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를 시작하면서 투자 관련 용어로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과 재무적 독립과 조기 은퇴를 의미하는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가 흔한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TV 예능을 보더라도 FOMO, FIRE라는 단어를 쉼 없이 볼 수 있었을 정도였지요.
하지만 불과 2년 사이에 FOMO 증후군과 FIRE는 쏙 사라진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보면서 저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남들이 투자하는 그곳에 내가 투자하지 않다 보니 느끼는 공포(FOMO)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선사시대 이전부터 우리의 DNA에 쌓인 본능에는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해야 하는 본능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선사시대에는 그래야만 생존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지요. 남들과 다르게 혼자 숲속 길을 홀로 걸어 다니면 맹수에게 잡아먹혔을 터이니 말입니다.
현시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에서 어떤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그 어떤 투자에 본인이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큰 박탈감을 느끼는데 이를 FOMO(Fear Of Missing Out)증후군이라고 합니다.
2020년대 초반을 보내면서 주식투자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에게서 FOMO 증후군이 발생하였고, 너도나도 주식시장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현시대에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1700년대 사우스시 컴퍼니 버블이 세상 끝을 모르고 커지고 있을 때 과학의 대가 아이작 뉴턴 또한 FOMO 증후군에 빠져 사우스시 컴퍼니 버블을 상투에 잡았을 정도이니 FOMO 증후군은 머리가 좋든 나쁘던 모든 이들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주식시장, 부동산 시장, 코인 시장 및 모든 투자 대상에서 2020~21년 FOMO 증후군은 절정에 이르렀었지요.
조기 은퇴에 대한 갈망 FIRE: 너도나도 재무적 독립과 조기 은퇴를 꿈꾸었지만
FOMO 증후군과 더불어 2020년 들어 얼마 전까지 FIRE(재무적 독립과 조기 은퇴) 열풍이 사회적으로 대단하였습니다. 내 친구 아무개는 투자로 큰돈을 벌어 FIRE를 완성하였는데 자기는 무엇을 했느냐며 자책하면서 FOMO 증후군에 빠진 상황들을 범사회적으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났습니다.
FIRE를 완성한 이들에 대한 유튜브 영상과 SNS 글들이 그 어느 시대보다도 넘쳐났던 것이 2020년대 초반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FIRE는 예전부터 있었던 용어이긴 합니다.
20여 년 전 2000년대 중후반 투자 열기가 뜨거워질 즈음, 10억 만들기 열풍이 있었습니다.
금융자산 10억 원이 있다면 당시 예금이자율과 근검절약을 통해 재무적 독립이 완성할 수 있었다 보니 FIRE보다는 약하지만, 재무적 독립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2020년대 보았던 것처럼 광풍이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가능성이 있는 사람 중에 제법 많은 수가 재무적 독립을 고려했다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거 2000년대 중후반 그리고 2020년대 초반 재무적 독립 또는 FIRE라는 말이 범사회적으로 통용될 즈음에는 모든 투자 대상들이 상투에 접어들었을 때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2020년~2021년을 보내면서 주식시장, 코인 시장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과거 2007년에도 그러하였습니다.
그리고 FIRE와 FOMO 증후군 유행어는 수면 아래로 쏙 내려가다
작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공중파 TV 예능에서 FOMO 증후군 또는 재무적 독립&조기 은퇴(FIRE)가 나오는 자막을 어렵지 않기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을 보내면서 점점 보기 힘든 용어가 되어가더군요. 그리고 점점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영상 중에도 FIRE나 FOMO 증후군을 키워드로 한 영상들이 크게 줄어든 것이 체감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작 재무적 독립을 완성한 이들이라 하더라도 모든 투자 대상이 급락하는 시기로 인하여 예상치 않는 생활고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Y=aX 방정식처럼 자산이 우상향하며 늘어나야 생활비가 충단되는데 Y=-aX 와 같은 투자자산감소가 발생하니 긍정적인 시나리오로 세워두었던 FIRE 공식이 모두 깨지고 만 것입니다.
즉, 혹시나 모를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고 만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한두 해 전만 하더라도 투자로 큰 재산을 불린 지인들을 FOMO 증후군까지 느끼며 부러워하던 사람들은 이제 오히려 부러워하기보다는 측은지심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나는 그래도 근로소득이라도 있지….”
“나는 그래도 OOO 투자한다고 큰 빚은 지지 않았는데.” 등등
아이러니하게도, 장기적인 기회가 그때 만들어지지만
그런데 말입니다. 정작 다른 사람들이 FOMO 증후군이 느껴질 정도로 FIRE를 완성한 이들의 경우 군중들이 투자에 관해서 관심을 주지 않을 때 묵묵히 투자의 길을 계속 걸은 이들이란 점입니다.
사람이 없는 고요해진 산길처럼 투자의 세계에는 경쟁할 다른 투자자들이 줄어들고, 눈앞에 헐값에 버려진 흑진주와 같은 종목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수년 뒤에는 다시 FOMO 증후군과 재무적 독립과 조기 은퇴(FIRE)라는 말이 유행하겠지요.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그 고독한 투자자를 부러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2023년 2월 1일 수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CIIA,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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