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라는 용어는 이제 주식투자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퀀트 관련한 투자 서적이 주식 관련 서적 베스트 셀러에 등극 되는 경우도 많이 나타날 정도로 개인투자자의 퀀트 투자에 관한 관심은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법 많은 개인투자자가 퀀트 투자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실제 대다수는 수익을 만들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 증시 토크는 오랜만에 평소와 다른 투자 전략에 관한 주제로 준비 해 보았습니다.
시스템트레이딩, 스타일 투자 그리고 퀀트
20여 년 전 성능 좋은 PC와 증권사 HTS가 보급되면서, 선물옵션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시스템트레이딩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이나 메타스톡 같은 외국 솔루션을 이용하는 개인투자자도 있었고 높아지는 개인투자자의 관심에 맞춰 2002년에 당시 대우증권에서 Q-way HTS에 이지랭귀지 기반의 시스템트레이딩 차트가 보급된 이후 시스템트레이딩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이 되었지요. 여기에 대신증권에서 사이보스 트레이더라는 트레이드스테이션 급의 시스템트레이딩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시스템트레이딩은 크게 진화하였었습니다.
한국 개인투자자에게 있어 퀀트의 본격적인 개막은 그즈음부터였다고 필자는 보고 있습니다.
과거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백테스팅을 통해 전략을 분석하고 자신에게 맞는 투자 전략을 만들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다만, 당시 한국 투자 문화에서 퀀트의 개념은 파상 시장에서의 시스템트레이딩 정도에 국한되었던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후 2000년대 중반 가치투자 전성기를 거치면서 가치투자를 시스템화하는 투자 전략이 본격적으로 한국 개인투자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여러 재무지표들, 알음알음 모은 재무정보와 시세 데이터를 활용하여 투자 전략의 성과를 백테스팅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당시 재무학 석사/박사 논문에서나 볼 법한 개념과 연구 자료들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연구되고 공개되고 있었습니다. 그즈음에는 이를 퀀트라는 용어보다는 ‘스타일 투자’라는 용어가 더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물론 해외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퀀트라는 용어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 후 2010년대를 거치면서 퀀트라는 용어로 스타일 투자는 정식으로 불리기 시작하였고, 파이선의 보급과 과거에 비하여 재무 및 시세 데이터를 구하는 것이 매우 쉬워지면서, 퀀트 방식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투자자 또한 크게 늘었습니다.
(※ 저의 투자 인생에 있어 ‘시스템트레이딩 → 스타일 투자 연구 → 퀀트 투자’로의 주식투자 변화 과정을 초반부터 깊이 관여했다는 점은 큰 보람으로 남습니다. )
개인투자자 대다수는 퀀트 투자에 실망하는 이유 3가지
먼 옛날 주먹구구식으로 투자하던 시대에 비한다면, 체계적인 투자 방법이라 할 수 있는 퀀트 방식은 매우 진화된 방법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실제 퀀트 투자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 중 상당수는 퀀트 방식의 투자에 실망하고 있거나 실망하게 될 것입니다.
퀀트라는 연구 방식은 합리적일 수 있지만, 어설프게 알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로직이 공개된 퀀트 전략은 먹을 파이가 크게 줄어든다.
요즘 퀀트 관련한 책이 크게 유행이다 보니, 퀀트 전략을 너무도 쉽게 접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 안에 들어있는 퀀트 전략들의 백테스팅 수익률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지지요.
“그래! 결심했어! 이 투자 방식으로 인생 역전할 것이야!”라면서 마음을 굳게 먹고 그 전략을 실전에 적용하지만, 이상하게도 수익이 책에서 언급하는 것만큼 나오지 않거나 오히려 수익률을 갉아먹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로직이 공개된 전략을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면서 투자자마다 먹을 수 있는 수익 파이의 양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백테스팅 때에는 해당 전략을 사용하는 투자자가 거의 없어서 대박 수익률이 만들어지지만, 그 전략을 10명, 100명, 1,000명, 10,000명이 사용한다고 상상해 보신다면 내 몫으로 떨어지는 파이가 얼마나 빠르게 줄어드는지 상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20여 년 전, 선물 시스템트레이딩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HBO(1 Hour Break Out) System이 유행했었습니다. 필자도 애용했었고 처음에는 수익이 만들어졌지요. 하지만 그 전략이 책을 통해 유명해지고 심지어 모 시스템트레이딩 솔루션에서도 기본 제공된 후에는 수익은커녕 손실만 만드는 전략이 되고 말았지요.
사실 저는 퀀트 관련한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될 때마다, “퀀트 전략이 한동안 먹히지 않겠구나”라며 걱정하곤 합니다.
둘째, 과최적화의 오류를 간과하는 개인투자자
퀀트 방식으로 연구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인생의 사다리를 만난 것만 같은 대박 전략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y=x^2 함수 곡선처럼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수익 변동도 없는 완벽한 전략을 찾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전략 중 대다수는 실전에 투입하자마자 손실만 만들고 맙니다. 바로 과최적화의 오류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과최적화의 오류는 보통 모멘텀 전략이나 동적 자산 배분 전략과 같은 능동적인 전략 연구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이런저런 조건들을 붙이다 보면 과거 데이터로는 완벽한 수익률을 만드는 매매 로직이 완성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략이 실전에 투입되면 새로운 주가 흐름에서는 맞아떨어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마치, 패션 모델 몸에 맞춘 옷을 제가 입는다면 옷이 망가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의 퀀트 로직에서도 종종 관찰됩니다. 자신 있게 내놓은 전략이 시간이 흐를수록 실망스러운 예도 있는데 보통 모멘텀 전략이나 동적 자산 배분 전략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최적화의 오류가 발생하였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셋째, 완벽한 전략이라 하더라도 결국 대다수 개인투자자는 이를 무시한다.
학창 시절 영어 선생님들의 멘트 중에는 이런 말이 종종 있었습니다. “밑줄 쫙~~ 동사 ~~문법, 하지만 여기는 예외적 케이스, 의역해야 한다!”
이런 비슷한 상황이 퀀트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에게서 자주 발생합니다. 아무리 100% 완벽한 투자 전략을 본인이 스스로 만들었다고 해도 말입니다.
일시적으로 출렁이는 수익률에 겁을 먹고 전략을 포기하기도 하고,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조건을 추가하면서 과최적화 오류를 만들기도 합니다.
혹은 요즘 2차전지 차별화 장세처럼 특정 종목만 폭등하는 시기를 만나면 눈이 뒤집혀, 전략을 무시하거나 잠시 내려놓고 말지요.
“밑줄 쫙~~ 여기는 예외적 케이스~ 그때그때 달라요~”
“사람이 유도리가 있어야지” (※일부러 융통성이 아닌 ‘유도리’로 표현했습니다.)
“새로 나온 퀀트 책에 나온 대박 전략이 더 좋다고!!!”
아마 퀀트 방식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중 상당수는 앞서 언급해 드린 함정에 빠져있을 것입니다. 그 외에도 더 다양한 이유로 개인투자자 중 대다수는 퀀트 방식에 실망하고 있거나 실망하게 될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감정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앞의 상황들만 살짝 피하고, 좋은 전략을 세운 후 그 기준을 누군가 잡아주면 좋을텐데, 안타깝지만 우리 인간 투자자는 나약한 존재이기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결국 아무리 좋은 퀀트 전략을 찾아도 과거 선배 개미와 비슷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퀀트 투자에 실망하는 투자자만 늘어날 뿐이지요.
2023년 4월 20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CIIA,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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