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에만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8월까지 30조 원 넘게 매도하고 작년엔 24조 원 넘게 순매도를 보였던 외국인의 일방적인 매도가 9월 들어 1조 3천억 원 순매수로 바뀌면서 반가운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본격적으로 컴백하게 되면 잠시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발생하고 스몰캡의 경우 연말 효과가 맞물리면서 일시적인 상대적 부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외국인 투자자 “I have Returned”, 이유 있는 컴백
(문득 스타크래프트 게임 프로토스 드라군의 멘트 “I have returned”가 떠오르는군요)
지난 8월 말 증시 토크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를 여러 차례 언급해 드리면서 외국인의 컴백에 필요한 몇 가지 조건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일단 MSCI EM 리밸런싱 이슈가 있는 2월, 5월, 8월, 11월 중 지난달 8월은 외국인 매도가 불가피하였기에 8월은 넘겨야 한다는 점
두 번째로, 중국 증시의 상대적 선방해야 한다는 점 (참고 : 9월 중국 상해 지수는 9월 24일 장중까지 +2.7% 상승 중)
세 번째로, 국내 백신 완전 접종률 40% 선을 넘긴 후 시장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제시해 드렸습니다. (9월 23일 기준 44%에 이르렀습니다.)
그 조건들이 우연이었든 실제 외국인 투자자는 8월 마지막 거래일 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부터 시작하여 9월 꾸준한 매수세를 만들고 있습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거의 1조 3천억 원 가까운 순매수, 코스닥 시장에서는 300억 원 정도의 작은 규모이지만 순매수를 만들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일방적이었던 올해 매도 추이를 참작한다면, 9월 현재까지 1조 원대 순매수는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소한 증시에 발목을 잡지는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 외국인 투자자의 복귀는 지수 관련 대형주에는 호재
증시 토크를 통해 자주 설명해 드린 바처럼 외국인 투자자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닌 패시브 전략을 추종하는 로봇에 불과합니다.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절대적인 존재이다 보니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은 결국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형태로 집행되게 됩니다.
결국 한국 증시에 외국인 투자자가 되돌아온다는 의미는 주가지수 관련 대형주에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됨을 암시합니다.
이러한 외국인 매수세는 지수 관련 대형주 중심의 반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공매도 플레이어들은 공매도를 회수하면서 숏커버 매수를 급하게 발생시키며 대형주를 개별 잡주처럼 튀어 오르게 하는 현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로 인해 상승세로 전환점 할 때, 대형주들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때에 따라서 폭등 양상까지 보이는 이유는 패시브 자금 집행에 따른 지수 상승과 공매도 숏커버로 인한 급한 매수세가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즉, 외국인 투자자의 컴백은 일시적으로라도 대형주의 상대적 우위 시장을 만들게 됩니다.
▶ 스몰캡 : 상대적 주가 강세가 덫이 되면서 상대적 열위 가능성
올해 코스피, 코스닥 양 시장의 소형업종은 괄목할만한 상승세를 만들었습니다.
하반기 들어 그 기세가 줄어들기는 하였습니다만, 7월~9월 사이에도 대형주에 비해 강하게 움직였습니다.
예를 들어 코스피 대형업종 지수는 하반기 들어, 오늘 9월 24일 장중까지 ?7% 수준의 하락을 기록하였습니다만, 코스피 소형업종지수는 ?2.6% 수준의 하락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상반기에는 매우 강력한 스몰캡 강세에 이어 하반기에도 소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지면서 하반기와 연말에 매년 발생하는 이벤트들이 스몰캡에 또다시 부담을 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바로 대주주 양도세 회피 매도 이슈이지요.
올해는 여름 장부터 대주주 양도세 회피 매물이 선제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만, 생각보다는 매우 조용하게 흘러갔습니다.
결국 스몰캡이 상반기에 이어 최근까지 상대적인 우위를 만든 상황은, 연말로 다가갈수록 대주주 양도세 회피 매물에 의한 부담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최근 신용대출을 억죄기 시작하면서 마이너스 통장 등으로 빚투를 한 투자자들의 증시에서의 자금 회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결국 이런 복합적인 개인의 수급 이슈는 대형주에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스몰캡에는 일시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며 일시적인 소형주 열위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 그래도 외국인 지금 9월처럼 이제는 발목 잡지만 않는다면
대형주와 소형주 사이의 상대적 우위/열위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외국인 투자자의 9월 순매수 행진은 적어도 증시 발목을 잡지 않는다는데 큰 의미를 가져 볼 수 있겠습니다.
8월까지 30조 원의 매물을 쏟아낸 외국인 매도 규모는 명목 수치상 2008년 금융위기가 있던 그해 36조 원의 매물과 비슷한 규모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보통 외국인들의 매매는 매수할 때는 호가를 위로 올리면서 기계적으로 매수하고 반대로 매도할 때는 호가를 아래로 내리치면서 공격적으로 매매합니다.
(※ 이와는 반대로 개인의 경우 아래로 내려갈 때 받치듯 매수하고 매도할 때는 위 호가에 걸어놓은 듯 매도하지요.)
결국 외국인의 매도는 증시에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으며, 외국인의 매수는 증시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어줍니다. 단, 그 에너지는 주가지수 중심 대형주로 집중되지요.
그래도 좋습니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지 않아 준다면 주가지수는 한결 가벼워 질 터이니 말입니다.
2021년 9월 24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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