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고국을 접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산업 불모지이던 대한민국에 부국의 꿈을 쌓아 올렸다. 세계 6위,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123층 롯데월드타워는 신 명예회장이 역설했던 기업보국의 신념을 잘 보여주는 랜드마크다. 롯데그룹은 식품, 유통, 화학, 건설, 제조, 금융, 관광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대한민국 경제 역사와 발자취를 함께해왔다.
롯데는 식민지 시대 신 명예회장이 일본에서 유학할 당시 창업한 작은 식품기업에서 출발했다. 1960년대 한일 수교 이후 한국에 대한 투자의 길이 열리자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롯데,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등을 잇달아 창업 또는 인수하면서 지난해 기준 재계 6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늘날 롯데는 한국 및 일본 등 20여개국에 200여개 계열사, 자산 130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과자 그 이상의 제품
롯데는 어린이를 주 타깃으로 정하고 풍선껌 사업을 강화했다. 아이들이 작은 대나무 대롱 끝에 대고 풍선을 불 수 있도록 아예 껌과 대나무 대롱을 함께 포장해 판매했고 신 명예회장의 전략은 적중했다. 롯데껌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1961년에는 일본 1위이던 하리스를 밀어내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같은해 롯데는 일본 가정에서 손님 접대용 센베이가 초콜릿으로 대체되기 시작한 것에 착안해 초콜릿 제조에 착수했다. 신 명예회장은 시작부터 유럽에서 최고의 기술자와 시설을 들여왔고 '롯데 가나밀크초콜릿'을 출시했다. 이것이 밑거름되어 롯데는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음료 부문에 진출하며 종합제과 기업으로 부상했다.
불모지 위에 쌓아올린 부국의 염원
식품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제과가 롯데그룹의 뿌리이면서도 고국의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신 명예회장의 염원을 담은 사업이기 때문이었다. 1970년대에 호텔 건설을 제안받았을 때 롯데월드 테마파크를 함께 추진한 것도 그 때문이다.
호텔 사업 역시 기업보국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호텔 분야는 성공이 불투명한 사업이었지만 신 명예회장은 1000실 규모의 호텔에 더해 백화점과 오피스타운 동시 건설이라는 전무후무한 복합개발을 구상했다.
지하 3층, 지상 38층의 롯데호텔 건설에는 6년여 기간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에 버금가는 1억5000만달러가 투자됐다. 1970년대 일류 호텔의 규모가 300실 정도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규모였다.
이후 롯데는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 롯데리아 등 식품부문을 확대하는 한편 사업 다각화를 가속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틀 마련에 박차를 가했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을 설립해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유통·관광 산업의 현대화 토대를 구축했다. 이어 롯데건설,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롯데기공, 롯데전자, 롯데상사 등을 설립해 국가 기간산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주력 사업인 유통과 석유화학 부문에서 잇달아 1조원이 넘는 대규모 M&A를 성공시키며 국내외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지역에 진출해 식품, 쇼핑, 화학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리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기반을 확대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