평가, 지급 등의 정확성도 높인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시행한 가입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0.7%가 가입을 유지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며 “한번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자연재해로부터 농가를 보호하는 효과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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