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 투자자분들에게 있어 연기금 수급은 매물 폭탄만 쏟아낸 존재로 기억되고 있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동학개미 운동이 한창이던 2020년과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30조 원이 넘는 매물 폭탄을 주식시장에 쏟아냈었기 때문이지요. 이후 연기금 수급은 존재감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든든한 언덕이었던 연기금 수급이 말입니다.
잉? 연기금이 예전에는 든든한 언덕이었다고?
최근 3년여 거의 매일 연기금이 매도세로 일관하다 보니 연기금은 매도만 하는 기관으로 각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연기금 수급은 한국 증시를 지키는 든든한 언덕이었습니다. 위의 자료는 2003년 이후 최근까지의 연기금과 외국인의 누적 순 매매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국인은 시장 상황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극단적으로 반복해 왔지만, 2020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연기금은 꾸준히 한국 주식을 매수하여 왔습니다.
연기금 수급의 절대적인 존재가 국민연금이고 2010년대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연금 운용 자산 내 국내 주식(한국) 비중은 단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니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국내 주식 비중 속에 연기금은 꾸준히 국내 증시에서 매수를 이어갔습니다. 상승장에서도 매수, 하락장에서는 더 많이 매수하였습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목표치는 단계적으로 낮아지기 시작합니다. 2017년에 19.2%에서 2018년 18.7%, 2019년 18%, 2020년에는 17.3%, 2021년 16.8%, 2022년 16.3% 그리고 2023년 올해 목표치는 15.9%가 되었습니다. 매년 0.5%P 낮아졌던 것입니다. 약1,000조 원 운용 자산 고려 시 매년 5조 원씩은 국내 주식 금액이 줄어들어야 하는 셈입니다.
올해 2023년 목표치가 15.9%라면 현재 비중은 부족한 상태 아닐까?
저는 20여 년 전부터 연기금 수급을 꾸준히 조사하고 추적 관찰했습니다. 연기금의 절대적인 존재인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 목표치를 한창 높일 때는 시장에 주는 효과가 어마어마했습니다. 현재는 패시브 중심의 전략이 강해졌지만 2017~18년 이전에는 종목 전체를 매수하면서 2010년대 중소형주 랠리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랜 세월 관찰하던 중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보였습니다.
작년부터 국민연금 내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보다도 제법 크게 밑돌더라도 신규 매수를 강하게 하지 않거나, 아예 손을 놓는 현상이 자주 나타났던 것입니다.
[ 자료 참조 : 기금운용본부 자료 취합 ]
위의 표는 앞서 언급 드린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0년은 실제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보다 높아졌지만, 그 높아진 비중을 낮추기 위해 폭탄 매물을 쏟아내는 액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과 2023년 1분기 말에는 목표치에 제법 크게 미달하는 국내 주식 비중 목표치이지만 매수세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2023년 6월 20일 기준 필자가 추정하기에 국민연금의 현재 실제 국내 주식 비중은 15.1%로 추정됩니다. 이 또한 목표치 15.9%에 비하면 부족한 것이지요. 만약 비중을 맞추기 위해서라면 국내 주식을 수조 원어치 사야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연기금 수급은 현재 이 순간도 팔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섭섭한 수급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국내 주식 비중 감소를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
국내 주식 비중 목표치에 비하여 너무도 낮은 국민연금의 실제 비중을 보면서, 왜 국민연금은 매수를 하지 않나 의아해했습니다. 오랜 고민을 하면서 이런저런 가정도 해 보았었지요.
그런데 요즘 제 머릿속에 정리되는 생각은 국민연금이 자연스럽게 국내 주식 비중 감소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초고령 사회로 들어가는 한국의 국민연금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국민연금 기금이 너무 높은 비중의 국내 주식 보유하면 10여 년 뒤 국내 금융 시장을 혼란의 도가니에 빠트리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리 목표 비중보다도 낮게 유지하면서 꾸준히 낮추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연기금 수급을 분석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을 정도로 작더라도 꾸준히 매도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증시가 크게 상승하면 높아진 국내 주식 비중을 낮추기 위해 또다시 국내 증시에 대량 매물을 쏟아내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적정 수준의 국내 주식 비중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몇 년 동안은 과거 2010년대 증시처럼 연기금이 든든한 언덕 역할을 해 주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2020년 3월이 증시 폭락 때 강한 매수세를 만들었던 연기금 수급이 마지막 언덕 역할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2023년 6월 20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CIIA,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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