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문과 vs 이과 누가 더 잘할까? (Feat. 예체능 쪽은?)

입력: 2023- 08- 11- 오후 03:12

오늘 증시 토크는 흥미로운 주제로 준비하였습니다. 학창 시절 문과, 이과로 나뉘어 누가 더 잘났다며 시끄럽게 논쟁하던 기억 한 번 정도는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문과 vs 이과의 논쟁은 참으로 흥미진진합니다. 그 재미를 한번 주식투자로 끌어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고자 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글을 시작해 보지요. 과연! 주식투자 문과와 이과 중 누가 더 잘할까요?! (Feat, 예체능 친구들~~)

한국 교육과정에서 문과/이과 선택의 중요한 기로 : 수학. (헉!)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향이 있어 문과나 이과를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학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로 문과/이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실제 제 친구 중 상당수가 문과와 이과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수학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로 두곤 하였습니다.

"나는 수학 정석 책만 보면 졸려…. 그래서 문과 갈 거야"
"그래도 나는 수학 정석 실력은 풀 수 있으니 이과 가볼까?"

요즘은 어떤지는 모르지만 지금 주식투자와 경제활동을 하는 연령층은 비슷한 경험을 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투자론이나 재무학 그리고 회계학은 문과 쪽 전공으로 구분되어있다 보니 제가 대입을 준비하던 당시에는 이과생이 문과로 전향하기 위해서는 페널티를 감내해야 하기에 그냥 문과 선택한 친구들만이 경영학과나 경제학과로 가서 주식투자를 공부하는 과정이 당연시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필자가 대학 1학년 당시 경영학과에 들어간 친구가 주식투자 개론을 술자리에서 뽐낼 때는 딴 세상 이야기 같더군요.

유명한 투자 대가들 : 문과가 많긴 하다.

유명한 투자 대가들의 스펙을 조사하여 보면 대부분 경영학과 출신이 많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워런 버핏도 네브래스카 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고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지요. 그 외 한국의 유명한 가치 투자자인 이채원 대표도 경영학, 존 리 대표는 회계학, 허남권 대표는 행정학, VIP 자산운용의 김민국 대표와 최준철 대표도 각각 경제학과 경영학과를 나온 문과 출신이니 대부분의 유명한 주식투자자는 문과가 많긴 많습니다.

하기사 생각해 보면, 주식투자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문과 쪽인 경영대학이나 상경 계열 쪽 전공을 해야 투자론을 접할 수 있으니 어린 시절부터 주식투자를 전공하고자 하고자 하였다면 경영학과 쪽인 문과 계열로 가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거 20대 초반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 때 문과를 선택하고 경영학과에 들어간 친구들에게서 공통으로 듣게 되는 곡소리가 있습니다.

"수학이 싫어서 문과를 선택했고 경영학과에 갔는데 재무학과 투자론에서 수학이 등장해서 F 학점 받았다"

안타깝지만, 예전에 수학이 싫었기 때문에 문과를 선택한 경우가 다반사이다 보니 막상 경영학과에 들어가서 투자론과 재무학 및 경제학 그리고 회계학에서 쏟아지는 숫자들을 보며 패닉에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러면, 주식투자를 문과가 잘하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자면 유명한 투자 대가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숫자에 공포심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보니 넓게 보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

모르겠지만 : 이과 출신 중에 투자의 대가들이 숨어있다.

머니 사이언스(2005년 작)라는 책에서는 금융공학이 발전하는 일대기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금융공학은 주식투자하고 밀접하니 책에는 문과 출신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라 클로드 섀넌(1916년~2001년)이라는 유명한 공학자가 중요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수학자이고 전기공학자인 그는 비트의 개념을 창시한 정보이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인물이지요.

그런데 그는 유명한 주식투자자라는 훈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워런 버핏보다 높은 주식투자 수익을 올렸다고 평가받기도 할 정도입니다. 종종 저의 증시 토크에서 자산 배분 전략에서 리밸런싱을 반복하면 수익이 장기적으로 쌓이는 "섀넌의 도깨비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씀드리곤 하는데 여기서 나온 섀넌이 바로 클로드 섀넌이 발견하였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 외에도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만든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대가 제임스 해리스 사이먼스는 수학자이고 유진 파마 교수와 함께 파마-프렌치 3 요인 모형을 만든 케니스 프렌치 교수의 경우 예상 밖에도 기계공학 학사 출신이었습니다. 이공계 출신 중에서도 투자의 대가들이 은근히 많이 숨어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이과 출신도 투자의 세계에 굵직한 인물들이 많으니, 문과와 이과 출신으로 주식투자의 자웅을 겨루는 것은 그 힘이 비슷비슷한 듯합니다.

