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아닌 듯하면서도 꾸준한 상승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뜨거운 것은 아니지만 제법 따뜻한 증시 흐름이 연이어지다 보니 한쪽 편에서는 증시 비관론에 관한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비관론과 함께 등장하는 통계치 중에는 달러원 환율이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달러원 환율 1,300원이 넘어간 채로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고, 수출입 관련 통계도 불안하게 나오다 보니 비관론의 명분도 클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편 저는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달러원 환율 1,200원 위에서는 증시가 이러했었지?”
작년 가을 나라 망할 듯 치솟던 달러원 환율 : 지금은 완화되었지만, 아직도 1,300원/$
떠올려보면 작년 2022년 가을 금융시장은 채권시장발 위기가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전후 사정은 독자님들께서도 잘 아시기에 추가로 기술하지는 않겠습니다. 결국 당시 채권시장 불안은 달러원 환율을 폭등시켰고 작년 가을 달러원 환율은 단숨에 10%나 상승하면서 1,4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었습니다.
제2의 IMF 사태, 한국발 금융위기 등 극단적인 비관론이 금융시장을 휘감았습니다만 결국 작년 연말 금융당국의 개입 속에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되었고, 달러원 환율은 올해 초 1,200원대 초반까지 밀고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한국의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달러원 환율은 올해 2월 말 이후 1,300원대를 빠르게 넘어섰고 만 3개월여 달러원 환율은 1,300원이라는 고공권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2020년 팬데믹 때보다도 높은 달러 가격이고, 2008년 금융위기, 2000년 IT버블 붕괴, IMF 사태 때 수준의 높은 달러원 환율 수준이기에 달러 가격을 기준으로 한 호사가들의 비관론은 논리적 근거가 있는 듯합니다.
달러원 1,200원/$ 위에서 나타나는 증시 현상 두 가지 : 폭락 or 바닥
[ 원자료 : KRX, 인베스팅닷컴 ]
위의 표는 코스피 지수와 달러원 환율을 함께 표시하고 달러원 환율이 1,200원을 넘겼을 때를 표시한 차트입니다.
2000년 이후 달러원 환율이 1,200원/$를 넘겼던 시기는 2000년 연말~2003년 연초, 2008년 금융위기가 절정에 이르던 그해 가을, 2016년과 2017년 그리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가 있습니다.
저 시기를 보시면서 가만히 당시를 떠올려보시면 달러 가격이 1,200원을 넘겼을 때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났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기억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로, 증시 급락이 발생하였습니다. 달러원 환율이 1,200원을 넘어 치솟을 때, 악재가 큰 것이 터졌을 때는 마치 미쳐 날뛰는 짐승처럼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증시 변동성이 발생하면서 주식시장은 연일 폭락하였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그 시기가 지나 증시를 뒤돌아보면 그때가 증시 대 바닥이었지요.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위험자산인 주식, 특히 한국 주식을 패대기치듯 매도하고,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기에 달러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증시 급락과 달러 가격 폭등이 나타나 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 그 고비가 넘기고 나면 주식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도도한 상승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달러 가격이 고공권일 때는 “감히” 바닥론을 언급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
위에 언급해 드린 상황을 정리하면 달러원 환율이 1,200원 윗선에 있을 때는 어려운 시기는 있지만 결국 기회였다고 정리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만약 우리가 시간을 되돌려 2000년 IT버블 붕괴 피크 시기인 그해 연말 또는 2008년 가을로 돌아가 여의도 대로변에서 “여러분 주식시장이 바닥이에요”라고 외친다면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이 헛소리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달러 가격이 하늘을 날아다닐 때는 감히 바닥론을 언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달러원 환율이 1,300원을 한참 넘어서 있는 현재 상황을 누군가 주식시장 바닥이 잡히는 과정이라 한다면, 대다수 사람은 그의 말을 헛소리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달러원 환율이 은근슬쩍 내림세(달러 가치 하락)를 굳혀가면 주식시장은 바닥에서 이미 제법 높은 곳에 올라가 있겠지요?
증시 바닥이라고 감히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지금 주식시장은 감히 도망갈 때는 아닐 것입니다. 물론, 중간에 큰 부침이 찾아올 수는 있더라도 말입니다.
2023년 5월 22일 월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CIIA,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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