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 대주주 기준이 종목당 3억원으로 낮아진다. 삼성전자 (KS:005930) 주식 5000주를 보유해 지분율이 0.0000007~0.0000008%에 불과한 사람도 대주주가 돼 양도소득세를 내게 된다. 주주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요건 강화를 철회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3억원 기준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주주 기준 7년 만에 100억원→3억원현재 정부는 연말 보유 현황을 기준으로 특정 회사의 지분율이 1%(유가증권시장 기준)를 넘거나 평가금액 기준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사람을 ‘대주주’로 분류하고 있다. 수백억원어치 주식을 보유해도 종목당 기준 이하 금액으로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면 대주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증권거래세 외에는 주식거래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는 일반 주주와 달리 대주주에게는 22~33%의 양도소득세와 지방세가 부과된다.
7년 전까지만 해도 종목당 100억원어치 넘게 보유한 사람만 대주주로 간주돼 양도소득세를 냈다. 삼성전자의 2012년 말 종가 152만2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6571주 이상을 보유해야 대주주가 됐다. 삼성전자의 201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였던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부회장도 6500주 미만을 보유해 삼성전자 대주주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후 7년간 대주주 기준이 다섯 차례나 변경됐다. 2014년 50억원에서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으로 낮아졌다. 올해 10억원이 됐고 내년엔 3억원으로 강화된다. 과도한 양도소득을 거두는 재벌 총수를 견제하는 제도로 알려진 대주주 요건이 일반 주주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더구나 3억원이라는 금액이 타당한 기준이냐는 비판에 대해 기재부가 별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어 자의적인 기준으로 주주들의 피해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세 대상 늘어 10조원 투매 나오나대주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대주주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대주주 수는 현재 1만2600명에서 9만3500명으로 7배 넘게 많아진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과세 대상이 600만 명 정도인 전체 주주의 1.5%가량에 불과해 일반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대주주로 분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연말 투매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대주주 기준이 15억원으로 낮아지기 직전인 2017년 12월 개인투자자들은 5조1314억원을 순매도했다. 10억원으로 변경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순매도 규모는 4조8000억원이었다. 올해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나며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올해 10조원 이상의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3억원 기준은 고수하는 대신 기존 세대합산을 폐지하고 개인별 과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이를 통해 금액 기준을 7억원 정도로 높이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과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으면 상위법인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기준을 낮추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주주는 보통주·우선주 합산해 판단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주주 금액 기준을 3억원으로 고수한다면, 투자자들은 어쩔 수 없이 이를 감안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선 우선주와 보통주는 같은 종목으로 취급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투자 시에는 두 가지 종목처럼 취급되지만 한 법인의 주식이라는 점에서 보유 금액을 합산해 대주주 여부를 판단한다.
대주주 기준은 연말에 한번 정해지면 연중 바뀌지 않는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대주주 요건에서 제외되기 위해선 늦어도 12월 28일에 매도주문을 체결해야 한다. 주문 체결 후 주식 양도까지 이틀이 걸리는데 12월 31일은 휴장일이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들은 대량 매도 시점이 언제일지 예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통상 개인 매도세는 12월 8~12일께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본다. 올해는 물량이 많아 이보다 이른 시점부터 매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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