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3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사실을 사고 소문에 팔아라: 앞으로 원유시장이 보이게 될 움직임이다. 우선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이 상황을 타개할 것이라는 헛된 믿음으로 반등이 일어난 뒤, 그 감산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저장 탱크가 넘쳐날 것이라는 예상으로 새로운 대량 매도세가 시작될 것이다.
WTI는 이른 오후 아시아 시장에서 5% 상승했으며, 브렌트유는 4% 상승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ad bin Salman) 왕세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그리고 뜻밖의 협력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던 그대로의 결과다. 감산안이 타결되지 않았다면 $10대의 유가라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OPEC++ 감산도 브렌트유의 콘탱고를 뒤집을 수는 없다
이번 감산 합의안은 모두를 들뜨게 했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내내 이어진 화상 회의가 끝난 뒤 "모두에게 유익한 거래"였다는 트윗을 작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자축 분위기도 감산량이 코로나19로 인해 감소했을 수요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나, 유가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산유량이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원유 소비가 좋게 말해 부진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재고는 상승하는 상황에서 시장에 추가로 원유가 공급된다면 몇 주 안으로 전세계의 원유 저장 탱크가 넘쳐나게 될 것이다.
온라인 거래 플랫폼 오안다(OANDA)의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 에드 모야(Ed Moya)는 "세계적인 감산 합의안 타결에는 보기 드문 수준의 협력이 필요했지만, 안타깝게도 원유시장을 안정화시키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라고 말한다.
“이번 감산안은 그 누구도 기초가 탄탄하다는 믿음을 가지기 어려울 정도로 허점이 많다.”
도쿄 시장 개장 직전, 뉴욕 기준으로 일요일 오후에 공개된 감산안에 의하면 러시아를 포함한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도 하에 일일 970만 배럴의 감산을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처음 제시되었던 일일 1,000만 배럴을 조금 밑도는 수준이다.
OPEC이 발족한 이후 60년 내내 단 한 번도 협력했던 적이 없는 미국과 브라질, 그리고 캐나다도 일일 370만 배럴의 감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을 72시간 이상 지연시키며 악명을 떨친 멕시코는 감산에 동참하지 않았다. 멕시코는 OPEC+가 처음 제시했던 할당량인 일일 400,000 배럴에 난색을 표했으며, 미국이 250,000에서 300,000 배럴의 감산을 대신 부담하겠다고 제안하자 100,000 배럴의 할당량을 수용했다. 그리고는 다시 태도를 전환해 감산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글로벌 원유시장을 움직일 능력을 잃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전개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Abdulaziz bin Salman) 에너지 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당당하게 "OPEC+는 여전히 건재"하며 "이번 합의안에 매우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커링 에너지(Pickering Energy)의 CIO 댄 피커링(Dan Pickering)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지가 약해진 상황을 두고 "식탁에 올라온 방울양배추를 먹지 않겠다고 충분히 오래 우기기만 한다면 부모님도 결국에는 포기하게 될 것이다,"라는 트윗을 작성했다. "멕시코는 버티기 싸움에서 이겼다. 일은 이미 벌어졌고, 곧 현실이 닥쳐올 것이다. 저유가와 저장고 용량 초과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가 다음이다. 끔찍한 상황이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위치한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의 원유시장 애널리스트 루이스 딕슨(Louise Dickson)은 "OPEC++가 내놓은 감산안만으로는 브렌트유의 극심한 콘탱고 현상을 장기적이나 의미있는 수준으로 반전시킬 수 없다. 앞으로도 이어질 과잉 공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저장비용이 경제적인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브렌트유는 $30대 초반의 가격을 유지할 수 없다. 조만간 필요해질 저장 공간의 사용료를 내기 위해서는 더욱 큰 콘탱고가 필요하다."
콘탱고는 최근월물 선물이 현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거래월이 멀수록 저렴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브렌트유는 지난 금요일, 6월 현물이 1년 뒤 인도될 상품에 비해 배럴당 $9 가량 낮은 수준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런 시장 역학은 트레이더들이 즉시 원유를 매수해 저장해둔 뒤 선매를 통한 수익을 노릴 수 있게 해준다. 개개인에게는 수익성이 있는 일이지만, 저장고의 원유는 국제 재고에 포함되며 현물가를 더욱 낮추게 된다.
딕슨은 "OPEC++ 합의안이 완전히 이행되어 일일 1,000만 배럴의 감산이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세상에서도 2020년 2분기에는 최소 1,000만 배럴의 과잉 재고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감산 할당량과 실제 감산량 사이의 격차를 지적하기도 했다.
"대규모 감산에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며 5월 1일까지는 고작 3주밖에 남지 않았으니 일일 1,000만 배럴의 감산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원유 생산은 마개를 닫거나 버튼을 눌러서 간단히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한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라이스타드의 선임 애널리스트 퍼 마그누스 니스빈(Per Magnus Nysveen)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현재 남은 원유 저장고는 지상과 해상을 합쳐 약 7억 배럴로, 즉시 감산에 나서지 않는다면 30일 정도를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일일 1,000만 배럴의 감산을 진행한다면 2주의 여유를 얻을 수 있다. 5월을 넘기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안에 일일 최소 500만 배럴의 감산이 이루어져야 하며, 모든 산유국이 지금부터 할당량을 준수해야 한다.”
뉴욕의 자문회사 에너지 인텔리전스(Energy Intelligence) 역시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다. 시장은 원유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유례 없이 엉망진창이었던 4월과 5월에 생산될 원유를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에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 인텔리전스는 "3월에는 일일 1,400만 배럴이라는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의 잉여 원유가 발생했으며, 폐쇄 조치로 수요 손실이 일정 부분 상쇄된 4월에도 상황이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감산으로 서류상의 재고가 정리되는 것은 5월에 들어서나 시작될 것이며, 실물 시장은 6월까지 잉여 원유에 잠긴 상태일 것이다."
OANDA의 모야 역시 이 의견에 동의하며, 현재 수요 전망은 암울한 수준이라고 발언했다. 다만 주말 중 타결된 감산안이 금년 하반기 원유 재고 처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는 당분간 어려움을 겪겠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제 활동이 6월에는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퍼진다면 상황은 빠르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유에 대한 강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때가 오겠지만 그때가 지금은 아니다. WTI는 $20대 중반에서 안정화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의 현금 공급으로 $1,800 노리는 금
금은 온스당 $1,800을 향한 궤적에 올랐지만, 실제로 그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리게 될 듯하다. 유가 하락으로 증시가 재차 압박을 받게 되면 투자자들이 금을 청산해 빠르게 자금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펀더멘털한 시점에서 보았을 때, 시장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공급한 현금으로 넘쳐나고 있다. 블확실성이 높은 시기이니만큼 그 영향으로 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다.
연준은 지난 금요일, 지방 정부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2.3조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국 경제를 지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증시가 다시 하락세를 보인다면 최근 들어 증시와 밀접하게 연관된 모습을 보이는 금도 난관을 겪게 될 것이다. 반면 달러는 안전 자산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번역: 임예지/Investing.c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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