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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가 제로섬 게임이라고?

입력: 2022- 09- 02- 오후 04:05

개인투자자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주식투자는 결국 제로섬 게임이다”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합니다. 그리고 제로섬 게임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수익을 만들기에 개인은 이길 수 없다고 합니다. 특히 증시가 약세장이 반복될 때 주식투자는 제로섬이라는 말이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많이 회자 됩니다. 하지만 주식투자는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파생시장은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긴 한데

제로섬 게임은 시장 안에서 투자자들의 손익을 합치면 결국 Zero(0)가 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개념은 파생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매수 포지션과 정반대인 매도 포지션의 손익을 합치면 결국 제로가 되게 됩니다. 누군가는 벌면 그만큼 누군가는 잃은 상태가 바로 제로섬이지요. 파생시장 외에도 도박판도 제로섬 게임입니다. 영화 타짜에 고니가 돈을 땄다면 아귀는 그만큼 잃으면서 손익을 합치면 제로가 되고 말지요.

그런데, 엄밀하게 따져보면 파생시장은 제로섬은 아닙니다. 매매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비용이 외부로 유출되기에 결국 포지션들의 손익 합은 마이너스를 만들기에 마이너스 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다시 도박판에 비유를 드리자면, 영화 타짜에서 고니가 돈을 아귀에게서 따고 장소 제공한 선장에게 자릿세를 조금 떼어줄 터이니 고니와 아귀의 손익 합은 결국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되지요.

즉, 파생시장에서는 제로섬의 개념(어쩌면 약간의 마이너스 섬)이 맞습니다. 하지만 주식투자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주식투자는 장기적으로 플러스섬 게임(Plus-sum game)

주식시장은 등락은 있지만 결국 가치를 따라 움직인다

개인투자자 중 상당수는 위에 설명해 드린 상황을 떠올리며 주식투자도 제로섬 아니 마이너스 섬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식투자는 파생시장이나 도박판과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주식에서 가치가 발생한단 점입니다.

주가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기업들은 영업활동을 통해서 자신들의 가치를 높여 갑니다.

이익을 만들면 이익 가치, 실적의 꾸준한 성장을 만들면 성장 가치, 이익을 유보하여 자산을 키우면 자산가치, 배당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하면 배당가치 등 다양한 형태의 기업가치가 증가하면서 주가는 결국 장기적으로 가치를 따라 움직이게 되지요.

물론 주가가 단기적으로는 기업가치와 괴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어떤 시기에는 가치보다 주가가 과하게 평가받기도 하고, 요즘처럼 약세장일 때에는 기업가치와 비교해 주가가 낮게 형성되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기업가치를 따라 주가는 따라올라 갑니다.

이 과정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는 플러스섬이 발생합니다.

만약, 투자자가 장기투자자만 있어 몇 년에 한 번 매매 한번 투자자들만 있다면 매도-매수 포지션에 있는 투자자들은 모두가 결국 웃는 수익률을 만들게 되지요.

하지만 단기 매매가 늘어나면 제로섬 및 마이너스섬 시장이 된다

코스피 지수 기준, 장기적으로 자산가치 기준 기업가치 증가는 대략 연 5~7% 수준입니다.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은 연 5~7% 정도의 플러스섬을 기록해 왔던 것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주식시장에 단기 투자자만 있어 1주일에 한 번씩 매매하여 1년(52주) 동안 52번의 매매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매매를 고급스러운 용어로 스윙 매매라고도 하는데 은근히 개인투자자분들이 좋아하는 투자 방법이긴 합니다.)

1년 52번의 매매가 발생하는 동안 증권거래세(농어민 특소세 등)로만 0.23% × 52 = 11.96%에 이릅니다. 주식시장이 연간 자산가치로 5~7%씩 증가하였다 한들 단기 매매 속에 증권거래세로 인하여 –5~-7%의 마이너스섬 상황이 발생한 것이지요.

여기에 증권사 수수료를 포함한다면 마이너스섬 수준은 더 커질 것입니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으로 매매 횟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플러스섬으로 상황을 돌릴 수 있습니다.

증권 매도 관련 세금만 고려해 볼 때, 0.23% × 12개월 = 2.76% 수준이니 코스피 시장의 자산가치 연 5~7% 수준 이내에서 매도할 때 세금이 커버 되면서 플러스섬을 만들 수 있지요.

(※ 물론 한 달에 한 번도 많은 편입니다. 증권사 수수료와 매매 슬리피지 비용까지 고려하면 부족함이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이 계산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적어도 주식시장에서 매매 횟수를 줄이기만 하여도 장기적으로는 플러스섬을 만들 수 있단 점입니다.

약세장은 불편한 상황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주가는 따라온다

하지만, 약세장에서의 상황은 투자자로서는 “주식시장은 마이너스섬 또는 제로섬”이라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이미 14개월이 넘는 기간 조정 속에 계좌에 마이너스 수익률만 찍혀있다 보니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주가지수와 가치 있는 주식의 주가는 결국 못 쫓아갔던 가치를 주가가 부지불식간에 따라가게 됩니다.

물론, 그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투자자에 따라 그 기간에 대한 인내심의 차이가 중요한 변수이긴 합니다.

2022년 9월 2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및 가치투자 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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