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란 것이 참으로 무섭습니다. 최근 레고랜드 ABCP 발 회사채 시장 대란으로 많은 기업이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은 주식시장에서의 빚투 자금들도 비슷할 것입니다. 증시 침체 속에 빚투 자금의 척도인 신용융자 잔액이 올해 초대비 6조 원 가까이 감소하긴 하였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원하는 수준으로 빚투 감소 속도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증시 바닥까지 시간을 더 필요로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초 대비 6조 원 감소한 신용융자, 하지만
신용융자 잔고는 모든 빚투 자금 중 매일 공시되는 가장 명확하고 통계자료입니다. 자주 강조해왔던 것처럼 빚투 자금은 신용융자뿐만 아니라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 스탁론, 엄마아빠에게 빌린 돈, 친구에게 빌린 돈 등등 다양한 형태가 있기에 전체 규모를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추이를 신용융자 잔액 통계를 통하여 미루어 짐작 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신용융자 잔고가 증시하락 속에 올해 초 23조 원 수준에서 최근 16조 원 수준까지 29% 이상 감소하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신용융자와 빚투의 절대적인 규모가 줄어들었다는데에는 의를 둘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필자가 계산하며 추적하고 있는 예탁금 대비 신용융자 비율로 볼 때 빚투 감소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예탁금은 신용융자와 같은 빚투가 강제청산 또는 반강제적으로 매도를 쏟아낼 때 시장을 방어할 수 있는 일종의 총알 역할을 해 준다고 봅니다. 예탁금이 충분하여 예탁금 대비 신용융자 비율이 낮은 편이라면 증시 부담이 적겠지만, 예탁금 대비 신용융자 비율이 높다면 증시 돌발 상황 발생 시 허무하게 증시 하방 또는 개별종목에서는 급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위의 표는 이제 우리 독자님들에게 친숙하실 것입니다. 한 달에 몇 번씩은 보여드리는 예탁금 대비 신용융자 비율 도표입니다. 이 자료를 보시면 예탁금 대비 신용융자 비율이 40% 선을 넘을 때는 부담스러운 수준, 30% 정도일 경우 부담이 적어진 중립 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혹시나 증시가 급락하여 20% 수준까지 내려가면 증시는 진짜 “찐!” 바닥을 만듭니다. (이런 상황은 너무도 괴로운 급락이 동반되기에 절대 발생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표에 우측을 자세히 보시면 예탁금 대비 신용융자 비율이 살짝 올라가고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말 37% 선에서 10월 초 32%까지 낮아졌습니다만, 22년 10월 24일 기준 33.7%까지 다시 올라왔습니다.
10월 들어 신용융자 잔고가 9천여억 원 가까이 감소하였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시장에서의 총알이라 할 수 있는 고객 예탁금이 9월 말 이후 2조 5천억 원 이상 감소하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예탁금 감소와 발맞추어, 신용융자가 더 빨리 감소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오히려 최근 며칠 동안은 소폭 증가하였다 보니 신용융자 비율은 하락하지 못한 것입니다.
돌발상황 발생 시, 엄호 사격에 한계가 있다
최근 시중 금리가 급등하면서 저축은행 금리가 6%대 중반까지 치솟는 등 주식시장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반복되다 보니 예탁금 감소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주가 하락에 따른 피로감은 투자자들을 주식시장에서 떠나게 만들면서 예탁금 감소를 부채질 하는 상황이지요.
올해에만 전년 말 대비 –30% 이상, 20조 원 넘게 감소한 예탁금 상황을 본다면 신용융자(빚투) 자금 감소는 너무도 느리다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칫 증시에 돌발상황이 다시금 발생하면 예탁금이 엄호 사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빚투 자금 스스로가 붕괴하면서 투매하거나, 마진콜에 따른 반대매매와 강제청산이 재차 발생할 때 개별종목들의 주가 급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나마 최근 외국인 매수가 들어오고 있기에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들은 그런대로 견뎌낸다고 하더라도 개별종목과 코스닥 시장은 엄호 사격을 해 줄 자금이 부족하기에 투매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요.
쫓기는 투자자금이 크게 줄어들 때, 시장은 진짜 바닥을 찾아갈 것
증시가 여기서 더 무너질 것이냐 아니면 치고 올라갈 것이냐에 대한 정답을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가 조금 마음 편하게 현재 증시를 본다면 빚투 자금 대비 취약한 예탁금 규모가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빚투 자금은 쫓기는 처지입니다.
만기라는 시간에 쫓기고, 강제청산이라는 가격에 쫓기고, 투자자 스스로에 쫓길 수밖에 없지요.
주가는 ‘겁쟁이가 만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승이든 하락이든 쫓기는 처지의 투자자가 급하게 호가를 던지면 그 가격이 주가가 되고 현재 증시 상황에서는 쫓기는 투자자가 급하게 매물을 집어던지면 급하게 하락한 가격이 주가가 되고 맙니다.
(※ 아파트 시장에도 비슷한 말이 있지요. “너희 아파트 단지 가격은 가장 빚이 많은 사람이 던진 가격이다”)
매일, 필자는 신용융자 잔고와 예탁금 통계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유의미한 빚투 자금의 감소가 있다면, 시장은 시간은 걸리더라도 바닥을 잡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용융자 금리가 10%를 넘기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빚투가 증가한다면 저는 한숨을 쉬고 있겠지요.
그나마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증시에서 작게라도 매수하고 있단 점에서 코스피 대형주는 그나마 선전하겠지만, 개별종목에서는 각자만의 쓰린 사연들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2022년 10월 26일 수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및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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