문과 vs 이과 : 주식시장을 보는 차이가 있다.

투자의 대가들 말고, 일반적인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문과와 이과의 차이는 어떠할까요?
이과와 문과를 모두 겪은 필자의 경험을 이야기해 드려보겠습니다. (참고로 저의 경우 골수 이과생으로 화학과로 입학한 후 주식투자가 좋아 경영학[문과]로 전향한 케이스입니다. 그 자세한 스토리는 나중에...)

이과 출신은 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이 좋아하는 공식처럼 숫자가 정확히 딱딱 나와야만 직성이 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하던 초창기에는 이과 기질이 남아있어, 주가지수를 예측할 수 있는 공식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적정 주가와 같은 개념도 주가가 정확히 칼같이 그곳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였지요.
이과 출신이 주식투자를 할 때는 이런 특징이 단점으로 작용하곤 합니다. 무조건 절대적으로 공식에 맞게 그 값에 주가가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F=Ma, PV=nRT 와 같은 과학 공식처럼 주가가 딱딱 맞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주가는 구렁이처럼 날뛰니 패닉에 빠지곤 하지요.
(※ 대표적인 이과 출신 투자 실패 사례는 아이작 뉴턴의 사우스 씨 컴퍼니 투자 실패가 있습니다.)

문과 출신은 이과처럼 딱딱 떨어지는 값보다는 질적분석이나 인간적인 분석을 좋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정보 매매나 사람 간의 소통 속에서 얻어지는 루머를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사용하곤 하였지요. 주가란 것이 투자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한 사회과학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아는 분들은 이를 잘 활용하시기도 하십니다.
다만 숫자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은근히 공식이나 계산에 거부감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시점에 계산하기보다는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시대는 통합된 투자관을 요구하고 오히려 중립지대가 유리할 수도….

2000년대 들어 IT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주식투자 문화도 급격히 바뀌고 있습니다. 문과 출신도 최소한 엑셀에 친숙해져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이과의 전유물인 프로그램 코딩을 하기도 합니다. 숫자를 좋아하는 이과 출신도 무조건 숫자나 기술적인 부분만 파지 않으며 인문학적인 요소와 사회과학적인 영향도 주식투자 고려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문과, 이과 구분이 없는 양수겸장을 가지고 있거나 중립지대에 있는 분들이 투자를 더 잘하실 수 있습니다.

주식투자에서 문과 vs 이과 자웅은 어디에, 오히려 중간 지대에….

그 외 저의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심리학을 전공한 분들이 다른 어떤 투자 전공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심리학이란 분야가 이과와 문과의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보니 예전에는 문과 계열이었지만 점점 문과/이과 통합 방향으로 가고 있더군요. 그런데 이 심리학을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투자 결과의 절대적인 부분이 심리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잘 알고 분석할 수 있는 심리학과 전공자들은 한걸음 유리한 면이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 예전 특정 시기에는 증권사에서 심리학과 출신을 많이 뽑았던 시기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중립지대에 있는 예체능 계열의 경우 문과나 이과처럼 투자 이론과 공식 등의 취약하더라도 독특한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체육을 전공하신 분들의 경우는 책상에만 앉아있던 문과/이과 출신보다 강한 인내심이 있습니다. 그 인내심은 투자심리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장점에 투자 지식을 조금만 익히면 강한 투자 원칙을 지켜갈 수 있을 것입니다. 미술이나 음악 하시는 분들도 심리적으로 강한 인내를 요구받는 훈련을 쌓아오셨기에 체육 전공하신 분들처럼 투자심리를 잘 조절하실 수 있으시겠다고 생각됩니다.

문과 vs 이과 주식투자를 누가 더 잘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글을 쓰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군요.
결론은 주식투자에서는 너무 숫자와 공식을 좋아하는 이과적으로 쏠리지 마시고, 너무 두리뭉실하고 인간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문과 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오히려 그 중립지대가 투자에는 더 큰 효용을 만들 것입니다.
(※ 생각해 보면 앞서 언급 드린 투자의 대가들 문과에서 이과 성향으로 살짝, 이과에서 문과 성향으로 살짝 이동하였기에 대가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2023년 8월 11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 (CIIA,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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