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 재봉쇄 우려 증가
미국 경제 재봉쇄 영향이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의 증가 전환’으로 확인되면서 증시 조정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대응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두 달 넘게 중단했던 코로나 브리핑을 재개하고 지금껏 거부했던 마스크 착용도 적극 권고하기 시작했으며, 8월 전당대회도 취소했다. 미국 경제 재봉쇄 영향들이 다른 경제지표들에서 추가적으로 확인될 경우 심리가 위축될 수 있어 유의가 필요하다.
□ 미국 정치권 부양책 논의 난항
미국 백악관과 공화당, 민주당의 부양책 논의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주 발표가 예정됐던 공화당측 부양책은 세부 사항들에서 백악관과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연기되었는데, 이에 민주당과 공화당간의 합의 스케줄도 지연되면서 최종 합의가 8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1조 규모로 발표될 공화당의 부양책에는 백악관이 주장하던 급여세는 우선 빠졌으며, 실업수당을 큰 폭으로 축소하는 대신 2차 현금지원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과 여전한 쟁점은 총 부양 규모(민주당은 $3조)와 실업수당인데, 스케줄이 지연될수록 심리가 위축될 수 있지만 어찌됐던 재정절벽은 일단 피해야 하므로 합의는 도출될 것이다. 다만 이번에 발표될 부양 패키지는 올해의 마지막 부양책이자 대선 전 정부가 내놓을 마지막 부양책이다. 다음 번 부양책은 11월 대선과 중간선거로 만들어질 정부와 의회가 제시하게 될 것이므로, 이번 패키지는 경기 충격을 방어하는 선에서, 과도기적인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미중 외교 갈등, 위안화 약세
첨예해지는 미중 외교 갈등도 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주 달러화는 유로화 랠리에 힘 입어 94선까지 하락했지만, 중국 위안화가 약세 압력에 노출되면서 아시아권 통화들은 약달러 환경에 편승하지 못했다. 사실, 올해 들어 시장은 대선을 앞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압박성 발언을 넘어 행동으로까지 나서진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민감도를 낮춰 왔으나, 점차 타격 강도가 강해지면서 다시 경계를 세우기 시작했다. 대선에 승부수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긴장을 계속 고조시킬 수 있다는 경고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실질금리 하락으로 골드 상승
한편, 최근 금 가격이 2011년의 고점을 돌파하면서 그 배경과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약달러 흐름과 함께 코로나 경계, 미중 불확실성 등이 반영되어 있겠지만, 명목금리 하락과 기대물가 회복이 함께 진행되면서 실질금리 하락 압력이 부각된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목금리 대비 인플레 기대 상승세가 더 강하다면 지금의 금 가격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텐데, 현재 연준 정책 핵심이 ‘물가 오버슈팅 용인’임을 감안해본다면 금 가격에 우호적인 환경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지난주 연준 이사 후보인 주디 셸턴이 상원 은행위 인준안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금리 하락과 기대물가 상승, 금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언급한다. 셸턴은 과거 금본위제로의 회귀를 주장한 바 있는 학자로, 공격적이고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피력하는 인물인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 연대가 있는 후보로 알려져 있다.
□ EU, 코로나 부양책 극적 합의
17일 시작된 EU 정상회의는 21일, EU ‘경제회복기금’ 총액을 €7,500억으로 합의 성공을 알렸다. 해당 기금의 재원은 EU 공동채권 발행을 통해 시장에서 전액 조달한다. 이미 어려운 재정상황을 겪고있던 와중에 극심한 코로나 충격을 마주했던 이탈리아 등 남유럽국가들이 이번 기금의 수혜국으로 분류된다. 이번 합의는 유럽의 태생적 한계였던 재정문제를 의미 있게 다룬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유럽은 2010년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한 나라의 재정이 위험해질 경우 다른 역내 국가들에 부담을 전가할 수 있음을 체감하였고, 이후 ‘개별 국가들은 자국의 정부부채가 다른 국가들에 피해를 끼치지 않게끔 알아서 잘 관리하라’는 재정규율을 강조해 왔다. 그랬던 유럽이, 코로나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1)EU 차원의 대규모 공동채권 발행과 (2)개별 국가에 대한 무상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것은 큰 변화이다. 특히, 이번 변화는 유럽이 향후 몇 년간은 재정건전화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회복’과 ‘성장’을 우선순위에 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 재정 통합의 첫 발을 딛는 EU
이렇듯 회복기금 합의는 재정통합을 향한 ‘첫 걸음’으로 평가된다. 다른 말로, 이번 합의를 기점으로 국가들간 재정 연대 노력이 지속적으로 나와 준다면 구조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향해 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만일 이번 합의가 당장 눈 앞에 닥친 분열 위험을 일단 해소시키기 위한 일시적 수습의 성격이었다면, 경제 충격이 조금씩 수습되어 갈 내년 이후에 과연 추가적인 합의들이 가능할 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번 합의가 유럽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해줄 것임은 분명하지만, 유럽을 더 ‘강하게’ 만들어갈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번 합의가 재정 통합의 ‘정점’이 아닌 ‘시작점’이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