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ance Roberts
(2023년 3월 21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양적완화”(QE)는 지난 10년 동안 강세론자들의 귀에 들리는 감미로운 “유혹의 노래”였다. 그렇다면 “양적완화인 듯 양적완화 아닌” 것도 동일한 효과를 낼까?
지난주 은행 파산이 잇따르자 미국 정부 기관들은 잠재적 은행 위기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재무부, 연준은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으로부터 무보험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250억 달러 규모의 ‘은행 기간 대출 프로그램’(BTFP)을 발표했다. 이어서 11개 주요 은행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NYSE:FRC)에 300억 달러의 무보험 예금을 투입했다. 연준과 재무부의 보증이 없었다면 이러한 예금은 없었을 것이다.
BTFP의 세부사항은 연준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추가 자금은 새로운 은행 기간 자금지원 프로그램(BTFP)를 통해 제공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은행, 저축협회, 신용조합 및 기타 적격 예금 기관에 대해 미국 국채, 기관 부채 및 모기지 담보 증권, 기타 적격 자산을 담보로 최대 1년간의 대출을 제공한다. 해당 자산은 액면가로 평가된다. BTFP는 우량 증권에 대한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원이 될 것이며, 기관이 위기 상황에서 해당 증권을 신속하게 매각할 필요가 없게 된다.”
“재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재무부는 거래소 안정화 기금(Exchange Stabilization Fund)에서 최대 250억 달러를 BTFP 지원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연준은 이 지원 기금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
연준으로부터의 차입이 1,520억 달러나 급증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은행들은 이 프로그램을 재빠르게 활용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주간 차입금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의 중요성은 금융시스템에 최대 2조 달러를 투입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블룸버그 런던의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조글루(Nikolaos Panigirtzoglou)를 중심으로 한 전략가들은 수요일 투자 메모에서 “연준의 BTFP의 사용 규모가 클 것”이라며 “최대 규모의 은행들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가능성은 낮지만, 최대 사용 규모는 2조 달러에 가까우며, 이는 5대 은행을 제외한 미국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의 액면가와 맞먹는 금액”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JP모건 같은 주요 은행은 연준의 대출 프로그램에 대한 오명 때문에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 은행 시스템에는 약 3조 달러의 준비금이 있고, 그중 상위 5개 은행이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지난주 분석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연준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담보 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발생시켰다. 이로 인해 대출/채권 포트폴리오를 헤지하지 않은 일부 은행들은 ‘뱅크런’ 발생 시 예금을 충당할 수 있는 담보가 충분하지 않았다.”
아래 차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은 은행 지급준비금을 축소시킨다.
은행들의 유동성 수요로 인해 연준은 “진퇴양난”에 놓이게 되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BTFP는 “양적완화가 아닌 것”으로 위장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투자자 조건화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 파블로프의 조건화 또는 반응적 조건화라고도 함)는 강력한 자극(예: 음식)이 이전에 중립적이었던 자극(예: 종소리)과 결합되도록 만드는 학습 절차를 의미한다. 파블로프는 중립적 자극을 주면 개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강력한 자극을 기대하며 침을 흘리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심리적 “결합”(pairing)에서 비롯된다.
2010년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연준의 책임에 “부의 효과”를 창출하는 “세 번째 책무”를 추가함으로써 금융시장에 대한 “중립적 자극”을 도입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과거에 금융 상황을 완화시켰고 지금까지는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이러한 추가 조치를 예상하기 시작하면서, 증시는 상승하고 장기 금리가 하락했다. 금융 상황 완화는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예를 들어, 모기지 금리가 낮아지면 주택 가격은 더 저렴해지고 재융자를 받을 수 있는 주택 소유자가 더 많아지게 된다. 또 회사채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가 촉진될 것이다. 증시가 상승하면, 소비자 자산이 증가하고 자신감이 높아져 지출을 늘릴 수 있다. 지출이 늘어나면 소득과 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이러한 선순환을 통해 경제 확장이 뒷받침될 것이다.”
