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0월12일 (로이터) -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석유시장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과잉재고가 내년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이 11일(현지시간) 말했다. 이는 산유국들이 지난 6월 사실상 증산 결정을 내린 후 추가증산 합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올 들어 유가는 랠리를 이어왔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공급을 제한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지난주 브렌트유는 배럴당 86.74달러까지 올라 지난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오일앤머니 컨퍼런스에서 바르킨도 사무총장은 산유국들의 공급정책 외 석유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비(非) 펀더멘털 요인이 다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브리핑에서 그는 "그동안 시장은 공급부족 가능성에 반응해왔다. 다만 시장 공급은 원활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수요공급 균형에 관련해서도 바르킨도 사무총장은 "내년 전망치를 참고하면, 원유재고의 증가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OPEC은 이날 석유 수요공급 전망을 갱신해 발표했다. OPEC은 무역마찰과 이머징마켓 내 변동성을 언급하며 수요 전망치를 하향했다. 과잉공급을 시사한 것이다.
애널리스트들과 OPEC 일부 회원국들의 말에 따르면, 유가 상승요인 중 하나는 이란제재를 재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OPEC에게 유가를 내리라고 촉구해왔다. 그러나 바르킨도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부당하다며 "시장은 각지에서 내려진 결정을 통해 움직이고 있다. OPEC 바깥에서 나온 결정, 비OPEC 바깥에서 내려진 결정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합의에 따른 감산을 시작했던 OPEC과 비OPEC 산유국들(일명 OPEC+)은 지난 6월 감산 이행률을 100%로 되돌리자는데 합의한 바 있다. 감산 이행률이 160%선을 넘긴 이후 나온 조치다.
감산합의에 참여한 산유국들은 아직 감산합의 이행률 100%를 달성할 정도로 충분한 산유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OPEC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9월 중 OPEC의 산유량은 13만2000배럴 늘어난 일평균 3276만배럴을 기록했다.
산유국들이 100%가 넘는 감산 이행률을 달성할 필요가 있는냐는 질문에, 바르킨도 사무총장은 감산 이행률을 단계적으로 되돌리는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100% 감산 이행률 달성을 언제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속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현재 시장에 잔존한 비펀더멘털 요인들 중 일부는 사라지길 바란다"라며 "우리는 여전히 6월 합의 내용에 충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OPEC+는 오는 12월 회의를 열어 내년 정책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보고서에 따르면, OPEC 원유에 대한 내년 수요 전망치는 일평균 3180만배럴로 하향됐다. 수요 약세와 비OPEC 산유국 공급 증가의 영향이다.
OPEC이 9월 중 산유량인 일평균 3276만배럴을 유지할 경우, 내년에는 일평균 100만배럴의 과잉공급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다만 9월 OPEC 산유량에는 미국 제재에 따른 이란 산유량 급감이 반영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9월 중 산유량은 345만배럴이었다. 전월대비 일평균 15만배럴 줄었다. 과거 이란제재 당시 이란의 산유량은 일평균 270만배럴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다.
한편 바르킨도 사무총장은 산유국들이 여유생산능력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산업 투자가 줄면서 갑작스런 공급부족에 대비할 능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시장 침체에 따른 석유산업 투자 감소세를 언급한 그는 여유생산능력에 대해 "우리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OPEC 내에서 유사시 발휘할 수 있는 상당 규모의 여유생산능력을 갖춘 산유국은 사우디아라비아 하나 뿐이다.
이달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향후 수년 동안 200억달러를 투자해 여유생산능력을 유지하고, 가능하면 확장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