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0일 작성된 영문 기사의 번역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 칼리드 알 팔리(Khalid al-Falih)는 원유 감산 발표로 미국의 허세를 뒤집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유가가 반등한다면 미국이 그에 맞춰 원유 시추를 늘릴 가능성이다.
반등"한다면"이라고 가정해야 하는 것은, 금요일 시장이 2% 상승한 선에서 마감되기는 했으나 OPEC과 러시아를 위시한 협력국이 향후 6개월 동안 일일 120만 배럴을 감산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상승한 5%에서는 다시 하락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월요일, WTI가 아시아 시장 개장 시점에 13개월 저점인 11월 말의 배럴당 $49.41에서 상승한 배럴당 $52 선에서 거래되면서 유가 반등은 상한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62 선에서 거래되었으나 0.5% 이상의 상승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다.
충분한 감산일까?
약 40년째 OPEC을 분석해온 도미닉 처리첼라(Dominick Chirichella)는 감산 자체는 이미 알려졌던 것이라며, "이제 얘기해야 할 주제는...참가하기로 결정한 국가들이 실제로 감산할지와 세계 원유 비축량이 5년 평균 수준으로 떨어지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그리고 유가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뉴욕 에너지 매니지먼트 인스티튜트(Energy Management Institute)의 위험관리 및 트레이딩 관리 이사는 이 모든 것이 "아주 전형적인 의문이며, 감산이 프로젝트 기간에서 실제로 진행되고 완료되는 향후 몇 달 사이 여러번에 걸쳐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분석가들은 실제 감산이 이루어지는 시기에는 이미 중국과 세계 각지의 주요국가에서 경기가 침체되며 에너지 수요가 낮아졌을 것이라고 한다.
이번주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곳은 화요일 발표 예정인 EIA의 단기 에너지 전망 (STEO) 보고서이다. 매 분기 발표되는 이 보고서는 매번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으며, OPEC의 감산에 더해 미국의 최대 규모 미국 원유 공급국가인 캐나다 역시 낮은 유가에 대처하기 위해 9%의 감산을 발표한 현재 시점에는 보다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처리첼라는 2019년 첫 분기에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경우 세계 비축량이 꾸준한 감소 패턴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다른 분석가들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예상은 "세계 수요가 바람직한 수준이라는 가정에 기반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추업자들이 공급 물량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다
이것은 시장이 금요일에 발표된 감산의 장기적인 영향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도 될 수 있다: 2달 안에 35%의 가치를 상실한 시장을 안정시킬 정도는 될 수 있으나, 앞으로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 미국의 시추업자들이 쏟아낼 물량을 감당해낼 정도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 유가가 조금이라도 상승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뉴욕 에너지 헤지 펀드인 어게인 캐피털(Again Capital)의 파트너 존 킬더프(John Kilduff)는 "이 감산으로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은 맞으나, 얼마나 나아질지가 문제이다. 지난 1년 사이 30%의 수익 상승에 맞춰 200만 배럴을 추가적으로 생산했다. 논리적으로 본다면 가격이 15% 상승할 경우 감산을 무효화시키기에 충분한 양인 100만 배럴 혹은 그 이상의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킬더프는 여기 덧붙여 "미국의 모든 셰일 시추업자들은 $60에서 $70 사이 가격대에서 이미 향후 1년 이상을 버틸 정도의 자산을 확보했다. 심지어 셰일 시추 비용은 지역에 따라 점점 효율적이 되어가고 있어, 베켄에서는 $50 중반에서 후반대의 가격이어야 이윤을 남길 수 있으나 퍼미언에서는 배럴당 $40의 가격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미국의 시추업자들에게 $55에서 $60 선의 WTI 가격은 충분히 바람직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산유국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일일 1,110만 배럴과 러시아의 1,140만 배럴을 뛰어넘는 일일 1,17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의 에너지 섹터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75년만에 처음으로 원유와 석유생산품 수입량보다 수출량이 많은 순수출국이 된 것이다.
한편 미국 내무부는 11월 말 텍사스의 델라웨어와 뉴멕시코의 퍼미언 분지에는 463만 배럴의 원유와 281조 입방피트의 천연가스, 그리고 2,000만 배럴의 천연 가솔린이 묻혀 있으며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와 가스 자원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의 반응은 다른 방향에서 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며 유가를 낮출 것을 요구한 자신의 트위터와는 반대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OPEC 회원국의 금요일 감산 발표에 정치적인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몇주간,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미국 거주 기자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의 살인 사건으로 인한 제재 조치를 막아주고 있어 사우디아라비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을 따를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CIA는 카슈끄지가 살해된 것은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왕세자의 명령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외 산유국에게 장기적인 타격을 입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OPEC이 회담을 열고 있던 목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900만 에이커에 달하는 미국 서부 지역에 석유 시추 허가를 내렸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도 가장 풍부한 수준의 원유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되었으나, 샐비어 뇌조의 보호를 위해 시추가 금지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