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전개되고 있다. 경영권 확보를 공식화한 영풍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통해 5%대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 경영권 방어를 해야 하는 고려아연 측 대비 근소하게 우위에 서게 됐다. 전장은 장내 매수로 옮겨붙을 전망이다.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양 측은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 장내에서 매집에 돌입할 걸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지난 14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진행한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에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38.47%가 됐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에서는 나름 성공적인 공개매수라는 평가다. 경영권을 지켜야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세력보다 높은 지분율을 확보해서다. 최 회장 측 지분은 33.99%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과 손 잡은 또 다른 PEF 운용사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로 확보할 수 있는 최대 목표수량(지분율 2.5%)과 처분 가능한 기보유 자사주(1.4%)를 더해도 영풍·MBK파트너스 측보다 지분율이 낮다.
고려아연 측 입장에서는 자사주 활용도가 아쉬운 상황이다. 보유한 자사주 가운데 1.01%는 한국투자증권과 자사주 신탁계약이 묶여 있다. 처분까지는 내년 2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즉, 표 대결이 벌어지는 주주총회에서 배제되는 셈이다. 1주가 아쉬운 구도에서 고려아연 측에게는 뼈 아플 수밖에 없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공개매수로 어느 정도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양 측의 매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양 측이 장내 매수를 본격화할 걸로 내다보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은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조 단위 규모의 펀드를 적극 활용할 걸로 전망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 때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를 활용했다. 조 단위 펀드를 결성하는 MBK파트너스는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도 펀드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물량)를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고려아연 측 역시 장내 매수를 통해 반격에 나설 걸로 보인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측 역시 베인캐피탈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보유하고 있고, 기존 우호 세력들도 여럿 존재하기 때문에 지분 매입에 적극 나설 전망”이라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공개매수로 1차전을 치뤘다면, 이제 장내 매수로 2차전에 돌입할 형국”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제시한 지난 14일 고려아연 주가 분봉 차트. (사진=고려아연 제공).
한편, 고려아연 측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마지막날 단시간 주가가 급락한 것과 관련 금융당국 조사를 요구했다.
지난 14일 장중 82만원까지 치솟았던 고려아연 주가는 2시간 만에 이날 장중 최저가인 77만9000원까지 급락했다.
당시 최고가인 82만원은 일부 투자자의 경우 세금과 비용 등 문제로 장내매도가 유리할 수 있지만 주가가 80만원을 하회하면 MBK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더 이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시장에서 매도세가 꾸준히 나오며 주가가 78만원대까지 내려앉은 점은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서연 기자 yoonsy0528@infostock.co.kr