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주식에 장기 투자하라 원저자)가 현재 미국 증시에 대해 골디락스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고 합니다. 골디락스라는 용어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의미하는 경제 용어입니다. 그런데 현시점이 정말 골디락스 장세가 진행되는 과정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순간을 골디락스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히려 그 골디락스가 지나고 난 후에야 그때를 그리워할 뿐이지요.
곰 세 마리가 사는 집에 들어간 소녀 골디락스(Goldilocks)
옛날 옛적에 금발 머리를 한 소녀 골디락스(Goldi~locks)는 숲속을 헤매다가 오두막을 발견하였지요. 오두막(사실은 곰 세 마리가 사는 집)에 아무도 없는 듯하여 골디락스는 몰래 들어갔습니다. 배가 고팠던 그때 식탁에 세 그릇의 죽이 있는 것을 골디락스는 보았어요. 첫 번째와 두 번째 죽은 너무 뜨겁거나 차가웠고 세 번째 그릇에 있던 죽은 먹기 딱 적당한 온도여서 골디락스는 세 번째 죽을 맛있게 먹었답니다. (이하 생략)
이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의 죽 상태를 인용하여 경제학이나 금융시장에서는 ‘골디락스’라는 용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적으로는 인플레이션도 적당(저물가)하고 경제 성장(고성장)도 꾸준한 상황.
증권시장 관점에서는 주식시장이 과열되지도 않고 침체하지도 않은 상황을 의미합니다.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가 미국 증시를 평가하며 이 ‘골디락스’에 빗대었던 것입니다.
정작 골디락스는 다 끝난 후에야 인정된다.
지금 현시점에서 뒤돌아보면 2020년대를 제외하고 최근 20년 내 골디락스 시기는 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마도 대부분 사람은 쉽게 2003~2007년 그리고 2009~2018년 초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 당시 주식시장도 전체적으로 온화하였고 경제도 훈훈하였으니 골디락스 시기로 인식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 왜 주식투자를 적극적으로 안 했는지 안타까워하는 투자자도 많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정작 그 시기로 돌아가 보면 사람들은 골디락스라는 용어를 함부로 꺼내지 않았습니다. 간혹 뉴스 기사에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경제가 개판인데!! 증시가 이렇게 혼란스러운데!!”라면서 골디락스 상황을 부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2010년대 투자자들은 2003~2007년 증시나 경제를 골디락스라며 아쉬워하였고, 2020년대 현재 투자자들은 2009~2018년 증시와 경제를 골디락스 시절이었다며 부러워합니다.
마치 부모님의 소중함을 몰랐다가 세월이 지난 후에야 아쉬워하고 후회하는 자식들 마음처럼 말입니다.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난다. 골디락스의 조건 : 회의감!
투자의 대가 존 템플턴 경의 투자 격언 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며, 낙관 속에서 성숙하여 행복 속에서 죽는다”
주식시장의 흥망성쇠를 보다 보면 템플턴 경의 이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듯합니다. 특히, 회의(감) 속에서 강세장이 자라난다는 표현은 골디락스 장세를 떠올리게 합니다.
주식시장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상승만 반복하다 보면, 투자자들은 미래에도 매일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고 결국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면서 결국 빠른 시간 내에 증시가 무너지는 “낙관 속에서 성숙하여 행복 속에서 죽는다”라는 템플턴 경의 격언 뒷부분이 발생하고 맙니다.
하지만, 주식시장과 경제에 대한 회의감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다 보면 주식시장이 뜨거워지려 하다가도 살짝 온도를 식히고 이후 다시 슬금슬금 증시가 상승하다가 과열되려 하기도 전에 회의감이 번지면서 시장은 그 열기를 적당한 온도까지 낮추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필자는 회의감을 강세장이 오래 지속되기 위한 필수 요소라 생각합니다.
2010년대 증시를 뒤돌아보면 회의감과 우려감이 주식시장에 반복되었다 보니 뜨거워지려다가도 적당히 온도가 내려가고 그렇다고 해서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알맞은 온도로 상승하면서 큰 부담 없는 완만한 상승장이 지속되었습니다.
현재 주식시장 : 조금만 흔들려도 투자자들은 회의감과 비관론을 떠올려
올해 증시가 그런대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만들고는 있습니다만, 투자자들의 심리는 그렇지 못하지요. 조금만 증시가 불안해도, 경제 지표가 조금만 나쁘게 나와도 금융시장과 경제 관련 셀럽들은 SNS와 경제 TV 그리고 경제 채널에서 회의론과 비관적인 의견을 쏟아냅니다.
만약 증시 낙폭이 조금 깊어지기라도 하면, 어디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내오고 유튜브 등의 섬네일을 공포스럽게 만들어 군중들을 회의감을 넘어 공포심리에 휘몰아 넣는 경우를 한 달에도 몇 번씩 접하게 됩니다.
솔직히, 저는 이렇게 군중심리를 회의감과 비관론에 휘말리게 하면서 과열되려 하면 적당히 시켜주시는 경제 셀럽분들의 역설적이지만 본능을 자극하는 발언과 행동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증시와 경제가 흥분되기 전에 식혀주기에 오랫동안 증시 온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제레미 시겔 교수의 ‘골디락스’ 발언은 반갑지만 불편한 발언이라 생각됩니다.
시겔 교수의 의도와 달리 골디락스 발언은 결국 장기 상승장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투자자들의 흥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 6월 7일 수요일, 결론 : 증시가 잠시 흔들려도 동요 하지 마시라는 취지이지만….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CIIA,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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