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상장지수펀드(ETF)를 처음 전파한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사진)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새 수장으로 내정됐다. 한국금융지주가 외부 수혈로 사장급 인사를 영입한 것은 창립 이후 처음이다. ETF 경쟁에서 뒤처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소방수로서 배 부사장을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배 부사장은 올해 말을 끝으로 21년간 삼성자산운용에서 맡았던 운용 총괄직에서 물러난다. 그는 ‘ETF 산파’로서 국내 금융투자업계에 ETF라는 새로운 상품을 뿌리내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배 부사장을 깜짝 발탁한 배경이기도 하다. 국내 최장수 자산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운용업계를 주도해온 과거와 달리 ETF,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새로운 투자 트렌드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02년 10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ETF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선두권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1970대생 파격 인사와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의 내부 승진 이동 등을 고려했지만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배 부사장을 최종 낙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1961년생인 배 부사장은 대구 출생으로 보성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종합금융과 SK증권 주식운용팀을 거쳐 2000년 삼성자산운용(옛 삼성투신운용)에 영입된 뒤 2002년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KODEX200 ETF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ETF가 대세 투자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운용업계 인사에서 ETF 전문가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인사를 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김남기 ETF운용부문장을 ETF 부문대표로 선임했다. 삼성자산운용에서 ETF 운용팀장으로 일하던 삼성 공채 출신인 김 대표를 2019년 이사로 영입한 미래에셋은 상무에서 부문 대표(전무)로 초고속으로 승진시켰다. 신한자산운용은 김정현 전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을 초대 ETF운용센터장으로 영입해 ETF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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