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는 다음 달 열릴 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으로선 ‘멈출 수 없는 힘과 움직이지 않는 대상’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수요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는 “파월 의장에게 전화할 수도 있다. 아직 하지 않았지만, 그는 금리를 내리지 않는 실수를 하고 있다고 본다. 그가 옳은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옳은 결정은 금리 인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었다면, 아직 효과는 없다. 최소한 현재까지는 그렇다. 5월 7일 예정된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변동 없이 유지될 가능성은 금일 오전 기준으로 연방기금선물 시장에서 94%로 나타났다. 트럼프가 원하는 방향인 인하 가능성은 6월 회의에서 다소 높아지며, 59%의 확률로 금리 인하가 점쳐지고 있다.
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 수익률은 향후 금리 인하를 반영하는 모습이다. 최근 수익률 하락으로 인해 2년물 금리는 현재 연방기금 목표금리 중앙값인 4.33%보다 57bp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시장이 명확히 인하를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하지만 연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의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연준 내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러 조사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이러한 확신은 쉽게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를 들어, 애틀랜타 연준이 매달 실시하는 기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향후 1년간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를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4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했으며, 이번에는 2.8%로 올라 2023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달 발표된 미시간대학교의 소비자심리 조사에 따르면, 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6.7%로 급등, 이는 1981년 이후 최고치로, 연준의 2% 물가 목표치를 한참 웃돈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을 3.3%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반면, 채권 시장에서의 5년물 기대 인플레이션(브레이크이븐 레이트)은 2.33%로 연초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며, 최근 역사적 평균에 비해 중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여전히 논의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당분간은 이민, 세금, 규제, 관세와 관련한 정책 변화에 대해 더 명확한 상황을 기다릴 여유가 있다”고 발언했다.
한편, 미국 최대 소매업체 3곳 — 월마트(WMT), 타깃(TGT), 홈디포(HD) —의 CEO들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관세가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들도 늘고 있어, 이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완화)을 강화할 수 있다. CapitalSpectator.com이 어제 보도한 바에 따르면, 1분기 GDP의 미디안 나우캐스트는 성장의 급격한 둔화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PMI(구매관리자지수) 데이터도 4월 경제 활동이 계속해서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경제 활동의 위축이 물가 압력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핵심은, 성장 둔화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상쇄할 수 있을지 여부다. 파월 의장이 말한 ‘더 명확한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들어올 경제 지표들이 금리 방향의 균형추를 결정지을 수 있다.
마지막 변수는 두 가지 경향이 모두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경우, 즉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다. 이 경우,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이 서로 상쇄되며 연준과 대통령 모두 당분간 기존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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