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조정이 길어지고 깊어지는 가운데 2년 전 코로나 쇼크 당시 조성되었던 10조 원대의 증시 안정 펀드 집행에 대한 뉴스가 매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증안펀드를 집행해야 할지를 고려하는 회의를 위한 검토가 있을지도 몰라”라는 식의 농담이 돌 정도로 증안펀드 이야기는 계속 반복되었지만, 구체적인 가능성은 지난주 급락 후에 구체화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증안기금이 집행되기 시작한다면 과연 증시는 바닥을 잡아줄까요?
증시 안정 펀드의 구체적인 계획들이 10월에 속속 올라오곤 있는데
2년 전인 2020년 3월 코로나 쇼크 당시 10조 원대로 조성된 증시 안정 펀드가 설정되긴 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증시가 워낙 빠르게 급등하면서 실제 증시 방어를 위한 매수 집행을 하지 못하였지요.
증시 안정 펀드에 관한 키워드 검색 트렌드를 살펴보면 당시 시장에서 증시 안정 펀드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년여 잊혔던 증안펀드는 증시 조정 속에 서서히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요구가 늘어나며 지난 9월 말부터 검색 트렌드가 높아졌습니다.
(※참고 : 증안펀드, 증안기금 키워드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옵니다.)
이런 관심 속에 금융당국은 증시 안정 펀드 집행에 관한 계획을 준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워낙 급하게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빠른 결정이 없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은 “고려를 하기위한 회의를 위한 검토만 하고 있다”라며 답답해하였지요.
그런데, 답답했던 상황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속속 뉴스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10월 중에 집행한다.”. “초기금액 8,800억 원 가능”, “공매도 금지안 동시 진행”, “채권안정 기금도 같이한다.” 등 구체적인 계획안이 등장하다 보니, 증시도 서서히 바닥을 잡아가는 분위기입니다.
단적으로 오늘 아침 한국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하여 상대적으로 선방하다 못해 상승을 일시적으로라도 만드는 이유는 증안펀드의 집행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증안펀드 출동하면, 증시는 안정될까?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증안펀드가 집행되면 증시가 과연 바닥을 잡을 것인가라는 점이 변수일 것입니다. 이를 확인하는 데 있어 과거 선례는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어줄 것입니다. 한국증시에서 증안펀드(또는 증시안정기금 등)가 시행된 사례는 총 4차례 있었습니다.
첫 번째, 1990년 5월~96년 5월까지 3저 호황 붕괴 후의 증시 방어 (4.85조 원)
두 번째, 2003년 2월~07년 8월까지 카드 대란 부실 사태 (4천억 원)
세 번째, 2008년 11월~2012년 3월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5,150억 원)
네 번째,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10.7조 원): 증시 급반등으로 집행은 못 함
역대 증안펀드가 설정되고 집행된 시기의 증시 흐름을 알아보기 위하여 코스피 종합주가지수에 증안펀드 활동 시기를 청색 블록으로 표시하여보았습니다. 대부분은 절묘하게 증시 바닥에서 시작되었고 증시 고공권에서 마무리되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의 시기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로 1990년~96년 시기를 보자면, 증시안정기금 초반 2년여는 증시 바닥을 잡았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심지어 그해 10월 10일(1990년)에 깡통 계좌 일제 정리 사태라는 한국증시의 흑역사가 기록되기도 하였지요. 다만, 증안기금이 설정되고 청산된 시기를 보면 전체적으로 바닥 권역이었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2003년에 출범한 증시안정기금은 거의 진 바닥 부근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출범 후 한 달 후인 2003년 3월에 증시는 진 바닥을 잡았고, 상승장을 끝까지 따라가다가 최고점인 2007년 8월 마감되었습니다. 이 기간 주가지수가 거의 4배 이상 상승하였으며 최저점 매수 후 최고점 매도라는 아름다운 기록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세 번째 출범한 2008년 증안펀드는 금융위기 피크 직후에 집행하기 시작하고 3년 반 후 청산되는데 이 기간도 주가지수가 갑절 이상 상승하였으니 증안펀드가 진 바닥 잡은 사례라 하겠습니다.
네 번째 2020년 3월의 증안펀드는 설정만 하고 집행하지 못하였을 정도로 증시 진 바닥에서 설정되었습니다. 이후 주가 상승은 정말 극적이었다 보니 집행하지 못한 증안펀드 선례로 남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과거 네 번의 증안펀드 사례를 보면 이렇게 정리를 내려볼 수 있을 듯합니다.
끝까지 고려하다가 효과가 극대화될 때 출범하더라
과거 기억을 되짚어보면 2020년 3월, 2008년 가을 당시 증안펀드를 설정하는 회의를 검토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태웠었습니다. 속 시원하게 증안펀드가 집행된 것이 아니라 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지요.
이번 2022년 10월 증안펀드 집행까지도 그런 모습이 엿보입니다.
어쩌면 그런 고민 후에 집행이 결정되기에 증안펀드가 집행되면 시장 반응은 단기적으로 강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때 자산 배분 전략상 부족한 국내 주식을 매수해야만 하는 연기금의 매수세까지 들어온다면 효과는 배가되겠지요. 물론 대외적으로 미국의 긴축이 강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호락호락하게 상승장을 내어주지 않고,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증안펀드가 설정되고 수년이 지난 후에는 그때가 진짜 바닥권이었다고 평가되었단 점에서 증안펀드 집행은 중요한 마일스톤을 찍을 듯합니다.
물론 증시는 앞날을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일방적으로 깡패(증시 급락)에게 두들겨 맞고 있는데 옆에서 타이슨과 같은 친구가 등장한다면 조금이나마 든든해지지 않을까요?
2022년 10월 17일 월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및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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