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일 유가는 OPEC+ 회의 결과 반영하며 제한적인 하방 압력에 노출.
OPEC+는 시장 예상대로 2차 추가 감산분 220만bpd 되돌림(증산)을 3개월간 연기. 애초에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18.3만bpd씩 증산하기로 했으나 이를 내년 4월부터 2026년 9월까지 매월 13.8만bpd씩 증산하기로 변경. 시장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증산 속도 조절에 나선 결과임. 또한 OPEC+의 공식 감산 합의분인 200만bpd와 자발적 1차 추가 감산분 166만bpd는 기존 2025년 말에서 2026년 말로 늦추는데 합의.
이번 회의 결과는 OPEC+가 원유 시장의 수요 둔화세를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 앞서 3대 기관들이 수요 전망에서 하나같이 지적했듯, 중국발 수요 감소 우려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데다 비 OPEC+국가들의 증산에 대한 우려가 OPEC 내에서도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됨. UAE는 예정대로 금년 20만bpd 생산 목표치 상향을 허락받은데 이어 내년에도 기어이 약속받은 30만bpd 증산을 진행할 예정. OPEC+ 회의를 앞두고 사우디 왕세자가 3년만에 처음으로 UAE를 공식 방문한 이유도 내년 1월부터 예정됐던 UAE의 30만bpd 생산 목표치 상향을 일시적으로가 아닌 점진적으로 그리고 OPEC+ 추가 감산 되돌림 스케줄에 맞춰 18개월간 점진적으로 하는 것을 설득했을 가능성 높아.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OPEC+의 전략 부재까지 더해지자 OPEC+는 본인들이 짜놓은 판에 스스로를 옥죄고 있음. 현재 OPEC+가 588만bpd(전세계 원유 공급의 6% 수준) 감산을 진행 중이지만 수요 감소 우려와 비OPEC+국가들의 증산이 이들의 감산 효과를 크게 훼손. 내년 증산을 주도하는 미국, 캐나다, 브라질의 원유 수출 의존도는 각각 6%, 20%, 12%에 불과해 유가 하락 압력에도 큰 부담없이 증산이 가능하나, OPEC+ 국가들의 평균 원유 수출 의존도는 평균 80%로 증산에 따른 유가 하락시 국운을 걸어야함. 과거에는 세계 원유 생산 비중이 70%에 달하던 때에는 감산으로 인한 유가 상승 효과가 컸으나 30% 언저리인 현재는 효과도 낮고 이마저도 더욱 감소하고 있음. OPEC+의 출구 전략은 이미 실패하고 있는 듯 보임.
-삼성선물 김광래 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