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도떼기시장처럼 주식시장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위아래로 요란하게 움직이는 요즘입니다. 거의 20개월에 이르는 기간 조정 중이다 보니, 1월과 같은 반등에 투자심리가 고양되기에는 한계가 있지요. 한편 증시가 흔들리면 다시 무너질까 두려움에 떨게 되는 것이 작금의 주식시장 현실입니다.
원래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주식시장인데 긴 기간 조정과 요동치는 배처럼 혼란스러운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결국 투자자들을 단기 투자자로 바꾸게 만들지요.
조정장, 증시 조정이 길어지며 단타 개미 급증하게 된다
주식시장에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존재합니다. 가치투자자가 있지만 한편 모멘텀 투자자도 있고, 재료만 믿고 액티브하게 투자하는 이들도 있지만, 재료를 심사숙고하여 투자하는 투자자도 있지요. 그리고 투자 기간 관점에서 보면 언제나 중장기 투자자도 있지만, 단기 투자자도 많이 있습니다.
보통 상승장이 지속될 때는 투자자들이 중장기 투자 성향으로 바뀌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 이유는 짧게 매매하는 것보다 진득하게 오래 들고 있을 때 더 큰 수익을 만든 경험이 늘어나다 보니 상승장이 오래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중장기 투자자의 비중이 커지게 됩니다.
(ex, 미국은 장기 증시 상승이 자주 발생했다 보니 장기투자를 정석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반대로 가격 조정이 깊게 발생하는 하락장 또는 재미없는 기간 조정이 오랜 시간 반복되고 늘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은 중장기 투자에 회의감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미국 투자의 대가들이 우량주를 장기 투자하는 것이 정석이라 하여 그렇게 했는데 역시 한국은 안 되겠군!”
아마, 2021년 하반기 이후 20개월 가까운 기간 조정이 발생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 늘어나고 계시리라 짐작됩니다. 오히려 중요 시점마다 액티브하게 매도하고 다시 재매수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들을 보다 보면 액티브하게 매매하는 것이 투자의 정답이라고 점점 생각하는 개인투자자가 늘게 되지요.
결국 조정장이 길어지다 보면, 시장에서 활동하는 투자자 중 상당수가 단기 투자 성향으로 바뀌어 갑니다.
(※ 그와 함께, 그 반대 극단에서는 비자발적인 장기투자자 또한 늘어나면서 투자를 포기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납니다.)
주요 조정장에서 나타났던 실화: 2000년 초반 개인투자자
1999년 IT버블로 증시 광풍이 발생하던 때 개인투자자의 문화에는 미국처럼 장기투자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 IT버블 붕괴를 경험하고 이후 수년간 증시 급등락 속에 기간 조정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한국에서는 장기투자가 의미 없다는 회의하고 단기 투자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개인투자자의 변화 흐름은 이러했지요. (주식시장 오래 계셨던 분들은 기억이 나실 겁니다.)
중장기 투자자 → 한 달 단위 단기 투자로 전환 → 1주일 단위 스윙 투자 → 하루에 몇 번씩 투자하는 스캘핑 투자 → 선물시장에서 더 짜릿하게 스캘핑 → 옵션시장에서 더 화끈하고 아찔하게 스캘핑
주식투자를 하던 필자의 지인 중에도 이런 단계를 밟으면서 투자 스타일이 변해가던 이들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즈음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주식투자 대회에서 엄청난 수익률을 만들면서 1등 하던 개인투자자들이 많았었습니다.
지인들은 투자대회에서 1등 하는 이들을 동경하면서 점점 더 액티브한 단기 투자자로 변해갔습니다.
단기 투자: 개인투자자는 90% 이상이 손실을 만들고 만다
[ 자료: 시간을 이기는 주식투자 불변의 법칙, 이성수 저 ]
기본적으로 단기 투자는 직간접적인 거래 비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매매 수수료와 증권거래세와 같은 직접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비용이라 할 수 있는 호가 갭에 따른 스프레드 비용, 자신의 매매로 인하여 가격이 심각하게 변동하는 Market Impact Cost 등 다양한 직간접적인 비용들이 작용하다 보니, 매매 횟수가 늘면 늘수록 수익률은 점점 낮아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직간접적인 거래 비용이 총 0.5%P라고 한다면, 하루에 1번만 매매하여도 1년 240회 거래하면 단순 계산으로 120%P에 이르는 높은 비용률(손실률)을 기록하고 말지요. 여기에 단기 투자자의 경우 신용융자와 같은 레버리지 자금을 기본으로 사용하다 보니 그에 따른 이자 비용 또한 추가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기본비용을 넘기면서 수익을 꾸준히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단기 투자 성향을 보인 투자자 중 대다수는 매매 자체의 승률이 높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손실만 쌓이는 늪에 빠지고 맙니다.
대략 90% 이상의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보고, 단 10%만이 수익을 만드는데, 1%만이 대박 수익률을 만든다는 씁쓸한 말도 있지요.
특히 2010년대 이후 단기 투자는 AI의 영역, 인간의 힘으로는 한계
과거 2009년 영화 작전(주인공 고 박용하)에서 보면 ‘단기 투자의 대가’라는 이가 등장하는데, 자신만이 사용하는 특수 마우스와 키보드를 써야만 한다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당시에는 그런 분들이 제법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빨리 마우스와 키보드를 프로게이머처럼 써야 했으니 말이죠.
하지만, 2010년대를 거치면서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그렇게 인간이 손으로 단기 투자하는 것은 AI의 사냥감이 될 뿐입니다. 고빈도거래(HFT) 알고리즘들은 시장의 왜곡을 찾아내어 프로그램 코드가 사람이 낼 수 없는 매우 빠른 광속과 가까운 속도로 순식간에 주문을 발생시키지요.
(ex, 선물-현물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모두 프로그램이 합니다. 사람이 할 수 없어요.)
2016년 알파고 사태 이후 금융시장 환경은 단기 투자의 세계는 AI가 지배한다고 봐야 하는 수준이고, 최근 chatGPT와 같은 알파고보다 몇 단계 더 진화된 AI 시대에서는 초단기 투자 시계열로 갈수록 인간이 수익을 만들 수 영역이 거의 없다고 보셔야 할 것입니다.
아마, 초단기 매매 세계는 HFT 간의 전쟁이지 그 안에 인간 단타 쟁이는 그저 고래 싸움에 낀 새우일 뿐이지요. (물론 그 안에서 군계일학의 개인투자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괜히 말이 빙빙 돌았군요. 이렇게 요약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최근 주식시장이 어렵고 혼란스럽다 보니 단기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설프게 단기 투자의 세계에 들어간 인간 투자자는 그저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T1000과 같은 무자비한 인공지능의 먹잇감이 될 뿐입니다. 오히려 AI가 놀 수 없는 영역에서 답을 찾으려 하시는 게 맞지 않을까요?
물론 투자에 정답은 없지만 말입니다.
2023년 2월 16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CIIA,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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