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Fund 이성수 대표] 빚투 광풍 : 몇일 만에 벌어진 소란, 급하게 투자하다 초가삼간 태울라

입력: 2020- 08- 25- 오후 03:37

8월 18일 그리고 8월 20일, 그 이틀의 날카로운 증시 조정은 표면상 코로나 확산 우려감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날 시장에서 신용융자가 강제 청산되는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매우 기계적이고 자비 없이 추락한 주식시장 특히 코스닥과 스몰캡에서 관찰된 무자비한 하락은 단순한 투매가 아닌 RMS(신용융자 등의 자체 위험관리 시스템, Risk Management System)에 의한 강제청산과 마진콜에 의한 하락의 전형적인 시세 흐름이었습니다. #빚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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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기계적이고 자비 없이 휘몰아치는 매도 : 강제청산

우리는 3월에 그 광경을 보았었습니다. 장중에 매우 기계적이고 정확한 특정 시간부터 자비 없이 쏟아지는 매물을 말입니다. 그 당시 외국인의 매도세에 더해지면서 시장을 폭락시켰지요.
오전 10시 그리고 오후 1시... 제법 큰 약세장이 발생하는 날 필자는 그 시간이 되면 살짝 긴장하곤 합니다. 그 시간부터 약세장을 더 가속하는 주가 하락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8월 18일에서 20일 코스닥지수 5분봉 차트 속에서 쏟아지는 매물을 보다

지난주 8월 18일과 8월 20일, 코스닥시장과 스몰캡에서는 켜켜이 쌓여있던 신용융자와 각종 빚투 자금들이 일시에 강제 청산되었습니다. 18일 오후 1시 이후 그리고 20일 10시 이후 우연히든 필연이든 이번에도 또다시 그 시간에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8월 18일 매도분이 D+2일 후 결제되는 8월 20일 기준 신용융자 규모는 2400억 원 감소하였고 오늘 오후 발표된 8월 20일 매도분이 D+2일에 결제되는 8월 24일 자 신용융자는 오늘 오후에 발표되겠지만 제법 큰 규모로 감소하여있을 것입니다.

매달 2조 원씩 증가하여 5개월 만에 10조원 증가한 신용융자 규모에 스톡론과 같은 다른 주식 관련 직접 대출 자금이 신용융자에 30% 수준인 것을 미루어 짐작하여본다면 이 부분도 3~4조 원은 증가하였을 것입니다. 여기에 마이너스 통장 등 은행 신용대출로 주식투자를 한 자금들까지 고려한다면 3월 이후 증가한 빚투 자금 증가분은 최소 15조원에서 2분기 가계대출 증가 규모 26조 원 감안 시 최대 30조 원까지도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습니다.
3월 증시 패닌 이후 10조원이나 증가한 신용융자, 자료 : 금융투자협회
ㅇ 빚투 "쯧쯧 젊은 층이 어쩌고?" 중장년도 그 시절에 똑같았다.

최근 2030 젊은 층이 너무 무리해서 빚내어 투자하고 있다는 뉴스 기사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그런 뉴스를 보다 보면 현재 그 세대만 빚투에 몰두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필자가 객관적으로 볼 때 그 시절엔 현재 중장년 세대 및 그 이상 세대도 똑같았다고 봅니다. 더하면 더 했지 지금 2030이 무리하게 빚투 한다고 몰아세울 정도는 아닙니다.
단적인 예로 1980년 후반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도 더 이전인 1988년~89년 말입니다. 그 시절에는 주식 투자할 때 "신용융자"를 안 쓰면 바보, 천치 취급을 받았습니다.

1985년 이후 4~5년 동안 강세장이 지속하였으니 신용융자를 안 쓰는 것은 주식투자 모르는 것처럼 치부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이니 그 시절 20대는 50대가 되었을 것이고 한참 경제 활동하던 분들은 60~70대 노년층이 되어계시겠지요?
그 당시에 그렇게 화끈하게 신용융자로 투자하던 그 시절 개인투자자의 문화는 결국 1990년 10월 10일 깡통 계좌 일제 정리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상처를 주식시장에 남겼고, 깡통 계좌는 주식투자 실패를 표현하는 "표준명사"가 되었습니다.

"후후 우리 40대, 50대 초반은 그러지 않았지"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20년 전 그 세대도 똑같았지요.
2000년 초반 당시 클럽에서 부비부비하던 20년 전 20대, 30대 개인투자자들은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습니다. TV에서는 매일같이 "여러분~~ 부자 되세요~", "아버지는 말씀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던 카드사의 광고들이 쏟아졌고 그 시절에는 왜 그리도 카드 발급이 잘되던지 길거리에서 카드를 여러 개 발급받아 하나는 소비용, 하나는 카드 대출용으로 사용하는 분들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카드 대출을 받은 돈으로 20년 전 당시 밀레니엄~! 20·30세대 투자자들은 증권계좌에 현금 입금 후 이틀짜리 미수 몰방 짤짤이를 하듯 주식투자를 하였습니다.
그 당시 짤짤이 장소는 (구)하이닉스이었지요. 전 국민이 카드빚 내서 미수 몰빵으로 짤짤 이 하듯 주식 투자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급기야 카드 대란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고, 2000년대 중반에는 미수 제도를 강화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지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지금 20·30세대가 빚투를 하는 것은 지금 세대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에 걸쳐 나타났던 현상이란 점입니다.


ㅇ 선배 투자자들의 빚투 결과는 비참했다.

과거 그 어떤 시대든 빚을 이용해서 큰돈을 번 개인투자자도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빚을 이용 해 큰 재산을 일군 투자자 중 상당수는 마지막 단 한 번이라던 그 마지막 빚투에서 결국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아니 빚투가 주는 그 짜릿한 쾌감에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레버리지를 키워갔던 것이지요.
결국 선배 투자자들은 빚투 속에 폭발적으로 키워갔던 투자 성과를 공허한 메아리로 날려버리는 수준을 넘어 빚만 남긴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90년대 깡통 계좌 일제 정리 후 조금 과하게 표현하자면 서울에서는 한 집 건너 한 집씩 주식투자 실패로 패가망신하였고, 2000년 초반에 카드빚으로 미수 풀베팅하며 짤짤 이 하듯 투자하던 그 시절 투자자들은 카드빚과 사채 속에 신용불량자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레버리지... 그 말 자체처럼 자신의 종잣돈보다도 더 큰 돈을 굴려 엄청난 수익을 만들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감내할 수 없는 빚만 남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문득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이 떠오르는군요...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하고 있다... 두들겨 맞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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