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 (KS:035720) 주요 계열사들이 연이어 IP 및 아이디어 도용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주가조작 혐의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한편, 금융당국의 빅테크 압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등 흉흉한 시기에 터진 대형악재다.
다만 카카오는 이러한 의혹들이 사실무근이며, 추후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릴 것이라 밝혔다.
아키에이지 워. 사진=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 카피했다" "아니야"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현재 엔씨소프트와 IP 도용 여부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카카오게임즈 (KQ:293490)가 지난 3월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의 리니지2M을 카피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당장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민사)을 접수했다고 5일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아키에이지 워에서 당사의 대표작인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아키에이지 워가 장르적 유사성을 벗어나 엔씨소프트의 지식재산권(IP)을 무단 도용하고 표절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이어 "사내외 전문가들의 분석과 논의를 거쳐 당사의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위한 소송을 결정했다"면서 "IP는 장기간의 연구개발(R&D)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엔씨소프트는 IP 보호를 위한 노력과 대응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사실무근이라 밝히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7일 "엑스엘게임즈는 지난 20년간 플랫폼 구분 없이 MMORPG 장르를 고집하며 다수의 게임을 제작, 수년간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며 개발 노하우를 축적한 기업"이라며 "아키에이지 워는 국내 및 글로벌 지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PC 온라인게임 아키에이지 IP의 세계관, 캐릭터, 지역명 등을 재해석한 뒤, PC/모바일 크로스플랫폼 환경에서의 플레이를 고려해 개발되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어 "아키에이지 워는 모바일 코어 MMORPG 이용자 층의 플레이 환경을 고려하여, 대중적인 방식의 간결한 인터페이스와 조작 방식을 통한 캐릭터 성장 및 다양한 콘텐츠의 재미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면서 "엔씨소프트 (KS:036570) 측의 아키에이지 워에 대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주장은 동종 장르의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온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에 대한 것으로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파악하고 있으며, 추후 소장을 수령하여 면밀히 검토 및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헬스케어도 '시름'
카카오헬스케어는 아이디어 도용 논란에 휘말렸다. 5월 출시할 당뇨 측정 및 관리 프로그램인 '감마 프로젝트'가 그 주인공이다.
감마 프로젝트는 모바일 기반 초개인화 건강관리(Virtual Care) 플랫폼이며 기록의 일상화를 바탕으로 삼는 '나의 라이프 레시피'가 핵심이다. 생활습관에 따라 혈당 수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음식 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기록이 가능하다. 음식의 이름과 열량 정보 등이 나오기 때문에 편리한 기록이 가능하다.
고혈당 및 저혈당 위험을 알려주는 실시간 알림 메시지도 지원되며 맞춤형 건강 리포트도 가능하다. 심지어 가족의 실시간 건강 관리도 지원한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최근 열린 간담회를 통해 "연간 당뇨병 진료비는 2021년 기준 3조2000억원에 달한다"면서 카카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면 당뇨 예방 및 치료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의 기술을 통해 전 당뇨 유병율을 1%라도 낮출 수 있다면 그 사회적 가치도 상당할 것"이라 자신하며 프로젝트 감마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아이디어 도용 논란이 터지며 상황이 달라졌다.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인 닥터다이어리가 카카오헬스케어의 감마 프로젝트를 두고 "우리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카카오 계열사들과의 사업 협력 논의 과정에서 자사의 사업 비밀을 제공한 후 연락이 두절됐고, 뒤이어 카카오헬스케어의 감마 프로젝트가 공개됐다는 것이 닥터다이어리의 주장이다.
사실이라면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대기업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다만 카카오헬스케어는 비슷한 서비스가 다수 나온 상태에서 닥터다이어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 연구개발 센터. 사진=엔씨소프트
어려운 작업일 듯...카카오게임즈 (KQ:293490)
IP 및 아이디어 도용 논란을 해결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엔씨소프트가 2020년 리니지 카피 의혹을 내세우며 진행하고 있는 웹젠과의 소송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다툼의 특성상 명확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에는 시일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아이언메이스와 프로젝트 무단 유출 분쟁을 겪는 넥슨 사태도 비슷하다.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의 미출시 프로젝트 P3를 무단 반출해 게임 다크앤다커를 개발했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스팀이 최근 다크앤다커에 정지 명령 및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상 삭제조치를 내리는 등 후속조치가 나오고 있으나, 카피 의혹에 사실무근이라 밝히는 아이언메이스의 주장도 만만치않다. 결과 도출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카카오게임즈와 엔씨소프트의 분쟁은 결국 '리니지 라이크' 문화가 낳은 딜레마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리니지 이상의 게임을 그 누구도 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K-게임 전반은 물론 엔씨소프트마저 아직도 리니지의 그림자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출시되는 게임들은 모두 리니지의 아류일 수 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카피 논란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카카오게임즈가 아키에이지 워의 특수성, 차별성을 강조한 것도 일리가 있다는 평가다. 다양한 형태의 대규모 전투 콘텐츠, 특히 원작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해상전과 로딩이 없는 심리스한 세계관은 카카오게임즈의 주장대로 아키에이지 워의 특수성 중 일부로 볼 수 있다.
공은 법원으로 넘어간 가운데 지루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아이디어를 탈취당했다는 알고케어의 주장. 양측 제품 비교. 사진=알고케어
서비스 나와봐야...카카오헬스케어
최근 롯데헬스케어는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아이디어를 무단 도용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롯데가 투자 및 서비스 협력을 위해 접촉한 후 갑자기 연락을 끊었고, 이후 알고케어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제품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다만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의 주장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롯데헬스케어는 "사업 추진 중인 2021년 9월 알고케어 인지 후 협력방안을 논의했으나 알고케어 프로토타입 시연 중 문제점(높은단가, AS 및 생산 이슈 등) 제기되었으며, 이를 해결할 협력방안을 제시했으나 거부되며 사업협의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아이디어 도용 측면서도 "제품 기획 의도에서 다양한 형태의 제형 토출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으며 (아이디어 카피를 주장하는 알고케어와의)카트리지 유사성에 있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매우 일반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필키 지원 등 카트리지 리필 지원 여부에서 두 제품 간 차별점이 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카카오헬스케어를 둘러싼 논란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일단 카카오헬스케어의 서비스가 등장한 후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을 전망이다.
아이디어를 카피당했다고 말하는 스타트업의 주장이 사실인지, 그 아이디어가 정말 특별한 것인지, 카카오가 정말 아이디어를 탈취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카카오헬스케어의 서비스가 등장한 후 명확하게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