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0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지난 9월, 원유 약세론자들에게 "이 시장에서 도박을 벌인다면 지옥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빈 살만 장관은 원유 공매도 세력에게 유가를 최대한 "요동치게" 하겠다고 선언했으며, 70년대와 80년대에 유행한 영화 "더티 해리" 시리즈의 명대사인 "덤빌테면 덤벼 봐,"를 동원하면서까지 도발에 나섰다.
이 선언을 실행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그로 인해 원유 약세론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유가는 6월까지 3개월에 걸쳐 거의 멈추지 않고 25% 상승했으며, 때로는 일일 5%에 달하는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원유시장은 빈 살만 장관이 다시 공매도 세력에 압박을 가해야 할 정도의 상황에 처했다. 문제는 이번에는 과연 어느 정도의 효력이 있을지다.
유가는 월요일, OPEC+가 8월부터 증산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16개월 만에 가장 심각한 하락세를 보였다.
산유량 조정과 가격 하락이 연관된 것은 사실이지만, OPEC+의 움직임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아니다.
시장을 무너뜨린 것은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과 그로 인한 글로벌 경제 성장의 타격에 대한 우려다.
유가는 글로벌 증시의 뒤를 이어 급락했다. 애널리스트인 에드 모야는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로 "지나친 가격 상승"이 일어났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여행과 호텔 관련 주식이 가파르게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외여행 재개가 멀어졌으니 제트연료의 수요도 휘청이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일부 미국인들은 긴급여권발행 서비스를 통한 여권 갱신에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여행에 해당하는 하와이도 차량 대여의 어려움과 환대산업 종사자의 부재, 그리고 숙식비의 지나친 상승으로 매력을 잃은 상태다.”
단기 원유 수요, 특히 제트연료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하루 만에 뒤집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과연 협박만으로 공매도 세력이 시장을 더욱 끌어내리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가 하락세가 월요일 밤에는 어느 정도 수습되었으며, 화요일 오전 아시아 시장에서는 상승 개장해 그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다만 월요일에 보인 하락세와 비교했을 때 화요일의 반등세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7%와 6% 하락해 2020년 4월 이래 가장 큰 일간 하락폭을 기록했으며, 오후 싱가포르 시장에서 보인 상승폭은 0.5%에 채 미치지 못했다.
원유 매도세가 일시적으로 멈추었을 뿐이며 재개될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제기되기에는 충분한 이유다. 원유시장이 아직까지는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에 대한 답을 명확히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갈림길에 선 유가
모야는 원유 반등세가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동시에 "한동안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중요한 것은 과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이다.
7월 6일 4년 고점인 배럴당 $76.98을 기록했던 WTI는 화요일 거래에서 $67 가량에 머물렀다. 고작 2주 전 2017년 고점인 $77.84를 재달성했던 브렌트유는 $69 수준까지 하락했다.
주식과 암호화폐, 심지어 채권까지 광범위한 매도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월요일의 유가 하락이 특별히 큰 충격을 안겨준 것은 OPEC+가 산유량을 수요보다 낮은 수준에 유지하면서 8월 할당량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일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OPEC 회원국 13개국과 러시아 주도의 협력국 10개국을 합쳐 총 23개 국가로 구성된 OPEC+는 8월부터 12월까지 산유량을 200만 배럴 상향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5개월 동안 매월 일일 40만 배럴의 증산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은 OPEC+가 2주 전에 제시했던 당초 계획과 같다. 당시 합의가 무산된 것은 아랍에미리트가 2020년 3월을 기준으로 생산량을 할당하는 것에 반발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일 316.8만 배럴에 머무르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의 생산 기준은 2022년 5월부터 350만 배럴로 상향된다.
그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쿠웨이트, 그리고 이라크가 2022년 5월부터 생산 기준을 상향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생산 기준은 일일 1,100만 배럴에서 1,150만 배럴로 상향된다. 로이터의 예측에 의하면 전체적인 상향 폭은 163만 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원유 수요는 향후 5개월 안에 350만 배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OPEC+가 제시한 200만 배럴을 크게 앞지르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수요 예측이 이루어진 것은 델타 변이의 확산이 시작되기 전의 일이다.
델타 변이와 원유 수요의 알력다툼
6월 중순부터 시작된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호주와 한국을 포함한 각국이 봉쇄령을 강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지난 토요일, 2021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일간 신규 확진자를 기록했다. 영국은 7월 19일 대부분의 규제를 완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제외하고 앞으로 5개월 동안 원유 수요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확언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압둘아지즈 빈 살만 장관과 OPEC+는 원유 약세론자들이 추가적인 타격을 입히는 것을 막아낼 수 있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8월부터 증산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한 OPEC이 공매도 세력에 가장 효과적인 무기인 감산을 즉시 동원할 수는 없는 일이니 유가는 어느 정도 추가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OPEC+는 580만 배럴 가량의 원유를 묶어두고 있다. 하지만 유가를 제대로 밀어올리기 위해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지거나 여름철 수요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기록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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