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이익 일부를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협력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하고 나서면서다. 기업들은 황당해하고 있다. 사적 이익을 사실상 강제적으로 나누자는 것으로, 자본주의 시장 원리를 부정하는 제도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대기업마다 수백~수천 개에 이르는 협력사의 매출 및 영업이익 기여도를 측정하고, 배분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을 옥죄는 또 하나의 규제일 뿐”이라며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로 나가 돈을 벌라고 내모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①법제화 근거는
정부와 여당이 법제화에 나선 협력이익공유제는 대·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정한 매출이나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하면 대기업의 이익 일부를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제도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제도 도입 여부는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법제화가 되면 정부가 인센티브 지원을 명분으로 삼아 기업을 평가하고 줄을 세우는 구조가 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의 동참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강제성을 띨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입법 근거를 놓고도 말이 많다. 대기업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해 자본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제도란 지적이 쏟아지면서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정책팀장은 “세계 모든 국가를 통틀어 분석한 결과 기업의 사적 이익을 나누기 위한 입법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②현실성 있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금리와 환율, 유가 등 대내외 변수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기업이 함께 매출 및 이익 목표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이유에서다. 대기업의 이익을 공유하려면 협력사들의 기여도를 평가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협력사에 얼마를 줘야 할지를 산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만 2만 개인데 이와 관련된 협력사와 매출, 영업이익 목표를 함께 세우고 기여도를 측정하라는 건 한마디로 코미디”라며 “(협력이익공유제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날을 세웠다.
부작용만 속출할 것이란 목소리도 크다. 대기업과 협력사 간 기여도 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 및 경영간섭 논란 같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익 배분을 놓고 대·중소기업 간 소송이 이어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대기업의 혁신 및 투자 의지를 꺾을 것이란 우려도 이어진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인건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이익까지 나누라고 하면 어느 기업이 국내에 돈을 들여 공장을 더 짓겠느냐”며 “해외로 나가란 말 아니냐”고 되물었다.
③중소기업에 도움 되나
중소기업중앙회는 “협력이익공유제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대기업의 참여를 강요하기보다 기업 사정에 맞게 자율적인 방향으로 확산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입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제도가 시행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한 것이다.
일각에선 협력이익공유제가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놨다. 국내 중소기업 중 대기업과 거래하는 곳은 2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기업 협력사에만 특혜를 줄 것이란 분석이다. 이상호 팀장은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 납품에 주력해온 강소 중소기업들 입장에선 역차별을 받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④국제 협정 위반 논란도
재계에선 국제 협정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해외 기업들까지 이익 공유를 주장하며 불만을 제기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국내 협력업체와 이익을 공유하면, 국내 기업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WTO)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를 막고 있기 때문에 제소 명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대기업이 기금을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출연해야 하는 점도 논란거리다. 대기업이 협력이익공유제를 통해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기금을 내야 한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정부가 대기업에 출연금 갹출을 요구하면 이전 정부가 미르나 K스포츠재단 설립 때 돈을 요구한 것과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장창민/이우상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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