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WTI(3월)는 원유 재고 급증 영향에 새로 제기된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소폭 조정받았다. 이번 가격 조정은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로 7일 연속 상승했던 유가가 8일만에 첫 하락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을만 하다. 전일 EIA에서 발표한 주간 원유 재고 결과에 따르면 원유 재고(지난 9일 기준)가 전주 대비 1,202만 배럴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가 200~300만 배럴 증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4배 가량 높은 수치다. 가솔린 재고는 366만 배럴 감소했고 정제유 재고는 192만 배럴 감소했다. 계절적으로 이시기 원유 재고는 축적기고, 가솔린과 정제유는 소진기기 때문에 엇갈린 행보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다만 예년보다 증가세가 가파른 원유 재고 축적과 석유제품 재고의 더딘 소진은 유지보수시즌 도래와 더불어 수주간 최대 인구 도시인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서부지역 홍수피해로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하면서 단기 원유 수요가 감소한 영향도 함께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 수입량은 647만bpd로 5년 평균인 639만bpd에 근접했으나 원유 수출량은 434만bpd로 예년보다 100만bpd 가량 높은 수준을 기록했음에도 원유 재고가 예상외의 급등세를 보인 점은 국내 전반의 수요 부진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가동률에서도 일부 확인되는데, 정제 설비 가동률은 80.6%로 전주 82.4% 대비 하락해 시장 예상보다 소폭 낮은 결과를 보였으며 5년 평균인 86.6% 대비 6%p 낮은 수준이다.
한편 지정학적 리스크들이 계속해서 유가 하단에 지지력을 제공하고 있다.
전일 헤즈볼라의 미사일, 무인기 공격으로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전역에 공습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측은 레바논과의 전쟁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도발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완전한 승리를 거둘때까지 지속될 것이며 민간인들이 전투지역을 떠난 후 강력한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며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적 공격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란 석유 장관은 지난 수요일 발생한 이란 최대 가스관 폭발 사고에 대해 두차례에 걸친 폭발은 사고가 아닌 고의적인파괴(Sabotage) 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용의자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임시조치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조만간 다시 가동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전일 천연가스 가격은 5% 하락해 3년반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Freeport LNG 수출 가동 중단이 지속되는 가운데, 2월 중순(17~18일)을 제외하고 예년(30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의 난방 수요가 예상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내 일부 가스 회사들이 가격에 반응해 생산을 줄이는 곳도 존재하지만 대부분 생산업체들은 가격 하락에 대한 헷지를 일부나마 해두었고, 높은 수준의 원유 가격이 퍼미안이나 바켄 등지의 메이저 석유 시추회사들의 셰일가스 부산물 증가를 부추기고 있어 아직까지 뚜렷한 생산 조정을 보이지 않고 있다. 뚜렷한 바닥 확인을 위해서는 유의미한(장기) 한파, 가격 조정에 따른 공급 감소, Freeport LNG 수출항의 가동 재개 등의 이슈가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