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1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저장 공간과 수요가 맞붙는다면 과연 어느 쪽이 우세할까? 적어도 당분간 유가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저장 공간이 될 듯하다.
유가는 미국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끝나면 연료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로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WTI가 어떤 회복세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에 있다. WTI는 지난주에 25%, 그 이전 주에는 17% 상승했으며, 10일 전 저점에 비해서는 무려 100% 높은 가격을 달성했다.
원유 재고는 거의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며 꾸준히 상승했다.
선박중개업체인 깁슨(Gibson)은 지난 주말 블로그를 통해 약 70척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최소 4주 이상 공해에 묶여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콘탱고 플레이 재연 가능성
이는 근월물의 가격이 원월물에 비해 충분히 낮아 원유를 비축할 가치가 있는, 소위 콘탱고 현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 깁슨의 주장이다.
6월 인도 WTI 선물은 7월물에 비해 $1.30 가량 낮은 반면, 런던의 7월 인도 브렌트유와 8월물의 가격 차이는 $1.10에 채 미치지 못한다. 3주 전, 만기를 앞둔 5월 인도 WTI 선물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했을 당시의 콘탱고 폭은 현재의 약 20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이번 최근월물이 똑같은 상황을 겪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시장 일부는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를 보며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14척의 VLCC를 포함해 총 4,300만 배럴의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를 적재한 유조선 28척이 순차적으로 미국 걸프만과 웨스트코스트에 도착하고 있다.
이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들은 하역을 위해 미국 해안에 머무르고 있는 수십 척의 유조선과 합류하게 될 것이다. 현재 웨스트코스트에는 약 2,500만 배럴의 원유를 적재한 유조선 34척이 정박 중이다. 걸프만에는 비슷한 양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 31척이 대기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원유 과잉 현상을 막기 위해 속속들이 도착하는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그와 비슷한 보복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 관계를 맺은 상태이니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새로운 감산안에 동참하기로 합의한 뒤 광역시장의 유가를 높이기 위해 아시아의 공식판매가격을 인상했다.
깁슨은 "원유 선물은 변동성이 높으며, 향후 몇 주 사이 가격 체계가 극단적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해상 저장소와 관련된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변화해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또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정기 용선 계약을 맺은 유조선 중 과연 어느 정도가 장기적으로 원유를 적재한 상태로 발이 묶이게 될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물 시장의 가격대가 한참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니 콘탱고 플레이에 발을 들일만 한 새로운 기회가 나타날 수도 있다. 계속 지켜보아야 한다.”
유가 상승으로 유정 폐쇄 줄어들 것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지난 금요일, 원유 매수 포지션을 취한 투자자들에게 더욱 불길하게 들릴 의견을 제시했다.
“수요에 대한 투자자들의 태도는 전에 비해 덜 부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브렌트유가 배럴당 $30에, WTI가 $25에 근접할 정도로 상승하는 모습은 우리가 현재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선물 가격을 희생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더하게 한다. 그 결과 기존 유정의 폐쇄가 당초 바람보다 일찍 중단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한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전문가들을 꾸준히 혼란 속에 빠트리고 있다. 2020년 저유가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할 업체들을 포함해 약한 대차대조표를 갖춘 기업들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원유 반등세의 시간제한이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원유와 가스 전문가 위주의 팔로워가 22,000명에 달하는 아트 버만(Art Berman)은 지난 주말,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원유 거래량이 급증해 재고는 최고치를, 유가는 최저치를 경신하기 직전에 보이는 헤드 페이크다,"라는 트윗을 작성했다.
석유지질학자에서 투자 애널리스트로 전향한 뒤 3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버만은 원유 재고 비교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그에 의하면 현재 반등세는 "시장이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전인 2015년 3월부터 6월 사이에 일어났던 가짜 원유 반등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원유 반등 지난 2년 사이 5번 실패
버만은 2018년 중순부터 금년까지 있었던, 초반부터 실패한 총 5번의 대규모 반등을 예시로 들었다: 1. 2018년 10월, 이란산 원유 제재 예외권 발급; 2. 2019년 4월 걸프만 유조선 피습; 3. 2019년 7월 OPEC+ 감산 연장; 4. 2019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 피습; 5. OPEC+ 감산 연장과 미중 무역협상, 그리고 거셈 솔레이마니(Qassem Soleimani) 암살 사건이다.
"6번째 반등이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과 함께 WTI 가격이 $30대 중반까지 오른다면 그 뒤 "$20 아래까지 하락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반등세가 꺾인다고 해서 유가가 다시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가 지적했다시피, 미국 시추공 수 감소와 유정 폐쇄 예상은 사상 최대의 수급 불균형도 어느 시점에는 끝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미래의 일이고, 원유 시장이 당면한 문제는 "지금"의 일이다. 현재 재고 상승폭은 여전히 감산에 비해 지나치게 높으며, 결국 저장 공간을 초과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보이는 반등세도 얼마 가지 못해 끊기게 될 것이다.
원유 재고 증가세 둔화, 미국 경제 악화
만기 WTI 선물 인도지인 오클라호마 쿠싱 허브의 재고 증가 속도는 어느 정도 둔화되었으나, 남은 용량은 1,100만 배럴 가량에 불과하다. 그리고 관계자들에 의하면 이 저장 공간도 대부분 임대된 상태라고 한다.
이런 와중 미국 경제는 고용과 성장 두 측면에서 모두 꾸준히 타격을 입고 있다.
노동부는 5월 2일로 끝난 주 317만 명의 실직자가 발생했으며, 이것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 발생한 실직자가 총 3,300만 명을 돌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소비자 위주의 미국 경제는 1분기에만 4.8% 위축되었다. 2008/09년 금융위기 이래 가장 가파른 하락폭이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분기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미 경제가 대부분 재개된 상황에서 7월-9월 분기 이전에 크게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금 상승은 중국에 달려
귀금속의 경우, 금 가격은 $1,750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 발생을 중국 탓으로 돌리며 무역 협상을 파기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의 일이다.
미중 무역긴장은 지난 금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 뉴스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1단계 무역협상을 종결해야 할지에 대해 "매우 고민스럽다,"고 발언한 영향으로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제대로 된 대응을 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관세 부과와 사실상 모든 공급망 이전 등 다양한 보복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크레이그 앨런(Craig Allen) 미중 기업협의회(U.S.-China Business Council)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게 이행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협상을 파기한다면 상황은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대통령 본인은 중국이 협상에 따른 구매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무역협상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요일에는 약 1주에서 2주 안이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뉴욕 OANDA의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 제프리 할리(Jeffrey Halley)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국적인 결정이 안전 자산인 금의 반등을 유발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발언했다. 금은 5월에 들어선 뒤 분명한 방향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금은 온스당 $1,650에서 $1,750이라는 가격대 가운데에 묶인 상태다. 둘 중 한 쪽이 명백히 돌파되지 않는 이상 금은 금융시장의 뒷전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 할리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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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임예지/Investing.co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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