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반도체법을 통해 연일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에 대해 중국이 반격을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NASDAQ:MU)을 대상으로 한 안보 감사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안보 보호를 위한 조치”라로 감사 이유를 설명했으나 감사에 대한 내용을 비공개에 부친 것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 현지 여러 매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3월 31일부터 마이크론이 중국 내에 판매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제품에 대한 인터넷 안보 심사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국가안전법, 인터넷안전법에 근거해 (마이크론) 제품의 문제점이 인터넷 안보 위험으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국가 안보 보호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글로벌 D램 점유율 3위, 낸드플래시 점유율 5위인 미국을 대표하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이다. 발표 실적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해 연간 총 매출 308억달러(약 40조6005억원)를 기록했는데, 이 중 33억달러(약 4조3400억원)가 중국 시장에서 기록한 매출이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론 측은 공식 의견문을 통해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조사 당국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중국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일 중국에 대한 견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의 반도체법 등 규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마이크론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출처= 마이크론
미국은 2020년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기업 화웨이에 대한 메모리반도체 수출 규제로 중국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했다. 이후 미국은 중국의 낸드플래시 제조 기업 YMTC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를 자국의 허가 없이 거래할 수 없도록 ‘블랙 리스트’에 올렸다.
미국은 견제 수위를 점점 높였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인 ASML의 중국 수출을 막았으며, 이후에는 자국 기술이 들어간 첨단 반도체 및 고성능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려면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인프라 운영 지원금을 수령하는 데에도 까다로운 절차와 요구 조건을 내세웠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가 하면, 미국의 방산 기업들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올려 여러 가지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우방 국가에 대해 중국이 경제적 압력을 가할 경우 G7 국가(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들과 연대해 중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공세에 중국이 대응하고 또 그에 대해 미국이 공세를 높이는 갈등의 순환이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