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8월13일 (로이터) - 국제유가가 10일(현지시간) 1% 넘게 상승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결국에는 원유 공급을 줄일 것이라는 시각이 잔존한 영향이다. 그러나 한 주 동안 유가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무역마찰이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키고 에너지 수요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 경질유는 82센트 오른 배럴당 67.6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74센트 상승한 배럴당 72.96달러로 마쳤다.
한 주 동안 WTI는 1.2%, 브렌트유는 0.5% 내렸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일주일 동안 뉴욕과 런던에서 WTI 선물과 옵션에 대한 투기적 거래자들의 순매수(net long) 포지션은 39만7885계약으로 9117계약 감소했다. 지난 6월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타이키 캐피털어드바이저의 타리크 자히르 이사는 "약간의 회복세를 나타낸 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유가가 계속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을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휘발유 수요가 둔화하고 정유공장들도 유지보수를 위한 잠정폐쇄에 돌입해 원유재고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자히르 이사는 "유가는 수요 감소가 관측된 만큼 하락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는 135만1000배럴 줄었다. 애널리스트들은 333만3000배럴 감소를 예상했다.
에너지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10일) 미국의 원유 시추공 수는 10개 늘어난 869개를 기록했다.
한편 무역마찰 고조는 경제성장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운 채 달러를 끌어올리고 있다. 때문에 달러 외 다른 통화를 보유한 소비자들은 석유 매입에 드는 비용이 더 커졌다.
중국, 인도, 터키 등 이머징마켓의 통화는 이날 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들 하락 요인에도, 유가는 미국의 이란 제재 여파로 상승했다. 미국은 오는 11월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재 대상에 넣으리라 예상된다.
다수 국가들은 이란 석유 수입을 제로(0)로 줄이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리라 예상되지만, 유럽연합(EU), 중국, 인도는 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란 석유 수출이 일평균 50만~13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주문량을 줄이고 있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원유 시장이 잠시 평온한 시기에 접어들었지만, 머지않아 폭풍이 관측될 수 있다고 말했다.
IEA는 월간보고서를 통해 "단기 공급 긴장의 완화, 현재의 낮은 가격, 수요증가세 둔화 등으로 석유시장이 잠잠해졌지만 이는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IEA는 "대이란 제재 발효에 여타 산유국들의 생산 문제가 더해지면 글로벌 원유 공급을 유지하는 일이 지극히 어려워질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조치에 반발해 16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유는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정유제품과 액화석유가스는 명단에 올라있다. 다만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미국 원유 수입량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