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대 젊은 오너들이 경영의 최전선으로 등장하면서 국내 주요 그룹의 경영 방식이 대대적으로 바뀌고 있다. 회사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수십 년 라이벌과도 흔쾌히 손을 잡는다. 경제계 관계자는 “굵직한 사업을 포기하거나 조(兆) 단위 인수합병(M&A) 등은 오너 외 경영자가 결정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며 “산업계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오너의 리더십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오너들의 공통점은 명분보다 실리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에는 105층짜리 건물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50~70층 건물을 2~3개 세워 비용을 줄이고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구광모 회장의 결단이 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KS:005930) 부회장은 화학 및 방산계열사를 각각 롯데와 한화에 넘겼다.
반대로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판단되는 사업에 대한 투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약 1조원을 들여 미국 로봇기술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약 10조원에 인수했다. LG전자도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전기차 파워트레인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총수 간 소통도 활발하다. 한동안 협업하지 않던 삼성과 현대차는 최근 눈에 띄게 가까워졌다. 대대적 협업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4대그룹 총수끼리 회동도 잦다. 창업주나 2세대 오너들 사이에서는 없던 문화다. 지난해 4대그룹 총수들은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 간 벽이 허물어지면서 서로 힘을 모으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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