-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2010년 10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
중요한 것은 조건화가 작동하려면 “중립적 자극”이 도입된 이후 “강력한 자극”이 뒤따라야 “결합”이 완료된다는 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연준이 매번 “양적완화”라는 중립적 자극을 도입할 때마다 증시는 상승(강력한 자극)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확대함에 따라 자산 가격이 상승했다.
많은 사람들이 연준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연준 대차대조표 변화와 시장 간 상관관계는 87%에 육박한다는 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제시한다.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종소리”를 기대하면서 연준 FOMC에 매달린다. 파블로프의 용어를 빌자면 “결합이 완료”된 것이다.
BTFP는 양적완화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BTFP는 양적완화가 아니다. 그러나 금융 유동성을 줄이려는 연준의 노력에 역행하는 조치다. 아래 차트에서 볼 수 있듯이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지난주부터 급증했고 지난 6개월간의 긴축을 되돌렸다.이러한 유동성의 반전은 최근 은행 부문의 안 좋은 상황을 고려할 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지난 금요일 JP모건은 미국 은행들이 5,500억 달러 정도의 예금을 상실했다고 발표했다. 투자자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고 지역 은행에서 주요 은행으로 자금을 이체했다. 이는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이미 가치가 하락한 담보에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주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발표에서 큰 그림은 미국 은행 시스템이 연준으로 하여금 단 일주일 만에 대차대조표를 확대하고 4,400억 달러의 준비금을 투입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 유동성 투입은 2021년 말 이후 1조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준비금 긴축 중 33%를 되돌릴 수 있는 규모다. 이러한 은행 시스템 유동성 또는 준비금 수요 증가는 연준이 양적긴축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자연스럽게 제기하며, 이는 2018/2019년과 비슷하다.”
새로운 자금이 유입된 것이 아니므로 양적완화는 아니다. 은행들의 적격 자산은 연준의 대출 기구인 재할인창구(discount window)에서 대출을 담보한다. 연준은 담보를 매입하지 않는다. 대출이 상환되면 담보는 은행에 반환되고,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다시 축소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프로그램은 연준이 “종을 울린 것”이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반복해서 언급했듯이 연준이 “무언가를 망가뜨리는 것”이 시간 문제였다는 부분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현재의 모멘텀으로 인해) 경제와 시장은 금융 중력의 법칙을 거스를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상승하면서 경제활동에 제동을 거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높은 금리는 부채 비율이 높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금리인상 캠패인의 결과는 꽤나 분명하다.
지난 주말 동안 연준은 UBS의 크레디트 스위스 인수 후 “달러 스왑 라인”을 개설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연준이 달러 스왑 라인을 재개하면 금리인하부터 “실질적” 양적완화 및 기타 통화정책 지원까지 나머지 프로그램이 뒤따르게 된다.
연준이 만든 상황
예전에 언급했듯이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거나 “금융 안정” 명목으로 금융 시스템을 다시 구제하는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전적으로 연준의 책임이다.
2020년 10월, 필자는 닐 카시카리(Neel Kashkari)의 주장이 틀렸으며 연준이 팬데믹 이후 경제에 대규모 부양책을 투입함으로써 실제로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고 있다는 글을 썼다. “도덕적 해이”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보험 등을 통해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경우 위험에 대비할 유인이 부족한 것”
당연하게도 제로 금리, 가계를 지원하는 5조 달러 규모 재정정책, 매달 1,200억 달러의 양적완화는 “위험자산”을 소유하는 모든 “위험”을 제거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은 급등하고 투기적 위험감수 투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통화정책, 재정정책, 제로 금리 정책이 뒤집히면 “위험에 대비할 유인의 부족”, 즉 도덕적 해이는 문제가 된다.
이 모든 것은 연준이 한 일이다.
세기가 바뀐 이후 연준은 금리인하와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금융 시장을 반복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다. 디플레이션 압력 덕분에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그러나 인플레이션이 1980년대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연준이 금융 안정에 집중할 경우 또 다른 인플레이션과 금리 급등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집중하면서 금리를 계속 인상한다면, 금융 안정에 균열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연준이 어떤 경로를 선택할지는 모르겠지만, 시장 상승 여력은 없어 보인다. 애초에 연준이 초래한 “도덕적 해이”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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