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KS:001740)의 지누스 인수가 결렬됐다. 지누스는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에 진출해 해당 분야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누스와 SK네트웍스 양측은 협상이 결렬됐다고 19일 공시했다. 1조원대의 인수가 결렬될 수 있다. 하지만, 의사 결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렬에서 끝나지 않고, SK네트웍스에 후폭풍 조짐이 보인다는 전망이다.
◇ SK네트웍스 [ 지누스 지분 인수, 결렬 11.19]
=SK네트웍스가 지난달 19일 지누스를 인수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 거래소가 진위를 확인하고자 풍문·조회 공시를 냈다. 이튿날 SK네트웍스는 부인하지 않고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이후 SK네트웍스의 지누스 인수는 탄력을 받았다. 구체적인 금액과 인수 지분율까지 거론됐다.
=SK네트웍스의 지누스 (KS:013890) 인수는 두 가지 관점에서 진행됐다. 렌털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 호텔을 갖고 있다. 자산 기업에서 렌털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여기에 지누스를 인수해 북미 렌털 시장에 진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다른 관점은 지배 구조 개편이다. SK네트웍스의 최신원 회장(대표이사·63)은 최태원(61) SK 회장의 사촌형이면서, SK그룹의 장자이다. SK그룹의 최종건 창업주가 47세로 타계했다. 아들이 승계하기에는 연소했다. 때문에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물려 받았다. 최태원 회장은 최종현 회장의 아들이다.
=최신원 회장의 막내 동생인 최창원(57)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일찌감치 계열 분리 수순을 밟았다. 백신의 SK바이오사이언스가 SK디스커버리 소속이다. 최신원 회장은 SK네트웍스를 분리할 계획이었다. 재계 전문가 A씨는 "최신원 회장은 SK네트웍스를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신원 회장은 2016년 3월부터 SK네트웍스의 이사로 재직했다. 최근 배임·횡령으로 기소됐고, SK네트웍스의 경영에서 퇴진했다. 하지만, 아들인 최성환(40) 실장이 올해부터 사내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를 나온 최 실장은 작년말에 사업총괄에 올랐다.
=사업총괄은 기존에 없던 직책이다. 이번 지누스 인수 역시 최 총괄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총괄은 지누스를 인수해, 계열 분리를 본격화할 것으로 점쳐졌다. 최 총괄은 이미 SK의 지분은 줄이면서 SK네트웍스 지분은 늘렸다. 최 총괄은 지난 8월 9~10일에 걸쳐서 SK의 주식 8000주를 매도해, 약 23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해당 자금으로 같은 기간 23억원어치의 SK네트웍스의 지분을 늘렸다. 최 총괄은 SK와 SK네트웍스의 지분을 교환한 것이다 결과, 최 총괄의 지분율은 1.82%에 이른다. 최 총괄은 SK그룹의 특수 관계인으로 SK네트웍스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런 수순이 선행됐지만, 돌연 SK네트웍스는 지누스 인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SK네트웍스는 "이사회에서 인수 가격이 적합하지 않다고 반대를 했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는 "이사회 안건이 통과하려면, 정족수 9명 중에서 5명이 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표결에서 최신원 회장은 이사회에 불참했고, 다른 사내 이사인 박상규(57) 대표이사, 이호정(53) 신성장추진본부장, 조대식(61)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은 모두 최태원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만일 사내 이사들이 모두 찬성했다면 사외이사가 반대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랬을 가능성은 적다. 올해 공시된 SK네트웍스 이사들의 가부 상황을 보면, 제안된 안건 중에 오직 타이어픽 현물 출자 사업만 유일하게 반대 투표(사외이사 임호·정석우·이문영)가 있었다. 이마저도 가결됐다. 따라서 이번 지누스 인수는 설령 사내 이사 4명이 모두 찬성했어도, 사외 이사 중에 한 명도 찬성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사외이사가 전원 반대했다면, 이사회 안건에 올라오기 전에 발견하지 못한 결정적이 하자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사내이사들이 예상과 달리 돌연 이번 인수를 반대했을 가능성도 점친다. 최 총괄이 부상하는 것을 꺼려서 이사들이 반대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사내에서조차 사전 조율하지 못했다는 의미여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SK네트웍스는 "이번 지누스 인수는 이사회에서 큰 틀에서 시간을 갖고 결정하자는 차원에서 부결한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어떤 이사가 반대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는 "M&A가 진행 중인 사안이 과거에도 이사회에서 부결한 적이 여럿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신원 회장의 계열 분리에 대해서, SK네트웍스는 "계열 분리한다는 시각은 지분 관계상 현실성이 없다"며 "지누스 인수를 최성환 총괄이 주도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며, 신성장 추진본부가 계획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