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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에 대한 착각, 상승하기만 하면 어느 순간 가치주가 아닌 버블이 된다.

입력: 2023- 05- 02- 오후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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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에 대한 착각, 상승하기만 하면 어느 순간 가치주가 아닌 버블이 된다.
지난주 8종목 하한가 사태는 결국 주가 조작 사건으로 일파만파 이슈가 커지고 있습니다. 관련된 뉴스가 매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저의 눈을 불편하게 하는 문장들이 가끔 눈에 들어오더군요. ‘가치투자 종목이어서 투자했다’라는 식의 표현이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그들 종목 중 대다수는 주가가 폭등하기 직전만 하더라도 가치주로 분류되기도 했던 종목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관한 뉴스에서 저는 가치투자에 대한 사람들의 착각을 보게 되었습니다.

1990년대, 저PER주 광풍, 저PBR주 광풍

1992년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증시의 문호가 개방된 직후, 한국 주식시장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새로운 투자 분석 기법이라면서 지금은 너무도 친숙한 가치투자 용어인 PER와 PBR이라는 단어가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92~94년 사이 저PER 그리고 저PBR 영역에 들어가 있던 종목들이 랠리를 만들면서 저PER주 광풍과 저PBR주 열풍을 일으키며 당시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당시 저PER주의 대장주였던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전신)의 주가는 18배~19배나 상승하였고 그 당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도 10배 이상 급등하였습니다.

가치투자라는 문화가 유입되었던 것에는 큰 의미가 있었지만, 투자자들이 간과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저PER주가 10배나 급등하면 적정 주가를 크게 넘어서 버블이 되어있을 수 있다는 점을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도 당연하지요?
PER가 3~5배 혹은 PBR 0.1~0.5배 수준으로 매우 저평가된 종목이 단기간에 주가가 10배 상승한다면 PER는 30~50배, PBR은 1~5배로 크게 높아져 자칫 버블 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30여 년 전 있었던 가치투자에 대한 착각이 지금도 그대로 남은 듯합니다.

1990년대 초중반 저PER주 열풍 속에 폭등했던 당시 태광산업의 주가

주가가 급등하기 전 가치주였더라도 급등한 후에는 완장을 바꾸어야 한다.

이익 가치, 자산가치 등 가치투자 지표 관점에서 저평가된 종목에 가치주라는 완장을 달아주었다 하더라도, 주가가 크게 상승하여 누가 보더라도 “이젠 너무 비싼데?”라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가치주라는 완장을 떼고 다른 완장을 채워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가치주가 단기간에 급등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순간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소위 ‘가치 재평가’가 발생하여 주가가 상승한 후 이후 모멘텀을 타고 끝없이 상승하니 이것이 바로 가치투자의 진가라고 말입니다. 결국 주가가 낮은 수준에 있을 때도 가치주라고 부르고, 그 종목이 10배, 20배씩 올라도 가치주라고 부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게 되지요.

마치 30년 전 저PER 열풍과 저PBR 열풍 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 주식을 저PER주, 저PBR주라면서 가치주라 칭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이번 8종목 하한가 사건 관련한 뉴스에 나오는 상황들 속 ‘가치주’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히려 아무리 좋은 가치주라 하더라도, 적정한 수준 이상으로 주가가 상승하게 되면 가치주라는 완장을 떼고 일단 ‘모멘텀 종목’으로 완장을 바꾸어주어야 합니다. 만약 모멘텀이 붙은 상황에서 해당 기업의 실적 성장이 눈에 띄게 강하거나, 새로운 꿈과 희망을 그 회사가 제시한다면 그 회사는 ‘성장주’로 완장이 바뀔 것입니다. 하지만, 가치주였던 종목이 모멘텀을 타고 끝없는 주가 상승을 만드는데 새로운 성장 기대치를 만들지 못하고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만 기대한다면 그 주식의 주가는 버블 영역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즉, 모멘텀이라는 완장도 아닌 ‘버블’이라는 완장으로 바꾸어주어야 하는 것이지요.

버블 영역 : 다단계 논리만이 주가를 설명할 수 있다.

‘저평가 → 모멘텀 → 버블’, 이 과정이 지속되다 보면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으로 기업의 가치를 설명하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발생합니다.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엄청난 펀더멘털 성장을 선반영하는 것일지도 몰라?”

만약 해당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된다면 기업의 가치는 단단하게 올라오면서 해당 주가를 설명하는 명분을 강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펀더멘털 측면의 근거가 없다면 주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유동성이 꾸준히 유입되어야지만 가능한 다단계 논리만이 주가를 설명하는 지경에 이르고 맙니다.
그러다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어느 순간이 되면, 해당 종목의 주가는 단단한 근거가 없기에 원래의 가치로 돌아가고 맙니다.

그러하기에 얼마 전까지 정말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래되는 우량주가 가치주라는 완장을 두르고 있었을지라도 과도한 주가 상승이 있은 직후에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무리 이후 주가가 추가 폭등하더라도 강 건너 남의 일처럼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2023년 5월 2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CIIA,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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