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상암에서 김용남 법무법인 일호 변호사가 인포스탁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상철 기자
[인포스탁데일리=김근화 기자] 야당이 소액 주주를 보호하고 한국 자본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연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던 상법 개정이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불안정한 정국속에서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과 정재계에서는 상법개정이 소송 남발, 외국계 투기자본 유입 등을 통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격하게 반발했다.
야당은 지난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관으로 소액주주, 정재계 인사 등을 모아놓고 공개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김용남 법무법인 일호 변호사(개혁신당 전략기획위원장)는 11일 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이 한국 자본시장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19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으로도 활동했던 그는 지난해 저서 '소액주주혁명'을 출간하는 등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변호사는 "비상계엄으로 인한 혼란은 언젠가는 정리가 될 것이고, 그때가서 우리 자본시장 본연의 문제는 또 부각될 것"이라며 "상법개정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왜곡된 자본 시장 문화가 개선된다는 신호를 확실하게 보여준다면 지금상태에서도 코스피 5000은 무조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경영성과까지 개선된다면 "우리도 미국 S&P500처럼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그동안 지배주주들이 행해왔던 각종 편법 수단을 다 막으려면 자본시장법을 광범위하게 개정해야한다. 설령 그렇게 하더라도 (지배주주들은)분명히 빠져나갈 방법을 또 강구해 낼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앞서 금융위원회에서는 상법 개정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상장사만 대상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일반주주를 보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상법에서의 이사충실의무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수준의 지극히 당연한 내용"이라며 "상장회사든 비상장회사든 이사가 주주들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법 개정은 회사 경영에 있어서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물적분할, 쪼개기 상장 등 나쁜일을 많이 저질렀기 때문에 작은분야의 각론 한두개를 고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총론을 담은 상법부터 개정하고 그 이후 점차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계가 우려하는 소송 남발, 외국계 투기자본 경영간섭 심화 등과 관련해서는 "억울한 사람이 법원을 통해서 구제받을 방법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민사소송은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이 입증책임을 져야한다. 그런데 소액주주가 회사 내부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다"며 "적절한 증거 입수가 어렵기 때문에 지금까지 억울한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이 자포자기하고 소송제기를 안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업 자본들이 다 상법개정을 극렬히 반대하다보니 이런저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후퇴하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미래는 없다"며 "상법 개정은 시작일 뿐이고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많은 개혁 작업이 잇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 일답.
Q. 여당에서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데
A. 상법개정을 막기위한 꼼수다. 상법의 이사충실의무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수준의 지극히 당연하고 추상적인 내용이다. 상장회사든 비상장회사든 이사는 주주를 위해서 일해야 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은 회사 분할합병과 관련된 내용으로, 회사 경영에 있어서 극히 일부분에 해당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행해온 물적분할, 쪼개기 상장 등은 작은 분야의 각론 한두개를 고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최근 HL그룹에서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앞으로 설립될지도 모르는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보나마나 지배주주들이 좌지우지하는 재단이 될 가능성이 높고, 자사주를 재단에 기부하게 되면 없던 의결권이 살아나게 된다. 누가봐도 완벽한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자사주를 이용하겠다는 것인데 자사주는 지배주주 개인이 아닌 회사가 영업해서 번 돈으로 산 주식이다. 이렇듯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는 빈틈이 여전히 너무 많다. 자본시장법을 그동안 지배주주들이 행해왔던 각종 수단을 다 막을 수 있도록 광범위하게 개정한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빠져나갈 방법을 또 강구해 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충실의무 규정이 필요한 것이다.
Q. 지배주주가 이사 지위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개선책은
A.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외이사제도를 두고 있지만 사외이사도 거의 지배주주가 선택하는 사람들이 되기 때문에 이사회가 지배주주 눈치를 보게되고,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서 경영활동을 하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서 상법 개정을 통해 집중 투표제 같은 것이 도입돼야 하는 것이다. 소액주주가 아무리 많이 모여도 지배주주와의 표 대결에서 불리하다. 이러한 불리한 표 대결에서 보완책으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이 집중투표제다. 예를들어 새로운 감사위원이나 이사를 뽑을 때 집중투표를 통해 한명 또는 두명 등 소수 인원이라도 감사 위원회에 집어넣을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 보수와 관련해서는 주가 상승과 연계시킬 수 있는 스톡옵션이 하나의 방법이지만 삼성을 필두로 해서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 현재는 현금보상이나 성과급으로 주고 있는데 주가상승을 원하지 않는 측면이 분명히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Q. 재계에서는 소송 남발, 외국계 투기자본 경영간섭 심화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A. 우리나라 민사소송 원칙은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입증책임을 져야한다. 회사 내부정보를 소액주주가 얻을 방법이 없다. 증거 입수도 안되고 적절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할 방법이 없다보니 지금까지는 억울한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이 처음부터 자포자기하고 소송제기를 하지 않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례 경우 엘리엇은 외국에 있는 상사 중재원을 통해 피해보상금을 받아냈다. 지금 외국 자본에 비해서 전혀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외국 중재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국내 주주들이다. 우리나라는 소송을 제기하면 1심에서도 다 지지만 외국에 소송을 제기하면 이긴다. 이건 잘못된 것이다. 피해받은 사람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상법개정으로 인해 소송이 다소 늘어날 수는 있지만 억울한 사람이 법원을 통해서 구제받을 방법이 늘어나는 건데 그게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Q. 정치리스크로 인해 상법 개정안 처리 전망 불투명한데
A. 지금이 한국 자본시장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혼란은 언젠가는 정리가 될 것이다. 그때가면 우리 자본시장 본연의 문제가 또 부각될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없어지려면 상법개정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지배주주 마음대로 행해왔던 무모한 판단 또는 본인 이익만을 위한 회사 경영 등 악습들이 철폐돼야 한다. 상법개정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왜곡된 자본 시장 문화가 개선된다는 신호를 확실하게 준다고 하면 지금상태에서도 코스피 5000은 무조건 갈 것이고, 코스닥도 두 배 이상 뛸 것이다. 거기에 경영성과까지 나아진다면 우리도 미국 S&P500처럼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궤변만을 대변하는 언론사와 일부 관료 정치인 등의 합작에 의해 상법 개정이 좌절되면 아무도 한국 주식을 사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김근화 기자 srmsgh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