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보유 지분을 매도할 가능성이 떠오르자 전세계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워싱턴DC 정가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른바 '억만장자세' 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 주말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지분 매도에 대한 찬반 투표를 부친 결과 절반 이상이 '찬성'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월가 한 켠에서는 테슬라 (NASDAQ:TSLA) 주가가 거품이라는 지적과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연달아 나와 관심을 끈다.
이달 5일(현지시간) 미국 독립 리서치 업체인 뉴컨스트럭츠의 데이비드 트레이너 최고경영자(CEO)는 투자 메모를 통해 "테슬라 주식이 지나치게 높고 시가총액 기준 약 1조달러만큼 과대평가 됐다"면서 "주가가 지금보다 88%낮은 1주당 150달러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는 지적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기준 테슬라 주가는 1222.09달러이고 시총은 1조2100억달러다.
테슬라 주가 폭락을 내다본 배경에 대해 트레이너 CEO는 "현재 시총이 1조2000억달러가 넘으려면 테슬라가 전세계 전기차(승용차 기준) 시장을 118%점유하고 있어야 하며 오는 2030년까지 애플보다 수익을 더 많이 내야하는 데 이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주가가 합리적이라면 오는 2030년까지 테슬라는 총 3100만대(소비자 인도 기준)의 전기차를 팔아야 하는데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추정한 2030년 전세계 전기차 수치인 2800만대를 넘어선다는 것이 트레이너 CEO의 설명이다.
다만 최근 월가에서는 앞다퉈 테슬라 주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대형 투자은행 중에서는 모건 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연구원이 테슬라 주식에 대해 '매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1200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테슬라가 2030년에 전기차 800만대를 판매할 것이며 테슬라의 판매 이익이 미국 자동차 간판기업인 제네럴모터스(GM)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월가에서는 테슬라를 자동차 업체로 보는 경우 현재 주가가 과대 평가됐다는 진단이 나오곤 한다. 반면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이나 배터리를 포함한 친환경 인프라스트럭처 사업 잠재력을 감안하는 경우에는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테슬라 주가 긍정론자가 '돈나무 선생님'으로 통하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와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연구원이다. 테슬라의 머스크 CEO가 보유 지분 매도 여부를 트위터 설문 조사로 부친 다음 날인 7일 아이브스 연구원은 테슬라 목표주가 범위 상단을 기존 1500달러에서 1800달러로 오히려 올려잡았다. 그는 "기업 내부자의 주식 대량 매도는 종종 주가에 부정적인 시그널로 읽히지만 머스크 CEO의 매도는 대세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면서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테슬라 주식을 사고 싶어하는데 머스크 CEO가 자신의 보유 지분 10%를 매도한다고 해봐야 유통 주식 수가 지금보다 1.5~2.0%정도 늘어나는 수준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주가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 머스크 CEO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은 총 1억7050만주다.
이런 낙관론은 같은 날 암호화폐 거래소 FTX에서 '테슬라 토큰'이 급락한 가운데 나왔다. 7일 FTX에서는 머스크 CEO의 트위터 설문 조사 소식 탓에 해당 토큰 시세가 전날 보다 6.8% 급락한 1139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낙폭을 다소 줄였지만 내림세였다. 테슬라 토큰은 테슬라 주가를 따르는 디지털 증권이다.
앞서 6일 오후 머스크 CEO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요즘 미실현 이익이 조세회피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는 많은 논의가 있는데 이와 관련해 내가 가진 테슬라 주식의 10%를 내다파는 방안을 제안한다"면서 자신의 주식 매도를 지지하는지 여부를 묻는 설문을 올렸다. 24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설문에는 총 351만9252명이 참여했고 57.9%가 찬성, 42.1%가 반대 의견을 냈다. 머스크 CEO는 "어떤 결론이 나오든 나는 설문 결과를 따를 것"이라며 "나는 회사에서 현금으로 월급이나 보너스를 받지 않고 주식으로만 받았기 때문에 세금을 내려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 CEO가 실제로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의 10%를 내다 팔지 여부는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다. 다만 트위터 설문조사 결과와 별개로 '억만장자세' 법안이 실제로 연방 의회를 통과하면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머스크 CEO가 돌연 주식 매도를 언급하게 된 배경도 미국 다수당이자 여당 격인 민주당이 연방 상원 내에서 추진 중인 세법 안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당 와이든 연방 상원의원이 추진 중인 '억만장자세'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자산에 대해 미실현 이익인 경우에도 최소 20%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매긴다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법안은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회복지 예산 재원 확충 방안임과 동시에 주식을 팔지 않으면 양도차익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억만장자들을 상대로 부의 형평성을 담보하겠다는 취지로 나왔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자인 게이브리얼 저크먼 분석에 따르면 해당 법안이 통과되는 경우 머스크 CEO는 법 시행으로부터 5년 동안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으로 총 500억달러(약 59조원)를 내야 한다.
앞서 머스크 CEO는 2012년 테슬라 주식 2280만주에 대해 행사 가격(1주당 6.24달러)이 매겨진 스톡옵션을 받았다. 해당 스톡옵션은 내년 8월이 만기다. 머스크 CEO는 회사에서 돈 대신 주식을 받았기 때문에 억만장자세 법안 등을 감안해 세금을 내려면 스톡옵션을 행사함으로써 번 돈으로 내야 한다.
다만 배런스와 CNBC등의 추산 따르면 스톡옵션 행사 시 따르는 세율이 54.1%로 추정된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소득 수준에 따른 과세율 37%와 순 투자세율 3.8%에 더해 캘리포니아 주 법에 따른 세율 13.3%가 더해진 결과다. 머스크 CEO가 스톡옵션을 받은 시기는 회사 본사가 캘리포니아에 있던 때인데 이를 감안하면 스톡옵션 행사시 내야 할 세금 비용만 150억달러다. 머스크CEO는 지난 9월 "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얻는 이익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낼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하는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현재 머스크의 순자산은 3380억 달러(약 401조원)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