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신산업 하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이후 반도체, 인터넷, 빅테크, 유니콘과 같은 신산업과 신분야를 탄생, 성장시켰고, 최근엔 생성형 AI 급성장의 산실이 되고 있다. 물론 최근 와선 중국, 인도 등의 벤처산업 비중도 높아지곤 있지만, '벤처의 메카' 하면, 역시 실리콘밸리다. 어떻게 해서 50년 이상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특징으로 다음 네 가지를 꼽는다.
첫째, 뭐니 뭐니해도 스타트업과 같은 고위험·고수익 벤처에 적극 투자해주는 벤처캐피털 자금줄이 풍부하다는 것. 2023년 기준 미국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856억 달러(약 119조원)인데, 그중 거의 85.7%인 749억 달러(약 104조 원)가 실리콘밸리 지역에 투자됐다.
이는 전 세계 벤처캐피털 투자액의 무려 53.3%고, 미국 내에서 벤처투자 기준 2, 3위를 달리고 있는 뉴욕과 보스턴 대비로는 각각 5, 9배, 중국 전체 대비로도 약 3배일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둘째,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NASDAQ:AAPL)), 인텔과 같은 대형 글로벌기업의 스타트업 인수·합병(M&A) 매수가 많다는 점이다. 투자 회수(EXIT) 수단으로서의 M&A는 상장(IPO)까지의 장시간을 요하지 않는 이점이 있는 데다, GAFA와 같은 세계적 기업에 의한 M&A나 투자는 그 가능성만으로도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대단한 매력이다.
실제 미국 스타트업들의 투자 회수는 IPO에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90%가 M&A다. 또한 대기업뿐 아니라 유니콘으로 덩치를 키운 비상장기업들이 M&A 주체가 되는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다. 예컨대 2024년 기준 기업 가치 약 1,200억 달러의 에어비엔비(Airbnb)는 지금까지 2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했다고 한다.
셋째, 특히 실리콘밸리의 장점으로 꼽히는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의 존재다. 액셀러레이터는 창업자가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까지 일종의 가교역할을 하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자문, 멘토링, 초기투자 등을 담당한다.
Crunchbase에 의하면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 지역에는 VC의 직접 투자를 받은 초기단계 이상 스타트업 수가 2만 여개나 된다. 최근 중국 등 전 세계에서 액셀러레이터들이 늘고 있지만, 실리콘밸리와 같은 '빅샷' 성공 사례는 흔치 않다. 시장에서 손꼽는 대표선수는 Y콤비네이터, 500스타트업, 플러그앤플레이, 테크스타.
그중에서도 Y콤비네이터는 미국 액셀러레이터 평가 1위로, 에어비엔비, 도어대시, 드롭박스, 코인베이스, 레딧 등을 키워냈고, 이 5개사의 기업가치는 합계 2,354억 달러(353조원, 2023년 말 기준)이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꼽는다면, 전 세계에서 몰려들고 있는 젊은이들의 창업정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실리콘밸리의 창업문화다.
우선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의 약 40%가 외국인 창업자이고, 대부분 스탠퍼드, 버클리대학 등의 유학 경험이 있다. 그만큼 국내외로 열린 창업문화란 얘기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창업자와 투자자 간의 프레젠테이션과 토론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공식·비공식 만남을 통한 상호 신뢰 구축,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등이 실리콘밸리를 특징짓는 단면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출생률 저하와 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1%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보다 적극적인 개방으로 풍부한 해외 자금줄을 확보하고, 산학과 투자자의 열린 창업문화 등으로 제대로 된 '한국판 실리콘밸리 생태계'를 구축해보자. '창업 국가 코리아'를 맘껏 구가해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