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상장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7분기만에 감소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뉴욕증시의 강세장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을 긴장하게 하는 대목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중심으로 한 뉴욕의 금융가 [사진=블룸버그] |
2일(현지시각) S&P 다우존스 지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2058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 2230억달러에서 줄어든 수치다.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감소한 것은 2017년 2분기 이후 7분기만에 처음이다.
미국 공룡 기업들이 지난해 사들인 자사주는 8000억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이는 주식 매입 수요의 커다란 축을 형성했다.
주요 상장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거나 이를 확대할 때마다 투자자들이 크게 반색한 것은 해당 자금이 뉴욕증시에 강한 상승 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서 협상 재개 및 추가 관세 보류가 결정되면서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한편 기업 이익이 둔화되는 상황.
1분기 자사주 매입 감소와 반전이 나오기 힘들다는 월가의 진단에 투자자들이 경계감을 내비치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IB) 업계는 S&P500 기업의 순이익 감소가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펙트셋에 따르면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2분기 S&P500 기업의 순이익이 2.6% 감소하는 한편 3분기에도 0.5% 줄어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는 주가 상승과 맞물려 밸류에이션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여기에 기업의 자사주 매입 물량이 줄어들면 주가에 상당한 하락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이치은행의 토스텐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뉴욕증시가 장기 강세장을 연출한 데는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경기 둔화와 이익 감소로 인해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일 자금 여력이 제한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휴전을 연장하기로 한 미국과 중국이 지난 5월과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은 재연할 경우 기업의 수익성과 자사주 매입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월가의 경고다.
주가 상승 동력이 꺾이는 것은 물론이고 증시 전반의 유동성이 위축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월가는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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