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 무상증자를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유한양행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11~12월 이듬해 실시할 무상증자 결정 내용을 공시했으나 2024년에는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무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에게 무료로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의 주주환원책이다. 기업가치에는 변화가 없으나 권리락 후 주가가 저렴해 보이는 착시 효과가 발생하면서 주식 매수가 늘고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권리락은 증자 시 신주 배정 기준일이 지나 신주인수권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권리락이 발생하면 기존 주주와 새 주주 사이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주식 가격이 인위적으로 하향 조정된다.
유한양행이 올해 무상증자 중단에 나선 건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0월 밸류업 프로그램 공시를 통해 2027년까지 보유 또는 매입한 자사주를 1% 소각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해당 공시에는 ▲2024~2027년 연평균 매출성장률 10% 이상 달성 ▲2027년 ROE(자기자본이익률) 8% 이상 달성 ▲매년 1건 이상 기술수출 및 2개 이상 신규 임상 ▲2027년까지 DPS(주당 배당금) 총 30% 이상 증액 등의 내용도 담겼다.
문제는 무상증자와 자사주 소각이 상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 총수를 줄여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이는 게 핵심이다. 무상증자를 통해 주주들에게 무료로 주식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주식 총수가 늘면 자사주 소각의 효과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유한양행은 2017년부터 2024년까지 무상증자를 통해 보통주 총 1557만1070주를 신규 발행한 바 있다. 현재 유한양행의 상장주식 수는 8020만9064주(보통주)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무상증자를 하면 주식 총수가 늘어 자사주 소각의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