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국 증시는 지지부진했지만 글로벌 증시로 눈을 돌려보면 기록적으로 상승한 한 해였다. 특히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미중 무역분쟁이 주로 신흥국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동안 S&P 500지수는 1년 동안 28.9% 상승해 여타 주요국들을 압도했다. S&P 500지수의 지난해 상승폭은 비슷한 상승을 보였던 2013년(29.6%)을 제외한다면 1997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에 해당한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증시 급등의 이유를 주로 경기회복 기대감에서 찾고 있다. 2018년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위기감이 증시 하락을 유발했지만, 미 연준이 적극적 통화정책에 나서면서 경기 우려가 크게 줄었고 이는 위험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4분기로 접어들며 미중 무역분쟁이 합의안에 접근한 점 역시 시장의 위험선호 심리를 회복시킨 중요한 변수였다. 미중 무역분쟁의 봉합은 글로벌 물동량을 확대시키고 결국 경기 반등에 우호적 환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최근의 글로벌 증시 상승은 결국 경기회복 기대감의 가장 결정적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금년 경기 상황에 대한 막연한 낙관은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실제 실물경기가 반등하고 있다는 구체적 근거는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기 확장은 물가 상승을 동반한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 기준으로 1.6%에 불과해 2019년 전반기 이후 1년 가까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소매판매 지표는 3.3%로 무난한 수준이지만 산업생산지표는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상태이다. 무엇보다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지표인 PMI 지표가 4개월 연속으로 50을 하회하고 있다는 점은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무색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최근 몇 개월 동안 위험자산 가격이 크게 상승했지만 의외로 안전자산 가격 역시 선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이라 할 수 있는 금 가격은 12월 4% 상승한 데 이어 금년 1월에도 2% 이상 상승하고 있다. 현재 금 가격 온스당 $1,550는 2013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미 연준이 지난해 9월 이후 사실상 양적완화정책을 재개했다는 점이다. 2017년 10월부터 자산 축소에 들어갔던 연준은 지난해 9월 단기 유동성 부족과 함께 단기 금리가 급등하자 부랴부랴 유동성 공급을 시작했다. 그 이후 글로벌 증시는 빠르게 안정을 찾으며 상승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즉, 지금은 엄밀히 말해 다시 한번 유동성 장세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동시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 아래 금년 1분기 투자전략으로 바벨전략을 제안한다. 역기의 바벨 양 끝에 추를 매달아 들어 올리는 것처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동시에 포트폴리오에 담는 전략이다.
투자할만한 위험자산으로는 신흥국 주식형 ETF iShares Core MSCI Emerging Markets ETF (IEMG)를 추천한다. IEMG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대표적 신흥 주식 ETF로 MSCI EM 인덱스를 추종하는 ETF이다.
또 다른 대표적 신흥 주식 ETF인 Vanguard FTSE Emerging Markets ETF (VWO)와는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는데 바로 IEMG는 한국 주식을 편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MSCI 기준 한국은 신흥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IEMG는 한국 주식을 12% 편입하게 된다. 하지만 FTSE EM 인덱스를 추종하는 VWO에는 한국 주식이 들어있지 않다. 금년 반도체 가격 반등과 함께 한국 증시의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신흥국 ETF 중에서도 IEMG의 비교우위로 나타날 것이다.
안전자산으로는 금 실물 ETF iShares Gold Trust (IAU)를 추천한다. 금은 지난해 18.9%나 상승하며 크게 주목받았지만 기억해야 할 점은 금 가격이 여전히 저렴하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금 가격은 2011년 온스 당 $1,900를 기록한 이후 수년 동안 하락해왔다. 2016년 이후 반등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2011년 고점까지는 거리가 멀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가 3배 가까이 급등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상대적 가격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시장금리가 당분간 크게 오르지 못하고 저금리 국면을 유지하는 가운데 연준의 양적완화 체제가 연장된다면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은 금 가격 상승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최근 악화되고 있는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시장 여건은 여러 불안 요소에도 불구하고 투자에 나서기에 우호적인 환경이다. 증시도 상승하겠지만 채권, 원자재 가격 역시 상승할 개연성이 크다. 풍부한 유동성은 대체로 자산의 성격에 상관없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년 상반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잘 배분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만족스러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