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8.1원 오른 1419.0원에 출발했다. 환율은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10시23분을 기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급등하기 시작해 11시50분께 1446.5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46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인 2009년 3월15일 이후 15년8개월여 만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종가 2500.10대비 1.97% 하락한 2450.76으로 거래를 시작했고 코스닥은 전일 종가 690.80대비 1.91% 하락한 677.59로 장을 열었다. 간밤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문제는 상황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재선포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재선포가 없더라도 야권이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국정운영이 멈춰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는 이 같은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며 이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해외 거래에서 폭락했다.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삼성전자 (KS:005930) 주가는 최대 7.5% 하락했다. 반면 미국 마이크론이 반사이익 기대에 최고 5.2%까지 상승했다가 1.3% 증가에서 마감했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투자전략부 관계자는 "메모리칩의 안정적 공급이 인공지능(AI)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만큼 국내 반도체 글로벌 평판 훼손이 우려된다"며 "삼성전자 기술력 의구심 잔존 속 정치 리스크 더해져 외국인 수급 복귀 지연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는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이번 일이 외국자본의 엑소더스로 이어지지 않을 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밸류업을 한다던 정부가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추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밤 주요 기업들의 상황도 긴박하게 돌아갔다. 여의도에 본사나 사무실을 둔 일부 기업들은 해당 지역 출근 대상자들에게 회사별 판단에 따라 재택근무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여의도 일대가 마비됐다는 소식에 계열사별 재량에 따라 재택권고 조치가 내려졌었다"며 "현재는 상황 종료에 따라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SK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관으로 4일 오전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소집해 시장 및 그룹에 미칠 영향을 등을 논의했다. HD현대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어 향후 발생 가능한 경제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각사별 대응전략을 살폈다.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동계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총파업과 정권 퇴진운동을 벌이기로 한 함에 따라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관측이다.
민주노총은 4일 오전 8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이를 시작으로 윤석열정권 퇴진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윤석열은 자기 권력의 위기 앞에서 계엄이라는 비상식적이고 반민주적인 조치를 통해 자신의 반민주적 독재를 자인했다"며 "민주노총을 비롯한 이 땅의 모든 국민과 민중들은 이번 계엄을 계기로 윤석열의 종말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관계자 역시 "45년 만에 선포된 윤석열 계엄은 반헌법적 폭거로 윤석열이 부른 저항에 금속노조는 선봉에 나선다"며 "19만 금속노조는 투쟁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리스크 확대에 따른 외국인 투자 이탈 가능성이 커지고 노조의 집단행동으로 주요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시장 혼란이 더이상 심화하지 않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이번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