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관한 소식들이 연이어지고 있습니다. 1분기에만 자사주 소각 규모는 5조 원에 이르면서 1년 새 3배나 급증하였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이니 말입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 보통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배당과 함께 사용되는 카드입니다. 물론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라는 과정이 무조건 주가 상승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재미있는 현상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긍정적 신호 1 : 유통 주식 수 감소, EPS 증가
자사주 매입/소각은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주식을 매입하는 그 자체만으로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가 하방 압력을 조금이나마 약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게 됩니다. 주가라고 하는 것이 주식이 분산되어 있을 때보다는 집중되어 있을 때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그러하기에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일정 부분 유통 주식 수를 흡수하면 마치 주식을 매집하는 듯한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주당 가치 측면에서 주당순이익, EPS가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EPS 계산 시 자사주는 빼고 계산되기 때문에 [EPS = 이익÷주식 수] 공식에서 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EPS가 높아지게 됩니다. 극단적으로 자사주 중 절반(50%)을 매입한다면 EPS는 2배나 높아지게 되겠지요?
다만, 간혹 상장사들이 보유했던 자사주를 빅딜을 통해 다른 회사에 매각하거나 직원 스톡옵션 등으로 지급하며 시장에 유통되기도 하기에 자사주 소각은 완벽한 유통 주식 수 감소 효과를 만듭니다.
긍정적 신호 2 : 오히려 배당보다 나을 수 있다?
배당은 주식투자자에게 중요한 현금흐름 원천입니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골라서 투자하면 예금이자보다도 높고 여느 상가/원룸과 같은 임대 사업보다도 높은 배당수익률을 꾸준히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배당은 지급되는 과정에서 배당소득세가 발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되면 현금흐름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 중에는 배당보다는 배당에 투입할 자금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 드린 바처럼 EPS와 같은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는 효과를 만들게 되고 자사주 소각까지 병행될 경우 완벽하게 주식 수가 줄어들게 되니 근본적인 주가 상승효과가 있다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더 높은 주주가치를 고양하는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심리적 측면에서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기에 꼼꼼한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병행하여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여 줍니다.
긍정적 신호 3 :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 천명
자사주 매입 자체만으로도 경영진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게 됩니다. 어쩌면 대주주나 경영진 입장에서는 자사주 매입 그리고 그 후 소각이라는 일련의 과정은 배당보다도 더 귀찮은 회계적 처리를 해야 하기도 하고,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공시로 적시한 규칙에 맞게 특정 기간 매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다 보니 자사주 매입 카드를 사용하기를 꺼립니다.
그런데도 자사주 매입 카드를 썼다 한다면 주주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시장에 공표하는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 공시와 함께 뉴스를 통해 홍보도 병행한다면 "역시! OOO 회사는 주주를 생각해 준다"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높이겠지요?
부외 효과 : 자사주 매입 꾸준히 하면 대주주 지분이 올라간다.
90년대 중반, 필자는 C모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몇 년 동안 이 게임에 푹 빠져 심취하였지요. C모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이 저를 주식시장으로 이끈 큰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는 재미있는 기능이 있는데 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기능인지도 모르고 공장과 백화점을 잘 경영해서 돈이 쌓이면 자사주 매입을 하다 보니 점점 회사의 저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신기한 현상을 보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왜 그런지 잘 이해하지 못하였지요. 하지만 주식시장을 공부하고 나니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일반투자자"의 주식을 회사가 매입하고 자동 소각하니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고 저의 주식 수는 그대로이니 주식 지분율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던 것입니다.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수십 년 자사주 매입을 반복하다 보면 대주주는 자신의 지분율이 높이면서 회사 장악력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한참 하던 때 저는 이 방법을 활용하여 저의 회사 지분을 50%에서 100%로 높일 수 있었고 계열사의 지분을 높여 계열사 장악력도 높일 수 있었지요.
부정적인 신호 :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는 오해….
자사주 매입이 주주가치를 높여준다고 하지만 현금이 들어가야 하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기업은 성장해야 살아남는 유기체와 같다 보니, 성장을 위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현금은 꼭 필요합니다. 이러한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다고 발표하면 시장에 "더 이상 우리 회사는 성장성이 없어요"라는 시그널을 던질 수 있습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도 애플도 고속 성장 국면이 끝난 후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으로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던 회사가 자사주 매입을 파격적으로 발표하면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던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소각 당장에 가시적인 주가 급등은 없을 수 있지만
자사주 매입/소각이 주가에는 가시적인 효과가 당장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통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는 시기가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하락추세가 갑자기 브레이크 걸리기는 어렵고 주가가 추세적으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주식 공학보다도 더 근본적인 실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전까지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당장에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가가 10만큼 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7~8 정도만 하락하게 하는 완충 효과를 가져오게 합니다. 그리고 차후 기업 실적이 턴어라운드하게 되면 과거에 비하여 줄어든 유통 주식 수와 주당 가치를 계산하는 주식 수가 감소하게 되면서 그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밸류에이션이 회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게 합니다.
비록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2024년 4월 5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 [ CIIA /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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