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 남성복 브랜드 ‘빨질레리’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20년 동안 운영하던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빨질레리의 국내 라이선스 사업을 접기로 했다. 빨질레리의 41개 백화점 매장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삼성물산 관계자가 20일 밝혔다.
빨질레리는 이탈리아 원단과 제조 방식을 적용한 명품 브랜드로, 국내에선 삼성물산 패션부문(당시 제일모직)이 1989년부터 라이선스 방식으로 판매해왔다. 빨질레리는 완제품을 수출하는 방식만 고집하다가 한국에만 라이선스 사업권을 줘 화제가 됐었다. 그만큼 제조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삼성물산은 남성 정장재킷 가격을 40만원 안팎으로 책정, 국내 브랜드보다 조금 비싼 이탈리아 브랜드로 운영해왔다. 중저가 남성복 브랜드가 늘어나고 캐주얼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빨질레리를 접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남성복 갤럭시, 로가디스, 수트서플라이 등 다른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회사 관계자는 “브랜드별 수익성을 점검한 결과 빨질레리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지난해 새로 시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그라니트와 메종키츠네 등 리빙소품과 패션을 접목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왔다.
패션업계에선 올초 캐주얼 브랜드 노나곤(사진)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빨질레리까지 철수하기로 한 데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서현 사장이 삼성물산을 떠난 뒤 패션부문은 박철규 부사장이 대표를 맡아왔다. 사장 자리는 공석인 채로 남성복1·2사업부를 합치는 등 축소 경영을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나곤은 이 회사가 YG엔터테인먼트와 합작해서 설립한 네추럴나인이 2014년 선보인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다. K팝 인기와 함께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치려고 했지만 2015년 14억원의 손실을 냈고 이듬해 13억원, 2017년 18억원, 지난해 3분기까지 14억원의 순손실을 연달아 기록하자 올 상반기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6년 남성복 엠비오와 핸드백 라베노바 브랜드 운영을 중단했다. 또 빈폴키즈의 백화점 매장을 철수,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바꿨다. 지난해엔 2년 동안 중국에서 운영하던 자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에잇세컨즈 매장 2곳의 문을 닫았다. 패션업계에선 “수익성 낮은 브랜드에서 손을 떼고 있는 것은 알짜배기 브랜드만 모아 패션사업을 매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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